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구조조정 바람

지난 1일(목) 동국대는 학과의 순위를 발표하고 앞으로 경쟁력없는 학과는 퇴출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성신여대 등 다른 학교에서도 학과 구조조정에 대한 컨설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공무원 감축도 아니고 기업 구조조정도 아닌 대학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에 대해 알아보자. 편집자




우선 대학이란 어떤 기관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사전에서는 대학을 “고등 교육을 베푸는 교육 기관”으로 명명한다.


“국가와 인류 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 이론과 응용 방법을 교수하고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동국대는 자체기준을 정해 그 기준에 합당하지 아니한 학과는 정원을 축소하고 해당 정원은 인기학과에 배정한다. 올해 53개학과의 최근 3년간 학생 재학률과 취업 및 진학률 등을 조사해 순위를 매겼다.
이에 46위 철학과, 47위 수학과, 48위 윤리문화학과, 49위 기계공학과는 내년도 입시에서 정원을 10% 줄인다. 50위 전기공학과, 51위 물리학과, 52위 사회학전공, 53위 독어문화학전공은 정원 15%를 감축한다.
동국대가 제시한 자체기준은 △정원 대비 재학률(40%) △취업 및 진학률(25%) △입학 성적(15%) △교수 1인당 대학원 학생 수(15%) △입학 경쟁률(5%) 등이다.


또한 1~4위 하위학과는 하향조정지수 10점을 부과하며 5~8위 하위학과는 7점을 부과한다. 매년 하위 1~8위에 들면 신입생 선발 정원을 10~15%감축하고, 5년 연속으로 하위 1~8위에 들면 학과를 퇴출시키거나 통폐합한다. 우리는 이 기준들이 각 학과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천편일률적인 기준이다. 동국대의 입장은 경쟁력을 기르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포괄적인 기준은 그 취지에 부합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학과 경쟁력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는 위에서 제시한 기준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적어도 동국대에서 말하는 경쟁력은 입학성적이 높고, 취업률이 높은 것을 뜻한다.


동국대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바로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함에 따라 이 학교로 모든 시선이 모아졌지만, 사실 이는 다른 학교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사항이다.


서울대의 경우 2학기부터 ‘학과종합평가제’를 통해 평가를 시행한다. 교과과정 운용상태나 국제화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평가할 예정이고, △국사학과 △동양사학과 △서양사학과 등으로 세분화 돼 있는 역사학과의 통폐합을 검토 중이다.


고려대 역시 2학기에 일부 과를 통·폐합하거나 이미 통합된 과를 분리하는 등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강대에서는 전공의 커리큘럼 개편 및 학부제 운영 보완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한국외대는 학제개편에 대한 여론을 수렴해 손질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학교들이 구조조정 논의에 들어간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지난 3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서 발표한 대학 자율화 방침의 한 방향이기도 하다.


학생 모집단위를 대학별 실정에 맞게 운영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학교 측은 학교가 원하는 대로 학생을 모집할 수 있게 됐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뻔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대의 기준을 예로 살펴만 봐도 인문학과 같은 기초학문이 퇴출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경쟁력이라는 그럴싸해 보이는 말로 포장된 구조조정으로 기초학문은 위기를 맞고있다. 이로써 학문의 편식 현상도 더욱 심화될 것이다.


더욱이 취업률이니 입학성적이니 하는 일방적인 기준을 제시한 와중에 비싼 등록금을 내며 인문학을 배울 학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의의 경쟁은 윈윈작용을 하듯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애쓰는 바는 학교 측에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꼭 학과의 퇴출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져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응용문제를 잘 풀듯이, 기초학문의 활발한 활동이 다른 학문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문의 전당인 대학교에서 취업률을 학과 경쟁력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너무 세속적인 처사이다. 이는 취업전문학교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은 학문의 꼭짓점으로써 학문에 대한 열정과 토론이 넘치는 대학의 특성을 그냥 저버리려고 하는 것일까.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