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영어강의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본교의 경우 2013학년도 2학기에는 전체 전공 강좌수에서 영어강좌가 차지하는 비율이 15.5%였으나 2015년도 1학기에는 21.9% 까지 늘어났고, 2016년도에는25.8%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대학들은 왜 이렇게 영어 강의를 확대하고 있는 것일까요? 바로 대학 평가의 기준에 영어강의가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국내·외 대학 평가기관과 교육부는 영어강의 비율을 대학 경쟁력 중 하나인 국제화 지수의 주요 지표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영어강의를 확대하는것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처음 배우는 전공 과목을 우리말이 아닌 영어로 학습하면 오히려 이해도는 떨어집니다. EBS에 따르면 국내 일반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2천 4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55%가 영어강의를 수강한 경험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영어강의를 들은 학생 중 내용을 60% 미만만 알아들었다는 학생은 37%로 집계됐습니다. 영어강의를 들어 영어실력이 향상됐다고 대답한 학생은 25% 정도였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원활히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질문과 답변하기를 꺼려 수업 참여도가 낮아지게 됩니다.또한 영어강의는 대부분 절대평가로 이루어지는데 이를 악용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해도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안일한 태도로 수업에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강의는 교수와 학생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필요로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언어에 의한 장벽이 없어야 합니다. 대학이 지금처럼 계속 국제화 지수라는 표면적인 수치를 위해서만 영어강의를 늘린다면, 학생들의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입니다. 영어강의는 필요한 교수와 학생들만 하면 됩니다. 영어강의 비율에 연연해 억지로 하는 영어강의는 수업의 질을 낮추고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허울뿐인 영어강의보다는 학생들의 소양과 전공지식을 쌓는 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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