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함께한 제 1193차 정기 수요시위를 가다

   매주 수요일에는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가 열린다. 수요시위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의 주최로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군이 국내 여성들을 강제적으로 위안부로 동원한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받기 위해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시위다. 수요시위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정부에게 요구하는 것은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교과서에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본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8월 26일 수요일 오후 12시에도 이 수요시위가 어김없이 열렸다. 본 기자는 이날 열린 1193차 수요시위에 참석해 그날의 현장을 담아내고자 한다.                                                                

                                    

                       

   24년째를 맞는 수요시위… 각계각층 시민들 모여

시위가 열리는 평화로에는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모여 꽉 차있었다. 그리고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피켓들도 눈에 띄었다. 이번 수요시위에는 △위안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한신대 심리아동학부 46명 △인천 문일여고 29명 △전국교육대학생연합 △한국순교복자수녀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사회적기업 마리몬드 △희망나비 △평화나비 네트워크 △독립운동가 후손 고 최현열 선생 시민사회공동대책위가 참가했다.


   “바위처럼 살아가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 24년 동안 수요시위를 열어온 노래인 ‘바위처럼’이 이날도 흘러나왔다. 이에 맞춰 희망나비가 율동을 추며 제 1193차 수요시위가 시작됐다. 이 노래는 땅에 박혀 굳세게 서 있는 바위처럼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께 사죄할 때까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노래와 율동 이후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의경과보고가 이어졌다. 윤 상임대표는 지난 12일(수)에 열린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해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며 분신한 고 최현열 씨의 영결식 소식과 수요시위 이후에 진행되는 추모제를 공지했다. 그리고 이어 고 최현열 씨의 유지를 받들어 일본의 진정 어린 사죄와 문제해결을 촉구해나가자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일본정부는 정식 사죄하라’는 구호를 참가자들과 힘차게 외쳤다.
경과보고 이후 수요시위 참가자들이 자유발언을 시작했다. 먼저 진주교육대학교에 재학중인 오웅렬 군은 “어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에 방문해 책으로만 봤던 치욕스러운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 그 역사를 평생 짊어지고 걸어온 할머니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며 “할머니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싸워나갈 때 필요한 가장 강력한무기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제가 가르치게 될 약 1000여 명의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역사교육을 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다.”라며 자신의 신념을 밝혔다.


    이어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김아름 양은 “할머니들의 진정한 해방은 일본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이 이루어졌을 때다. 이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학생들이 함께 같은 뜻을 가지고 힘을 합쳐 할머니들의 진정한 해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대학생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이 두 학생 이외에도 자유발언은 이어졌고, 발언이 끝난 이후 희망나비 소속 학생들이 수요시위 성명문을 낭독하며 제 1193차 수요시위는 끝이 났다.


    한신대학교에 재학 중인 정유현 양은 “이번 시위에 참여해 보니 ‘왜 진작에 찾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제라도 할머니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가질 것이다.”라고 시위 참가 소감을 전했다.

 

   

       고 최현열 씨를 기리는 추모제 열려…


    ‘동포들이여! 36년간 피로 물들었던 삼천리 강산을 바라보십시오. 시달리고 고통받았던 멍든 자국과 상처를 매만져 보십시오. 역사는 너무 아프고 슬픕니다. 하지만 우리를 아프게 한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를 뉘우칠 줄 모르고 있으니 더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이 글은 고 최현열 씨의 ‘7천만 동포에게 고함’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윤 상임대표가 앞서 밝힌 바 대로, 시위 이후에는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분신 항거한 고 최현열씨의 추모제도 이뤄졌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였던 고 최현열 씨는 가족에게 남기는 유서와 ‘7천만 동포에게 고함’ , ‘나라사랑’이라는 시를 남기고 분신한 뒤에 중증화상에 따른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고 최현열 씨는 3년 전부터 민간단체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후원회원으로 활동했고, 광주에 살면서도 수차례 수요시위에 참석하였다. 고 최현열 씨는 독립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뤘지만 사회주의 운동가였다는 이유로 독립유공자로 추서되지 못한 고(故) 최병수 선생의 아들이다.


   추모제는 고인에 대한 추모묵념과 해원굿으로 시작했다. 사회를 맡은 이종문 한국진보연대 대외협력부위원장은 “최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남기신 ‘물방울이 돌을 뚫는 심정으로 일제의 만행을 막아야 한다’는 말을 끝까지 기억하자.”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중앙대학교 철학과에 재학 중인 조영일 군은고 최현열 씨를 기리는 추모 편지를 낭독했다. 조영일 군은 “이제는 불나방이 되어 중심부로 뛰어들겠습니다. 선생님의 뜻, 민족 열사들의 뜻을 기꺼이 이어 나가겠습니다. 태극기가 맘껏 펄럭일 수 있도록 바람을 불러일으키겠습니다. 민족의 아픔을 끌어안고 붉은 나비가 되어 날아가신 선생님께 이 시대를 이끌어 갈 젊은이 중 한명으로서 이 글을 바칩니다.”고 전했다.


    추모 편지를 낭독한 후에 참가자들은 추모노래인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 합창했다. 위안부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추모제에 참가해 눈물을 보이며 “우리 때문에 최 선생님께서 분신을하신 것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일본정부의 진심 어린 사죄와 배상을 조속히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한 모든 추모제 참가자들은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며 넋을 기렸다.

 

      대학생들 ‘위안부 문제 해결’ 힘모아야


     이번 수요시위에 참가한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이수민 양은 “방학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다.”며 “위안부 문제가 속히 해결되기 위해서는 많은 대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수요집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양의 말처럼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서 대학생의 역할은 중요하다.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있을 때마다 그 자리엔 항상 대학생들이 있었다.대학생들의 시위 참여는 할머니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으며 대학생들이 수요시위에 많이 참여할수록 많은 국민들이 수요시위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수요시위는 ‘단일주제로 개최된 가장 오래된 집회’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으며, 실제로 많은 변화를 이뤄냈다. 수요시위로 인해 국제사회의에 전쟁 중 국가에 의한 여성 성폭력 문제를 널리 알렸을 뿐만 아니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시민 참여도 이끌어 냈다. 하지만 횟수가 늘어날수록 사람들에겐 수요시위는 그저 매주 수요일마다 하는 단순한 시위라고 인식되고 있는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대학생들이 위안부 문제의 중요성과 심각함을 깨닫고 문제 해결을 위해노력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수요 시위에 참여하고 이 뜻에 공감할 수 있도록 알려야 한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이 문제는 위안부 할머니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할머니들과 같은 시대에, 같은 나라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공통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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