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소재분야의 재원이 되려는 (주)재원의 신정욱 대표

(이 기사는 화학공학과 11학번 박현식 학우가 투고한 원고입니다.)

 

꿈이란 무엇인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취업난이 심해진 지금 20대들에게 꿈이란 그저 뜬구름 잡는 소리일까? 원피스의 루피처럼 ‘해적왕’이라는 원대한 꿈을 가진 사람은커녕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다.

루피처럼 원대한 꿈과 좋아하는 일이 없는 상태에서 자소서를 쓰면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라는 메아리만 들려오고 자소서가 아닌 한편의 ‘자소설’이 완성된다. 물론 붙으면 장땡이긴 하다만 억지로 꾸역꾸역 들어간 회사에 과연 애정이 있을까?

물론 원대한 꿈을 가지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상당히 어렵다. 나이가 어릴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은 사람들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가 말 하였듯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한다.

오늘은 공고 전기과 출신의 어린청년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벤처기업의 CEO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들어보려고 한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았음에도 원대한 꿈을 가지고 노력하여 부품 소재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 CEO로 활약하고 있는 (주)재원의 신정욱 대표를 만나보았다.

 

(주)재원 신정욱 대표

 

재원은 어떤 회사입니까?

(주)재원 신정욱 대표
재원은 좌표로봇에 해당하는 스테이지 개발 및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부품소재 분야의 벤처기업입니다. R&D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 5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특허와 각종 인증서, 해외 M&A등을 이루며, 축적된 기술력을 인정받아 원천기술을 많이 보유한 독일, 일본에 역수출을 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스테이지란 제품이 생소한데 스테이지란 무엇입니까?

스테이지란 쉽게 말하자면 미니 좌표로봇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손으로 부품을 제대로 정렬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스테이지가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움직이며 위치를 정밀하게 조정해줍니다. 스테이지는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분야의 제조 공정과 각종 검사 공정에서 대상물의 정밀한 위치결정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어 제품의 불량 감소와 품질 및 생산성 향상에 핵심 역할을 합니다. 적용분야는 스마트폰,반도체, 베터리,광학,의료장비 등의 검사장비 입니다.

 

(주)재원은 어떻게 설립하셨습니까?

저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공고에 진학을 하였습니다. 19살때부터 전기기술분야에 입사해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학공부를 병행하며 주경야독을 하였습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언젠가는 세계 수준의 기술을 가진 R&D를 이끄는 CEO가 될 것이라는 꿈을 가지고 IMF 직후에 대학졸업과 함께 일본 유학을 결심하였습니다. 일본을 선택한 이유는 막연히 듣기만 하였던 일본의 뛰어난 기술력을 직접 몸소 체험해 보는 것, 로봇분야의 선두주자인 일본의 문화를 먼저 이해 해야한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일본 유학 후에는 엔지니어의 취약점인 마케팅을 배우기 위하여 대기업 로봇사업부에서 분사한 W사에 입사해 해외마케팅을 거처, 기술마케팅 일을 하였습니다. 동분야 약 10년 정도 일한 뒤, 일본상사에서 마지막 경력을 쌓는 과정에서 원천기술에 해당하는 부품소재를 한국등에 수출했는데 한국에서는 그 부품소재가 좋은 아이템이면 대리점을 잡으려고 혈안이었지요. 한국에서는 소재 및 부품을 수입하려는 업체는 많은데 실제로 국산화하여 대체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제품을 만들려면 투자가 따르니 리스크 때문이겠지요. 퇴사 후, 어렸을 때 꿈인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CEO가 되기 위하여 회사를 나와 (주)재원을 설립하였습니다.

  

사업하면서 힘들었던 점과 보람찼었던 점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초기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사업자금입니다. 은행을 찾아가 대출받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은행은 담보,재무제표, 대기업과의 거래실적을 원했지만, 저희는 기술과 열정 밖에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매출은 얼마 안 되는데 R&D 투자비용만 높았습니다. 없는 살림에 연구소 엔지니어 충원을 하고 미친짓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은행마다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고, 그때부터는 사업을 시작한 뒤로 잠을 3~4시간이상 자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더욱더 R&D에 미친 듯이 집중을 하였습니다.

