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학생들의 신뢰를 위해서 학생회비 사용 및 공개를 투명하게 해야…

지난해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는 전자‧정보공학과 학생회장 A군을 학생회비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A군은 학과 학생회비와 학과 점퍼 공동구매를 명목으로 해당 학과 신입생 109명에게 각각 20만 원씩 총 2,181만 원을 걷었다. A군은 이 중 약 1,600여만 원을 인출해 회식과 통신비 그리고 쇼핑 등에 사용했다. 

  지난해 수원대학교는 학생회비 횡령과 새내기 배움터 주관 업체로부터 리베이트 수수 등의 비리를 저지른 전 총학생회장 B군을 경찰에 고발했다. B군은 10개 단과대학에 행사비 등으로 지급할 예정인 약 8,000여만 원가량의 학생회비를 사적으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새내기 배움터 업체와의 계약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약 2,000여만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아 착복했다. 

  2013년에는 인하대학교 생활과학대 학생회장 C군이 약 700만 원가량의 학생회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도 있었다. 또한 C군은 학과 학생들로부터 학과 학생회비와 학과 점퍼 공동구매를 명목으로 걷은 142만 원을 회계에서 누락한 뒤 이를 횡령했다. 이에 인하대 생활과학대 학생회 관계자는 C군을 인천 남부경찰서에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학생들 학생회의 회비 사용 신뢰 못해…감사제도도 미비해

  이렇게 학생회 임원들의 학생회비 횡령사태가 잇달아 발생하자,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학생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수), 경기도 소재의 한 대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D군은 검찰청에 “총학생회는 학생회비 사용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D군은 지난달 29일(토),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 검찰청 민원신청이 완료됐다는 내용의 모니터 화면 캡처 사진을 게시한 뒤 “검찰청에 총학생회의 예산안을 보냈다.”며 “당당하다면 조사를 잘 받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D군이 이런 행동을 한 배경에는 해당 학교 총학생회가 홈페이지에 엑셀로 정리한 ‘2015년 3∼8월 학생회비 결산안’을 올렸지만, 정작 영수증이나 통장 내용 등 구체적인 회비 사용 내역 및 증빙 자료는 제외한 사실이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생회비 사용 내역에 대한 감사제도가 부족하다는 사실도 나타났다. 본지가 수도권소재 주요 대학 18곳을 조사한 결과 학생회칙에 감사시행세칙이 존재하거나 매년 정기적으로 감사를 진행하는 곳은 본교를 포함한 △건국대 △경희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인하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등 10개의 학교뿐이었다. 이외의 학교들은 학생회비 사용내역에 대한 감사를 시행하지 않고 총학생회 홈페이지나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통해 예‧결산을 공고하는 정도로 그쳤다. 감사를 시행하는 10개의 학교 중에서도 구체적인 감사 일정과 감사위원회 구성에 대해 세칙으로 제정한 곳은 본교를포함한 △서울대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한양대뿐이었다 서강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재정심의위원회를 통해 학생회비 예‧결산을 점검한다.”며 “하지만 재학생들이 학생회비 감사 시행에 대해 관심이 없다 보니 감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와 교육부, “학생 자치활동에 관여하기 어려운 실정”

  지난 3월, 교육부는 각 대학들에 △학생회비 자율납부에 대한 정확한 안내 미흡 △학생회비 4년치 선납의 문제 △학생회 회계 예・결산의 투명한 공개 미비 등에 관한 공문을 보냈다. 그리고 학교 본부 측에서학생회비 회수 및 사용 내역을 점검하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이 요청은 강제성이 없었다. 교육부는 “학생자치활동의 일환인 학생회비 사용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으며, 보냈던 공문은 단지 학생회비 사용과 관련한 민원이 많이 제기돼 이를 알리고 주의를 요하도록 하기 위했던 것이다.”라는 입장을 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회비는 학생들 자체적으로 금액을 책정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직접 규칙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며 “학생회가 전국적으로 몇 백 개 이상 되니 직접 관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대학 본부들도 교육부와 비슷한 입장이다. 전자‧정보공학과 학생회장이 학생회비를 사적 유용했던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의 학생팀 관계자는 “문제가 생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여해야겠지만, 애초부터 모든 학생회들의 학생회비 사용을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수원대학교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사실 학생회비와 관련해서까지 학교가 관여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한때는 직접 관여해보려고도 했지만 총학생회 측에서 학생들의 자치 활동영역이라며 이를 반대했다.”고 밝혔다.

  학생회, 신뢰회복을 위한 움직임 보여

  학생회비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학생회비를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부 대학 학생회들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조현준(전자정보·07) 총학생회장은 “작년에 발생했던학생회비 횡령사건 이후 전자·정보공학과 소속된 과학기술대는 자체적인 회계감사기구를 신설해 운영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횡령 사건 이후 선거 당시 공약이었던 학생회계자치특별위원회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조 총학생회장은 “학생자치회계특별위원회는 기구학생회(△총학생회 △총예비역회 △총여학생회)회계위원회와 단과대 학생회 회계위원회 그리고 일반학생들로 구성된 회계위원회로, 각 위원회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회계감사를 할 것이다.”라며 “지난해 있었던 학생회비 횡령으로 인해 학생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지만 철저한 회계 관리를 통해 다시 신뢰를 회복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인하대학교 총학생회 관계자는 “원래 감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특별감사를 진행해 더욱 투명하게 활동하려 한다.”며 “특히 이번 축제에는 리베이트 등의 뒷돈이 오가는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하기 위해 스폰을 일절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본교 총학생회도 올해부터는 한 해에 한번 시행했던 감사를 한 학기에 한번씩 시행할 수 있도록 감사시행세칙을 변경했다. 일 년에 한번만 감사하는 것은 학생회비 운용내역을 심도있게 살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총학생회 △총여학생회 △단과대 △동아리연합회만 감사했던 것을 학과 학생회비도 감사하도록 했다.

  학생회뿐만 아닌 학내 구성원 모두 노력해야…

  학생회비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생회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관심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감사 진행시 감사위원 등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해 감사위원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하거나, 예‧결산 보고를 주의 깊게 살피고 의문점이 생길 시 반드시 질의하는 것이다. 인하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감사 제도가 잘 시행되기 위해서는 감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일부 대학교들은 학생회비의 투명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수원대학교는 횡령 논란 이후 학생회가 참가하는 전체간부수련회에 학생 지원팀 교직원들이 동행했다. 수원대학교 관계자는 “전간수에 참여해 총학부터 각 단과대 학생회장들의 예‧결산 보고를 살펴보며 학생회비 투명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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