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의 리베이트 부정은 대학가에서 끊이지 않는 문제 중 하나이다. 리베이트는 대금을 부풀려 사업자에게 지급한 후 일부를 돌려받는 불공정한 거래이다. 이 불공정 거래가 언제부턴지 모르게 대학가에서도 횡행했는데, 주로 축제 등 큰 행사에서 나타난다. 형식은 이렇다. 총학생회가 축제를 준비해주는 이벤트 기획사와 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작게는 수백 만원에서 크게는 수천 만원까지 리베이트를 받는다. 이는 행사에 필요한 예산 금액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본교도 얼마 전 가을축제를 열었다. 올해 축제에는 약 1억 4천여만 원이 투입됐다. 규모가 큰 대학의 경우 몇 배는 더 들어간다고 하니, 리베이트가 오간 다면 그 금액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사실 계약을 맺는 과정만 공정하다면 리베이트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정부나 기업 그리고 학교 등은 이를 위해 고액의 계약을 할 때 지켜야 할 내부 규정을 갖추고 있다. 본교도 사업체와 계약을 맺거나 물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 방법과 절차에 관한 규정을 명시해 놓았다. 공사는 5천만 원 이상, 물품 구입은 3천만 원 이상은 공개·경쟁 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원칙적으로 수의계약을 할 수 없게 해 계약을 임의로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차단한다.

  안타깝게도 본교 총학생회 회칙에는 이 규정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이는 우리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대다수의 학생회들도 이에 대한 규정을 갖추고 있지 않다. 관행대로만 일을 처리해오다 보니, 규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아직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규정이 없으면 임의로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리고 이 여지는 리베이트 등의 문제를 낳는다.

  다행히 올해 본교 총학생회는 축제를 위해 이벤트 업체를 공개입찰에 붙였고, 최종 심사 대상인 6개의 업체 중 하나로 결정했다. 주류 및 물품을 납품하던 회사 역시 작년에 납품했던 회사보다 더 저렴한 단가를 제시한 회사로 교체했다. 그러나 계약의 투명성을 매해 바뀌는 학생회의 양심과 인식의 수준에만 기댈 수는 없다. 계약을 하면서 지켜야 할 기준을 명확하게 만들어 놓지 않으면 학생회가 바뀔 때마다 계약방식도 손바닥 뒤집듯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총학이 축제 이벤트 업체를 선발하기 위해 공개입찰을 했다고 하지만, 내년에는 다른 총학이 수의계약을 해 지인 업체에 일을 몰아주거나 리베이트를 받을 수도 있다. 지켜야 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외에도 기준이 없어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은 많다. 검증되지 않은 병원 및 학원, 그리고 각종 회사에서 리베이트를 미끼로 홍보 등을 요구해온다.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면 잘못됐다는 인식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이 생긴다.

  따라서 본교 학생회는 리베이트가 오갈 수 있는 환경을 애초부터 근절할 수 있도록 학생회칙에 구매 및 계약과 관련한 규정을 넣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예산의 일정 부분 이상 금액이 오가는 계약은 반드시 공개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그 과정과 결과 역시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의도가 불분명하고 공인되지 않은 단체의 홍보 등은 아예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규정도 고려해봄직하다. 더 좋은 방안 들은 학생회들이 머리를 맞대면 생각해 낼 수 있다. 윤홍준 총학생회장은 “금액이 큰 계약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면 학생들이 불신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들을 명시해야 한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고 있었다. 투명한 학생회를 만들기 위해서 고민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생각해보면, 본교 학생회에 대한 감사 제도는 총학생회부터 학과 학생회까지 체계적으로 잘 구성돼 있다. 구매 및 계약 관련 규정들을 만들어 놓으면 감사의 기준이 더 명확해져 심도 있는 감사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감사 제도도 다른 대학 학생회들보다 한 발 더 앞서 나가고 있다. 이에 이 규정들까지 수립한다면 한층 더 신뢰받는 학생회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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