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추석이 다가오면 설레는 마 음으로 추석 음식과 새 옷을 기다린 적 이 있었다. 지금과 달리 어려운 시절이 었던 그때는 추석이나 설이 되어야 새 옷을 선물 받을 수 있는 그런 시절이었 다. 그런데 모두들 고향으로 떠나고 성 묘를 간다고 하는데 우린 고향도 가지 않고 성묘도 하지 않았다. 대신 나들이 를 갔다. 나들이 장소는 항상 임진각이 었다. 

  6.25 때 고향을 떠나 남한으로 오신 분들이 많다. 우린 이런 분들을 실향민 또는 이산가족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6.25 이후에도 많은 분들이 고향을 떠 나 남으로 오고 있는데 이런 분들을 우 리는 탈북자 또는 새터민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고향을 떠나온 이유는 많지 만 대다수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여 떠나온 분들이다. 오늘은 이분들에 대 해 살펴보고자 한다. 탈북한 분들의 지 역 분포를 보면 주로 중국과 인접한 압록강, 두만강 유역의 함경북도, 양강도, 자강도와 평안북도 출신이 대부분이고 강원도, 황해도와 평양 출신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이것은 북한 내에서는 여 행이 자유롭지 못하여 국경지역에서 먼 곳에 거주하는 분들은 탈북이 어려웠기 때문이며, 국경 인접지역은 이동이 용이 하고 외부 소식이나 문화가 쉽게 전파되 어 탈북에 대한 유혹과 확신을 갖게 했 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탈북한 분들의 사회적 신분을 보면 상류층은 극히 드물고 중산층 이하 어 려운 환경에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특권계층으로 분류되는 평양 출신은 많지 않은 편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우 리는 탈북자들이 모두 남한으로 오기 위하여 탈북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다. 북한을 떠나 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남한으로 올 목 적으로 탈북하는 사람과 중국에서 식 량을 구하거나 돈을 벌어서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한 사람으로 구별할 수 있 다. 따라서 현재 중국에 체류하는 탈북 자들이 모두 남한으로 오기 위해 중국 에 체류한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그들 중에 상당수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일부는 미국이나 호주, 영국 등 서방국가로 망명하 고 있다. 탈북자들은 어떤 루트를 통해 한국까지 오는가? 탈북과정을 구분해 보면 우선 북한에서 중국으로의 탈북, 중국에서 제3국으로 월경 그리고 다시 제3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과정으 로 구분할 수 있다.

  북한에서 중국으로의 탈북은 대부분 전문 브로커들의 도움을 받아 이뤄지는 데 이들은 북한 국경수비대 군인을 매 수하거나 자신들이 개척한 비밀 월경 루 트를 이용한다. 그러나 자력으로 탈북하 는 경우도 많은데 여름에는 녹음을 이용 하여 강폭이 좁고 얕은 물가로 이동하여 건너거나 겨울에는 강이 얼고 눈이 내리 면 어두운 밤에 햐얀 천을 뒤집어 쓰고 눈 위를 걸어서 월경한다고 한다. 

  중국에서 제3국으로 월경은 예전에는 밀항선을 타거나 제3국 비행기를 이용 하여 간단히 이동하곤 했는데 탈북자들 이 급격히 증가하고 주요 인물들이 남한 으로 귀순하자 북한이 중국에 강력하게 항의하여 중국이 입출국을 전산화하는 등 국경을 철저히 봉쇄함으로써 매우 어 려워졌다. 더욱이 중국 당국이 탈북자들 을 색출하여 북한으로 송환함으로써 탈 북자들의 고충은 배가 되었다.

  이후부터 탈북자들은 목숨을 걸고 사막을 통과하여 몽골로 가거나 중국 남방지역 험한 산악지대를 넘어 미얀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로 탈출하여 한국으로 귀순하고 있다.

  제3국에서 한국으로는 외교적 경로 를 통해 조용히 입국하고 있는데 국가 에 따라 6개월 또는 1년 넘게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탈북과정은 강제노역, 인신 매매, 원하지 않는 결혼, 출산 등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비참하고 비인간 적인 대우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남한으로 귀순 이후에도 정신적인 고통 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6.25 때 고향을 떠나온 분들은 부모, 형제, 처,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을 평생 가슴에 안고 살고 있다. 지금 북한을 떠 나온 분들도 똑같은 아픔을 가슴에 안 고 살아가고 있다. 그들도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이 그립고 고향땅이 그리운 것이다. 남한 땅을 밟는 순간 그들은 실 향민이라는 또 하나의 커다란 고통의 멍에를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통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북한을 떠나온 이분들의 아픔을 우리가 따스 한 가슴으로 품어주는 것부터 시작하 는 것이 아닐까 한다. 또한 우리는 왜 통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답을 여기서 찾 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