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 지난 3월, 통계청은 청년실업률이 공식적으로 10.7%를 기록 했다고 발표했다. 청년실업률이 두 자리 수로 집계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1.5%) 이후로 처음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이 공식적인 실업률은 비경제인구 등을 제외한 것인데, 그렇다면 실질적인 실업률은 과연얼마나 높은 것일까?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활용한 청년실업률 분석결과’에 따르면 통계청의 기준 데이터를 근거로 산출한 체감 청년실업률은 22.5%였다. 뿐만 아니라 많은 취업자들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정도의 계약직이 대부분으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진 청년들은 10명 중 2~3명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청년들의 눈높이’다. 특히 보수적인 정치인들에게서 이런 말이 많이 나오는데, 그들은 청년실업이 문제라고 인정은 하지만 한국의 청년들도 높은 급여 및 복리후생 등 너무 양질의 일자리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국내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직원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른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안달이다. 구인과 구직이 따로 노는 미스매치다. 그 공백을 외국인 근로자들이 메운다.”(이명박 전 대통령), “취업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다들 대기업에 가려하지 중소기업에는 안 가려 한다. 중소기업은 일 년 열두 달 사람을 못 구하고 있다.”(김무성새누리당 대표) 이 지적들은 언뜻 타당해 보인다. 실제로 중소기업에서는 구인난을 겪고 있고, 20대 청년들의 대부분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또는 공무원 등 급여가 높거나 안정된 일자리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지적을 하는 사람들은 청년들이 왜 이런 직장들만 요구하는지에 대해선 생각 해보지 않는다.

  한국의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만을 원하는 이유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아주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이 특수한 상황은 세계적으로 높은 대학 진학률과 등록금 수준이다. 대학 진학률은 84%에 달하며 등록금 수준은 미국 다음으로 높다.(국가 및 학교의 지원 등을 종합해 실질적으로 고려해보면 세계 1위라는 얘기도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대학생의 1년 평균 등록금은 Δ인문사회계열: 646만 원 Δ자연과학: 777만 원 Δ공학: 729만 원 Δ예체능: 830만원 Δ의학: 1,023만 원이다. 이 등록금에 식비 등의 거주비용을 합해 대학생 한 명이 졸업할 때까지 들어가는 평균 비용은 약 8,510만 원이다. 뿐만 아니라 취업을 준비하는 데에도 약 150여만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이렇게 일억 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높은 일자리의 수준을 바라는 것이 과연 눈높이가 특별히 높아서일까? 이런 고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사회 구조는 외면한 채 청년들의 눈높이만 나무라는 것은 잘못된 지적이다.

  그리고 정부의 정책수립 및 재원배분과정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리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경제개발시대였던 1960~70년대의 모든 경제정책의 핵심은 주요 산업부분의 대기업을 육성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따라서 많지 않던 자원들을 모두 대기업들에 배분했다. 이러한 대기업 위주의 성장전략으로 인해 외형적으로 국내 경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 국내 총생산액과 1인당 국내소득이 세계 10위권 수준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게는 소홀한 경제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며, 이 구조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전체기업 중 99.9%가 중소기업이며, 여기서 전체 고용의 88.2%이상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 경제의 가장 중요한 위치인 중소기업의 지원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가장 바라는 자금 지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금융기관을 독려해 이들이 기업에 자금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간접지원 제도를 활용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대기업들의 횡포와 기술 및 인력 유출에 시달리고 자본금과 담보, 매출 등의 부족으로 항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중소 기업들이 과연 청년들이 원하는 수준의 급여를 줄 수 있을까?

  경기가 호황인 상황에서의 청년실업은 더 안정적인 직업과 높은 급여를 위한 이직 과정에서 생기는 과도기적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불황이 지속되며 성장을 위한 출구 역시 보이지 않는 시대에서의 청년실업은 청년들에게 사회적인 압박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키운다. 이는 청년들이 자칫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위험을 낳는다. 청년들의 자살률이 10년 사이에 5배 이상으로 폭등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급증하고 있는 사회적인 범죄들 역시 어두운 이면일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하는 건 가히 폭력에 가깝다.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눈을 낮추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들에 대한 이해와 이를 해결하기위한 노력을 동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임금피크제나 공공인턴 확대제 등 수박 겉핥기 식의 정책이 아닌, 우리 청년들에게 정말 진심으로 와 닿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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