설립 3년차에 일본 수출에 성공하였습니다. 우리가 직접 만든 자식 같은 제품이 원천기술국인 일본기업에게 인정받은 것이라 더 의미가 컸던 것 같습니다. 일본 역수출을 계기로 대기업과 거래를 하게 되었고 일본,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를 비롯하여 유럽시장까지 진출하였습니다. 요즘은 실적이 많이 쌓이다보니 은행에서 먼저 찾아와 벤쳐기업의 애로사항을 묻기도 합니다.

 

해외 에이전트 대표에게 설명하고있는 신정욱 대표,

 

처음에 어떻게 일본에 수출을 하게 되었습니까?

첫 번째 특허를 획득하였을 때 국내 대기업을 컨택 하려하였지만 신생업체를 눈여겨보는 기업들은 없었습니다. 계속되는 개발투자비와 회사 유지비 때문에 은행에 대출을 신청해도 거부되었고,딱 죽고싶은 배고픈 ceo의 심정 이었습니다. 생각을 바꿔 ‘원천기술 보유국인 일본에 수출을 성사시키려고 불철주야 뛰었습니다.

그래서 샘플과 특허증을 들고 일본에 가서 제품을 소개하였지만 그들 역시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시도하였고 끝내 일본에 역수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10년 지기 일본엔지니어 친구들이 저의 열정을 믿고,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당시 일본에 큰 지진이 났었는데 다들 일본에 가기를 꺼려하였습니다. 저는 이때 일본에 가서 다시 제품을 설명 하였습니다. 일본 관계자들은 ‘지진이 났는데도 올 열정이면 기술보다 CEO의 열정을 보고 한 번 검토해 보겠다.’ 라고 하였고 테스트 결과 제품을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 제품이 동 분야 원천기술국에 수출한 최초의 부품소재 (동분야 : 스테이지)수출 제품입니다.

 

재원이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입니까?


신뢰를 중요시합니다. 신뢰란 위험을 감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여러 변수로 인해 위험에 빠질 수 있는데 이득을 주는 것이 신뢰가 아닌 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원자들의 성실성을 봅니다. 학력,성적,자격증 등 표면적인 스펙보다는 생활기록부 및 학점을 통해 출석, 지각 등의 성실성을 중요시합니다. 같이 생활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을 알 수 없겠지요. 그래서 학창시절 개근상 한번이라도 타본 사람을 선호하는데, 거의 사회생활에서 그 성실성이 나타납니다.

 

(주)재원의 채용공고, 신정욱 대표 특유의 위트를 엿볼 수 있다

 

스펙보다 성실성을 보시는데 입사한 직원들을 어떻게 교육시키십니까?


대부분의 공대생은 학교에서 전공분야 공부를 하지만 취업을 하면 회사가 처음부터 다시 가르칩니다. 실무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지요. 2년 정도 기술을 먼저 가르칩니다. 그 이후 3년차부터는 언어 능력이나 마케팅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집중 교육을 시킵니다. 저희 회사 신입사원은 외국어 능력을 배양하기 위하여 아침에 20분 정도 일찍 출근합니다. 선배에게 영어 중국어 일본어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 실무에 최적화된 언어 교육을 받고 1년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수준의 언어 구사 능력을 갖추게 합니다. 입사 3년차에는 외국 바이어를 상대로 미팅을 할 수 있게끔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마케팅 능력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우게 합니다. 제가 해외 출장 갈 때 1년차 직원을 데려가서 현장을 몸으로 느끼게 합니다. 시야가 넓어질 뿐만 아니라 언어의 중요성 그리고 마케팅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해외 출장을 갔다 온 뒤로 적극적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공대생들의 약점인 프리젠테이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혹독한 훈련을 통해, 제품 설계는 물론 해외 바이어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능력과 마케팅 스킬을 갖춘 글로벌 인재, 두루두루 능력을 갖춘 CEO급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새로 뽑은 신입 엔지니어와 같이 찍은 사진

 

대표님의 꿈은 무엇입니까?

어렸을 때 꿈은 벤쳐기업 CEO였습니다. CEO가 되고 나서 가진 꿈은 저 같은 CEO 10명을 만드는 것입니다. 10년후 그 10명에게 재능을 기부하고자 합니다. 10년 정도 일하면 실력은 많이 쌓였겠지만 경영능력에서는 초보자 수준일 것입니다. 저희 직원들이 사장이 되어 재원 정밀, 재원 엔지니어링, 재원 물산 등 계열사 사장이 되면, 저는 일선에서 물러나 계열사의 경영 고문 역할을 하는 재능기부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쌓은 노하우와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그들이 사장으로써 첫 발을 내딛을 때 옆에서 도와주는 엄마 역할을 하는 것이죠.

