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났다. 요즘 도플갱어 찾기가 유행한다고 하던데, 나도 찾았다!(필자는 구 자철 선수와 닮은 꼴) 독일 교환학생을 위해, 사실은 잃어버린 형(?)을 찾기 위해 1 년을 고생했는데 정말 보람을 느낀다.

  아우크스부르크 경기장 맨 앞좌석에서 태극기를 들고 경기를 관전했다. 옆에 있 던 많은 관중들이 태극기를 들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Koo, Koo’라고 말했다. 우 리나라 선수 이름과 그 선수의 국적까지 제대로 알고 있는 독일 관중들을 보며, 한 국인으로서 뿌듯함을 느꼈다. 앞으로 다양한 한국 선수들이 외국으로 진출해 우리 나라를 많이 알렸으면 한다.

  흥미로운 점은 여성과 노년층 관중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는 여성 축구팬 보는 것만 해도 신기할 정도였는데, 이곳은 경기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많은 여성과 노년층 관중을 볼 수 있었다. 역사가 깊은 구단이 많고 축구와 이들의 삶이 밀접하다는 사실이 더욱 와 닿았다.

  이날 아우크스부르크 팀은 패배했다. 경기 내용은 답답했다. 가장 큰 문제점을 꼽 아보자면 중원에서 잡아주는 선수, 즉 플레이메이킹을 하는 선수가 없다. 공격 전개 방법이 무조건 측면으로 볼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뒤에서 볼을 돌렸다가 오른쪽 중 앙 수비수가 왼쪽 윙을 바라보고 길게 패스하는 것이 전부다. 빌드업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개인플레이 위주의 공격만 한다. 그래서 구자철이 핵심 선수 라고 할 수 있다. 구자철은 공격형 미드필더이지만 본인의 위치에서 조금 더 내려와 중앙에서 볼을 잡는 수비와 공격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장에는 나 말고도 관람하는 한국인들이 더러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그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한 여성은 현지에 와서 봐도 영상으로 보던 경기와 마찬가지로 답 답하다고 전했다. 나는 오히려 영상으로 볼 때가 더 나은 것 같았다. 경기장에서 직 접 보니 위에서 짚은 문제점들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경기가 끝난 후에 선수들은 응원하러 온 팬들에게 다가와 인사하며 답례를 해줬 다. 그때 나는 태극기를 들고 구자철 선수를 응시하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그랬더니 구자철 선수는 나를 보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이게 바로 태극기의 힘이 아닐까. 이 역만리 타국에서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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