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인권영화제 기획단

지난 10일(화), 본교 총여학생회와 성소수자 모임 LGBT가 베어드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총여와 LGBT가 주최하는 ‘제1회 숭실대학교 인권 영화제’의 장소 사용 허가를 학교 측이 대관 전날에 취소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기자회견 이후 영화제는 그 자리에서 진행됐다.

  총여학생회는 지난 10월 13일(화), 인권영화제 행사를 위해 벤처중소기업센터 309호의 대관을 신청하고 허가를 받았다. 인권영화제에서는 동성애자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의 결혼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페어 웨딩’을 관람하고 출연자들과 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었다. 그런데 행사 개최 하루 전날인 지난 9일(월), 총여는 학생처 관계자로부터 ‘행사를 취소할 수 없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이에 총여가 불가능하다고 답하자 학생처는 ‘인권영화제의 내용이 우리 대학의 설립 이념인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교내 행사 및 장소 사용을 허가할 수 없다.’며 ‘차후라도 우리 대학의 설립 이념과 정체성에 반하는 일체의 행사는 허가할 수 없다.’는 공문을 총여에 보냈다.

  이에 총여는 그 다음날인 10일(화)에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가 일방적으로 행사를 취소했다고 규탄했다. 기자회견에는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LGBT 대표 SB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의장 아스토 △숭실대학교 제42대 인문대 前 김원중 학생회장 △한양성적소수자인권위원회 송기찬 위원장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정현희 집행위원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상임활동가 등이 함께했다. 조은별(사회복지·12) 총여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영화제를 학교 본부가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은 학생자치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자 학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다.”라며 “학교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고 학내 구성원을 보호할 임무를 방기했다.”고 말했다.

 

 
   
▲ '마이 페어 웨딩'의 주인공인 김조광수(왼쪽)·김승환(오른쪽)부부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소수자 인권 옹호 책무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 △학생자치에 대한 탄압 즉각 중단 △대관취소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총장실에 항의방문도 했다.

  본교는 총여가 장소 대관 신청 목적을 단순히 영화제라고만 밝혀 허가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생처 관계자는 “장소 사용 준수사항에 학교 운영방침에 맞지 않으면 학교 측에서 대관을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며 “장소 대관 신청 시 단순히 ‘인권영화제’라고만 칭해 허가했다. 하지만 영화제가 동성애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본교 이념인 기독교 정신과 어긋나기 때문에 처음부터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총여학생회가)대관 신청을 할 때 위 규정들에 동의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학생 자치 탄압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본교가 일부 기독교 단체의 압력으로 대관을 취소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A교직원은 “총장님이 여러 교회를 다니며 기부금을 모집하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기독교계를 신경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번 기자회견을 두고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회견에 참여했던 B학생은 “학교의 일방적 인 처사를 납득할 수 없다. 아무리 학교 이념에 맞지 않는다 해도, 자신들이 허가했던 장소 대관을 행사 전날에 취소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반면 C학생은 “기독교 이념에 안 맞아 취소한 것뿐인데, 기자회견까지 열고 학생 자치 탄압과 소수자 차별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잉대응 같다.”고 전했다. D교수는 “조용하게 행사를 진행하도록 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굳이 행사 전날에 대관을 취소해서 이렇게 시끄러운 문제로 만들어야 했는지 모르겠다.”며 “기자회견을 한 학생들도 문제가 있다. 회견에 참여한 주체는 대부분 이번 사태와 관련 없는 외부 단체들이었다. 일을 확대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끝마친 뒤 총여는 베어드홀 앞에서 ‘마이 페어 웨딩’의 야외상영을 강행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장소 사용을 취소했다는 연락을 받고 매우 화가 났다.”며“학교 측의 일방적인 대처로 야외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지만, 숭실대 학생들을 만나서 매우 반가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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