경영 고문을 하는 동시에 저는 대학 강단에 서고 싶습니다. 1주일에 반은 강단에 서고 반은 회사에 나가 일을 하고 싶습니다. 강단에 서서 강의를 하게 되면 그때 가서 또 다른 꿈이 생기겠죠.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하여 벤처중소과 박사과정에 입학해 열심히 공부도 합니다. 또다른 꿈을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한국 산업 발전과 사회에도 공헌하는 진정한 벤처기업인이 되고 싶습니다.

 

지역 대학에서 대학생들에게 강연을 하는 신정욱 대표의 모습

 

자서전을 쓰고 있다고 들었는데?

네 맞습니다. 꿈을 위해 벤처기업을 설립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직 미완성인데 10년이 되어야 완성되겠네요. 이제 5년차입니다. 단순히 내가 어려움을 딛고 이렇게 되었다! 라는 내용보다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회사를 운영하면서 겪게 되는 감정과 선택 등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책에 주인공은 회사설립 초기부터 나와 함께해 온 모든 직원들입니다. 도중에 퇴사한 직원도 있고 , 중간에 들어온 직원, 중간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직원, 설립초기부터 지금까지 같이 성장해 나가는 의리있는 직원. 면접시 나의 소견과 퇴사시 사유, 직원의 성장하는 모습, 개인과 회사가 같이 성장하는 모습 등 꽤 상세하게 일기를 씁니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꿈을 가져야합니다. 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비교하였을 때 처음에는 차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0년 뒤에 모습은 확연히 다를 것입니다. 꿈이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공부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확고한 꿈을 가진 사람들은 지금 당장 다른 사람들이 자기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꿈이 없는 학생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꿈이 없다면 찾아야 합니다. 얼마 전에 회사에 신입사원이 들어왔습니다. 사원의 전공은 산업디자인으로 기계설계, 로봇 설계하는 엔지니어와는 많이 다릅니다. 디자인을 전공한 후 일을 시작하였지만 단순히 제품을 시각화하는 것 보다 자신이 직접 설계를 하여 그 제품이 구동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답니다. 그래서 열심히 찾아보던 중 로봇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사원을 채용한 저 뿐만 아니라 그 사원의 입장에서도 무모한 결정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면접당시 ‘이 분야는 정말 힘들고 지금 가진 예쁜 손이 많이 망가질 것’이라고 단념시키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사원은 ‘저는 이쪽분야에 대한 꿈이 있기 때문에 만약 여기에서 뽑아주지 않는다면 같은 분야 다른 회사에 가서 일 할 것입니다.’라고 하였고 저는 이 친구가 비전공자지만 확고한 꿈이 있기 때문에 한 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쪽 분야에 대해 지식이 전무 한 24살 이 젊은 친구를 회사에서 교육시켜서 10년 후 로봇 업계 최초의 비전공자 출신 여자 CEO 가 되어 한국산업발전과 사회에 공헌하는 큰 사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통하여 자신의 꿈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무모하게 보여도 이 사원처럼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당연히 실패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 선택으로 인해 날려버린 기회비용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경험이 언젠가는 반드시 여러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당시에는 실패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다른 어디선가 중요하게 작용한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의미 없는 일은 없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도전해 보십시오. 즐기며 할 수 있는 일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어떤 위치에서든 어느 지위에서든 좋아하는 일이 자신의 전문분야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신정욱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노력하라 열심히 하라 라는 말을 강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노력을 많이 했을 신정욱 대표인데 이런 말을 안했다는 것은 노력보다 꿈이 더 상위개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꿈이 있으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을 하기 때문에 굳이 노력하라고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꿈을 가지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제안서를 쓸 때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컨셉이 부실하면 아이디어가 힘을 받지 못한다.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단순히 남들이 하는 토익 자격증 대외활동을 따라하면 다른 사람들이 쓴 제안서들과 다를 바가 없다.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꿈이라는 컨셉이 탄탄하면 이런 활동들을 왜 했는지 설명이 되고 이에 멈추지 않고 자발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우리가 루피처럼 해적왕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신정욱 대표처럼 상황에 구애받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만큼에서는 원대한 꿈을 가지도록 노력해보자.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