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대학들이 가야 할 길
미래의 대학들이 가야 할 길
  • 김명채 기자
  • 승인 2015.09.07 17:06
  • 호수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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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학생들은 미래의 대학교가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고 있을까? 최근 경희대학교에서 총장 주도로 여러 교수들이 재학생 1만 4,0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해 발간한 <미래대학리포트>는 구조개혁의 광풍 아래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지금의 대학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미래대학리포트>는 ‘대학의 미래와핵심가치’와 ‘미래리포트’를 주제로 ‘미래대학이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 ‘어떤 교수 및 총장이 바람직한가?’ 등 여러 질문을 던져 그 결과를 종합한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금의 대학생들은 미래 대학교는 ‘공공성’과 ‘행복’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몹시 놀라운 일이다. 주변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오직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현 대학생들의 자화상 아닌가. 결과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피면, ‘미래대학이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가장 많은 답변은 자아성찰 강조(19.1%)이고 그 다음은 진리탐구(14.1%)였다. 이외의 답변은 다양성 추구(11.7%), 사고력 확장(10.2%), 인간다움 추구(8.2%), 사람들과의 올바른 관계 형성(5.9%)이었다. 전공 지식 전수 등 개인의 성공과 관련 있다고 여겨지는 응답은 전체 답변 중 13.2%에불과했다.

  이 설문결과는 대학생들의 현실과 이상에 괴리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처한 지금의현실은 극심한 취업난과 사회 계층 이동이 거의 불가능한 시대다. 그래서 자신을 위한 스펙 쌓기에만 혈안이 돼 있고, 자기 이외의 사회와 인간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진정 바라는 것이 공공을 위한 가치라는 사실은 큰 울림을 준다. 대학생들도 이런 시대와 자신들의 개인주의적인 모습이 문제가 있고, 미래에는 이런 점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과연 대학들은 대학생들의 이런 이상을 실현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지금의 대학들은 국가와 시장의 편협한 명령에 굴종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국·공립대들이 교육부의 정책에 따라 총장 직선제를 일제히 간선제로 바꿔 민주적인 학교 운영에 재를 뿌리고 있고, 사립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상대평가를 강화해 학생들의 경쟁을 심화시켜 학생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경쟁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들의 입맛에 맞춰 산학협력이니, MOU 체결이니 뭐니 하며 ‘기업형 맞춤 인재’를 찍어내고 있다. ‘아무런 힘도 없는 대학이 어쩌겠느냐.’ 하는 의견도 있으나, 앞서 굴종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회의 야만스러운 압력들을 대학들은 저항 한번 할 생각도 못한 채 그대로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 야만에 맞서 결국 교수 한 명이 자신의 목숨을 던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대학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먼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공공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경쟁과 빈부격차, 불평등 의식 등 여러 사회적 모순들을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을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이 모순들을 개인에게 책임지도록 했다면, 이젠 이를 공공의 영역에서 관리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고민을 뒷받침할 인문학적 의식도 키워줘야 한다. 국내 대학들은 언제 이런 과목을 교양필수로 넣을 수 있을까. 학원에서도 배울 수 있는 영어회화 등을 대학에서 아직도 교양필수로 넣고 있어야 할 때인가?

  끝으로 많은 대학생들은 ‘어떤 교수가 가장 바람직한 교수인가?’라는 질문에 ‘인격형성에 도움을 주는 정신적 스승’을 선택했다. 수업에 들어와서 교과서만 줄줄 읽고 학생들의 점수를 매기는 교수도 아니고, 스펙을 쌓게 해주거나 취직을 하게 해주는 교수도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초등학교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끝없는 경쟁 속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인격을 찾아줄 교수를 원하고 있었다. 불합리한 여러 현실적 요소들 때문에 이런 것들이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더해 ‘총장의 자질로 가장 필요한 것을 꼽아보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는 ‘교육철학’이 가장 많았다. 총장도 대기업의 CEO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이 현실에서 대학생들의 이 같은 답변은 지금 각 대학의 총장들이 자신은 어떤지 스스로의 모습을 한번쯤 되돌아보게 할 것이다. 경희대의 미래리포트는 앞으로의 대학들이 가야하는 방향을 정확히 짚어냈다. 대학은 세상의 어떠한 속박에서도 자유로워야 하며, 인류 문명의 진보를 꾀해야 한다. 그리고 이 진보를 위한 생각을 다듬고 전달하는 곳이어야 한다. 학생들이대학에게 요구한 ‘공공성’과 ‘행복’은 지금 이 사회가 진보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대학이 이 의무를 게을리 한다면, 결국 대학은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거대한 학원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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