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메이징’ 했다. 독일에서 가장 유명하고, 세계에서 10대 더비(라이벌) 매치 중 하나로 꼽히는 도르트문트와 샬케04 경기를 직접 봤다.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내 마음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을까? 기쁨은 무한하지만 이를 표현하기에는 너무 유한한 언어의 한계와 이 유한한 언어마저 다 알지 못하는 나의 부족함을 탓할 뿐이다.

  경기 시작 전부터 경기장 주변에는 수많은 관중들로 붐볐다. 경기장에서 독일인들은 나만 보면 “카가와”라고 외쳤다. 일본인 선수인 카가와 신지는 귄도간과 함께 도르트문트의 허리 라인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중요한 선수이기 때문에 독일인들이 나만 보면 왜 카가와를 외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나는 한국인이다.

  그런데 갑자기 내 옆에 있던 관중이 나에게 이곳을 방문한 것이 처음이냐고 물었다. 완전히 경기장에 녹아들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졌으리라. 그래서 처음이라고 답해줬더니 그가 나에게 다시 말한다. 이 엄청난 분위기를 느끼라고. 즐기라고. 그래서 그의 조언대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경기 분위기에 몸을 맡겼다. 타국의 경기장에서 느꼈던 어색함과 두려움을 잊고 그들과 함께 어깨춤을 추며 경기를 관람했다.

  경기는 3:2로 끝났다. 도르트문트의 승리였다. 도르트문트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기뻤다. 골을 넣고 세레모니를 홈팬들과 같이 할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승리의 기쁨을 다함께 만끽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점. 이 두 가지가 상당히 의미가 깊었다.

  하지만 도르트문트에서 뛰고 있는 숭실대학교 선배인 박주호 선수를 만나지 못해서 아쉬웠다. 시합이 끝나고 경기장 밖에서 2시간을 기다렸지만, 박주호 선수는 미리 경기장을 나갔는지 만날 수 없었다. 아마 대표팀 합류를 위해 일찍 떠났을 것이다. 나의 태극기 퍼즐이 아쉽게 완성되지 못했다. 그래도 아직 도르트문트 경기는 남아있다. 그러나 내가 머물고 있는 곳에서 너무 멀다. 가는 길도 너무 험난하고 힘들다. 과연 또 다시 도르트문트가 나를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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