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밥나무

머리에 뿌리가 돋았어. 처음엔 혹인 줄 알았는데, 머리 감을 때마다
자라더라고. 신기했어. 이상했지. 기묘한 사건이었어.
간혹, 뿌리에 리본을 맨 소녀와 마주치기도 했어.
모두의 머리에 뿌리가 자랐어. 빗속 씨앗이 우산을 잊은 사람들
머리 위로 내려앉은 게 아닐까. 나는 우산을 잊은 적이 없는데.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어.

뿌리가 소녀의 키만큼 자랐어. 곳곳에서 시멘트를 걷어내는
작업이 시작됐어. 흙을 찾은 사람들은 몸을 거꾸로 세운 채 머리를
내리꽂았어. 사람들은 햇빛을 받기 위해 모두 신발을 벗었어.
그렇게 하나, 둘 물구나무섰어. 빽빽이 선 물구나무들 사이에서
소녀의 작은 발바닥이 보였어. 허리를 숙이고,
손바닥을 딛고, 다리를 띄우고, 척추를 세우고,
머리가 닿으면, 아.

발바닥으로 덮인 별은 빛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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