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킬로미터를 택시로 이동한다면 얼마의 요금을 지불해야할까.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를 택시로 이동하는 셈이 되는데, 한국에서는 이 정도의 거리를 택시로 이동할 엄두를 내본 적이없기 때문에 요금 계산을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방콕에서 이 도시까지 버스로 이동한다는 것은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하기 때문에 택시 기사와 과감히 ‘요금 협상’을 해본다. 외국인인 나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하는 택시기사와 최대한 요금을 깎아보려는 나의 실랑이는 십 여분이나 계속되고 결국 1,000바트(약 3만 3천 원)선에서 작은 협상은 마무리 된다.
   택시는 도심의 고가도로를 지나 총알처럼 달려 1시간 30분 만에 아시아최고의 환락도시라고 인정받는 파타야의 해변에 나를 내려놓는다.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른 얼굴로 손님을 맞는 이 도시는 한쪽 방향으로만 운행하는 썽태우(픽업트럭을 개조해서 만든 운송수단)를 닮아서 스스로 지나간 길의 뒤를 절대로 돌아 보는 법이 없다. 낮이 밤을 돌아보고 밤이 낮을 돌아보는 순간 낮과 밤은 메두사의 머리를 본 것처럼돌로 굳어져 깨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파타야에서의 낮과 밤은 서로를 외면하며 동질성을 부정한다.
   해변을 중심으로 늘어선 최고급 호텔과 쇼핑몰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볼 수 없는 거대 자본이 만들어 낸 인위적인 남국(南國)의 정취를 뿜어내는데, 처음에는 이 곳이 마이애미인지 하와이인지 분간조차 어려웠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휴양지이자 군사 기지로 사용되었던 파타야는 원래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파타야에서 미군은 이미 떠났지만 좋고 나쁜 것의 의미를 유보(留保)하는 불교철학과 미군이 남겨놓은 싸구려 ‘American way’는 환락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생명체를 잉태시켰다.
  환락은 새로운 환락을 돌리는 바람개비와 같이 파타야의 밤을 화려하게 돌려대고, 사람들은 큰 돈과 작은 돈을 뿌려가며 더욱 강렬하게 재구성된 환락의 소비자가 된다. 길거리를 활보하는 트렌스젠더의 호객행위에 외설(猥褻)은 일상으로 자리 잡고 퇴폐는 당연한 것이 된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 도시에서 윤리의 굴레의 던져버리고 잠시 마취에 빠진 듯싶다. 경쾌한 음악은 쾌락을 증폭시키는 촉매제 일 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하거나 하등(下等)하게 들리지 않는 것은 파타야가 가진 매력의 도움일 것이다.
   강렬한 적도의 태양이 작열하는 파타야의 낮은 레저와 맛난 음식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제트스키와 패러글라이딩, 바나나 보트를 즐기는 사람들의환성과 일일이 종류를 열거할 수 없는 길거리 음식들. 어느덧 흙먼지가 날리는 길가에서 현지인들과 똑같이 쌀국수를 말아먹는 나에게 수인성 전염병에 대한 공포 따위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한 달 동안 지속된다는 헤나 문신을 팔뚝에 새겨 넣는 과감성은 파타야에 도착한 지 단 이틀 만에 굳게 자리를 잡는다.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은 이 도시에 기생하는 환락은 결국 인간의 욕망이 만든 풍선과 같은 것이지 이 어촌 마을에 태생적으로 내재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환락은 무엇이며 환락이라는 이름의 짧은 자유를 맛보는 사람들은 누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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