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하고금대총편람도(天下古今大摠便覽圖) -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고본의 세계지도는 크게 중국식 세계지도와 서구식 세계지도로 대별된다. 이 중 중국식 세계지도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고 그 주변지역을 매우 간략하게 그린 지도로, 조선 개국 전후 유입되어 오랫동안 조선사회의 세계관을 지배했다.

  이 <천하고금대총편람도>는 현전하는 몇 안되는 중국 중심의 전통적인 세계지도이다. 지도 발문에는 호조참판을 역임했던 유학자 김수홍(金壽弘)이 1666년 제작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지도는 세로 143cm,가로 90cm 규모의 목판으로 인쇄되었으며, 민간에서 제작된 세계지도로서는 비교적 큰 편에 속한다.

  지도 상단에는『 대명일통지(大明一統志)』 (1461년, 조선의 지리인식에 큰 영향을 줌)의 노정기(路程記)가 실려 있고 그 밑으로 만리장성을 두른 중국지도가 산천, 고적 명승, 인물 등과 함께 표기되어 있다. 중국 역대국가 명칭과 명나라 13성의 행정구역이 주기와 함께 상세히 표현되어 지도와 지지(地誌)적 요소가 어우러져 있다. 조선은 지도 대신 연혁과 8도 개황, 노정, 명산 등을 길게 써놓았다. 일본은 매우 작은 섬으로 그렸고, 남쪽에는 여인국, 유리국, 서쪽에는 서역, 서양국, 천축국 등이 표기되어 있다.

  이 지도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구라파국이마두(歐羅巴國利瑪竇)’라는 표기와 발문에 있는 이마두의 천체 관측법에 관한 설명이다. 이마두는 중국에서 서양선교사로 활약하며 수많은 세계지도를 제작했던 마테오 리치(Matteo Ricci)의 한자식 이름이다. 지도 제작자 김수홍은 마테오 리치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더욱이 서양국, 서역 등의 지명을 표기한 것으로 보아 세계지리에 대한 지식도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제작자가 중국 본토 중심의 세계지도를 고집하고 있다는 점에서 뿌리깊은 유학사상과 사대사상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중국식 세계지도는 비과학적인 중화의식의 산물이었으며 조선후기 실학이 대두되고 서양과학기술 문물이 유입되면서 점차 그 수명을 다하게 된다.

  조선후기 지도는 더 이상 특권계층만이 향유할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니었다. 조선과 세계의 지리지식에 대한 수요의 증가는 조선전기처럼 지도의 사장(私藏)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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