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평가기준 애매해”, 학생들 “우리는 무슨 잘못 있나”

지난 1일(화), 대학구조개혁 1주기 평가의 최종 결과가 공개됐다. 평가 결과는 △A등급: 34개교 △B등급: 56개교 △C등급: 36개교 △D등급: 26개교 △E등급: 6개교(전문대 제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결과가 발표되자 각 대학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A등급 대학들은 교내에 플랜카드를 걸거나 학보에 크게 보도한 반면 D·E등급의 대학들은 대부분 평가 결과에 불만을 가지거나 이의를 제기했다.

하위 등급 학교들의 항의가 빗발쳐

 D등급 이하의 성적을 받은 대학들은 각 대학의 개별적인 상황을 반영해 주지 못하는 교육부의 평가방식에 반발하거나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 중에서도 △강원대학교 △강원도립대학교 △상지영서대학교 등은 성명서를 통해 평가지표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고, △광양보건대학교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대전대학교 △수원대학교 등은 총장 및 보직교수들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수원대 관계자는 “지난해 평가를 바탕으로 올해는 입학정원을 16% 감축했고, 건물 신축과 교과 과정 개편 등 혁신 정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런 부분들이 평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평가된 2012년과 2013년 지표를 올해 평가 때 이중으로 반영했다.”며 평가과정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광양보건대 노영복 총장은 “우리는 3년 전 드러났던 설립자의 비리 사태 이후 감사도 받고, 교육부로부터 경영 개선을 위한 컨설팅도 받는 등 여러 개혁을 했다. 이제 이 효과가 보이는 시점에 교육부에서 3년 전의 상황을 다시 가지고 와 감점했다.”고 전했다.

 또한 강원대 관계자는 “1단계 정성평가 과정에서는 현장 평가를 해야 하는데 교육부에선 이를 실시하지 않았다. 또한 교육부 측에서 정해진 일정을 따르지 않거나 예정에 없던 D+ 등급을 만든것 역시 문제로 보인다.”라며 교육부에 항의할 계획임을 밝혔다.


A등급 맞은 대학들도 어리둥절해…오락가락 교육부의 평가기준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 계획을 처음 발표할 당시 A등급의 기준으로 교육여건 항목 △전임교원 확보율 △교사 확보율 △교육비 확보율 등에서 만점을 받아야하고, 나머지 지표에서도 각각 만점을 기준으로 80% 이상은 충족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로 A등급으로 선정된 대학 중 2015년도 교육여건 항목 전임교원 확보율 100%를 기록한 학교는 △서울대 △성균관대 △포스텍 △한림대 등 4곳뿐이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처음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A등급을 받을 학교들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노력하는 대학들이 많았고 이 대학들중 기준과 최대한 가까운 대학들을 모두 A등급으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본교 기획·평가팀 관계자는 “처음에는 본교가 A등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누구도 A등급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과가 나와 보니 A등급을 받게 돼 굉장히 놀랐다.”고 전했다.


정성평가,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지적 나와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이전과 달리 일부 항목의 계량화된 수치를 살피는 ‘정량평가’와 평가자 주관이 담긴 ‘정성평가’를 섞었다. 정성평가지표는 수치화하기 어려운 부문, 예를 들어 학사제도 관리나 학생 서비스 및 만족도 관리 등과 관련된 영역을 평가할 때 주로 사용된다. 좋은 점수를받기 위해 겉으로 드러나는 정량지표에만 신경쓰는 대학을 거르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번 평가 결과는 정량평가보다 정성평가가 큰 영향을 끼쳤다. 본교의 김바울 기획·평가팀 팀원은 “A등급을 받았지만 타 대학에 비해 본교 정량지표 점수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 말은 곧 정량지표에서 미세한 차이가 발생한 반면 정성지표에서 큰 차이가 벌어졌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강원대 김도경 대외협력본부장은 “본교는 정량평가 일부 항목은 만점을 받고 감점도 0.5점 이내로 당했다. 그런데도 D등급을 맞았다는 것은 정성평가에서 점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수치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특성상, 이번 정성평가가 객관적이지 못했다는 논란이 일고있다. 일례로 캠퍼스 통합 특혜논란 등으로 전 이사장과 총장이 법정에 선 중앙대학교는 이번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중앙대 관계자는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을 거둬 A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비리에 따라 차등적으로 감점했는데도 일부 대학은 다른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등급을 유지했다.”면서 구체적인 감점 사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이수연 연구원은 “교육부가기존의 수치 중심의 평가를 개선하겠다고 정성평가를 추가했는데 이 정성평가가 일정이 촉박해서 대학 방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면접평가로 대체되면서 대학들이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라며 정성평가의 한계점을 짚었다.


D·E등급을 받은 대학의 학생들 어쩌나…

 D등급 이하의 평가를 받은 대학의 학생들은 이번 평가로 인해 국가장학금 지급과 학자금대출이 제한된다. 이번 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수원대 학생들은 대학 본부와 총장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했다. ‘수원대학교 학생 자유 언론’이란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학교가 잘못한 것 때문에 왜학생들이 피해를 봐야 하냐.”며 “학교의 모든 고위 관계자와 총장은 반성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페이지에서 학생들은 “그동안 있었던 총장의 비리의혹과 학교 예산 부풀리기가 D등급 평가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총학생회 측은 “학교 운영의 책임은 본부 측에 있지만 결국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것은 학생들이므로 학교 측과 논의 후 교육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강원대 총학생회는 이번 결과를 통보받고 학생총회를 열었다. 학생총회에서 담당자 및 보직 교수들로부터 D등급을 맞은 원인을 듣고, 앞으로의 해결책에 대해 논의했다. 또한 총학생회 측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중단됐으니 일단 학교측에서 다른 장학금의 일부를 신입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하겠다고 했다.”며 “이렇게 되면 기존의 재학생들이 받게 되는 장학금은 줄겠지만, 신입생을 유치하는 것도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발전이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에 학생들을 위해 학교와 협력해 사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의 평가 자체를 비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대학의 공공성 실현을 위해 모인 대학생단체 ‘모두의 대학’은 지난 3일(목)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어 “이번 평가로 인해 재정지원이 없어지면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평가결과를 고려해 대학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 이는 오히려 대학 양극화를 조장하는 행위다.”라고 전했다.


교육부, “모든 상황을 고려할 순 없어…”

 이러한 사태에 대해 교육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성평가가 지나치게 주관적이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교육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성평가에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좋지 않은 점수를 받은 대학에서 주로 문제를 제기하는 편이다.”라며 “정성평가 부분도 애초에 대학들이 요구해서 도입한 것이고 공통된 표준으로 모든 대학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각 대학의 여건을 모두 반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또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해진 바는 없지만 최대한 대학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수렴해서 방향을 잡아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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