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장학금은 줄이고 저소득층 장학금은 확대해… 이에 대해 의견은 엇갈려

지난 10월, 고려대학교 엄재호 총장은 2016학년도부터 성적장학금 제도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엄 총장은 “장학금의 취지가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유인하는 수단적 가치에 머무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경제적 사정 등으로 학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집중시키겠다.”고 장학금 제도 개편 취지를 밝혔다.

  성적장학금의 전격적인 폐지는 고려대가 처음이지만, 최근 대학가에서는 전반적으로 성적장학금을 축소하는 추세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울 소재 4년제 사립대학 25개 학교 중 15개 학교가 작년에 비해 올해 교내장학금에 대한 성적장학금의 비율을 줄였다. 비율이 증가한 학교는 8개 학교였고, 2개 학교는 변동이 없었다. 성적장학금의 비율이 가장 많이 줄어든 학교는 13%가 줄어든 광운대학교였고, 가장 적게 줄어든 학교는 1%가 줄어든 동국대학교였다.

  성적장학금 줄이는 대신, 저소득층을 배려하는 장학금 늘려

  고려대는 2016학년도부터 성적장학금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근로장학금인 자유장학금과 가정환경이나 개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급하는 정의장학금, 그리고 학업·연구 성취도를 높여 학생 스스로 비전을 설계할 수 있게 하는 진리장학금 등의 지급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은 내년에 24억 원을 마지막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서강대학교는 지난 2014학년도 1학기부터 성적장학금의 지급액을 줄이고 복지장학금을 확대했다. 또 장학금 양보제도를 도입해 성적장학금에 선발된 학생 중 타 장학금과 중복 등의 사유로 장학금을 수혜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 경제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양보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는 장학금을 우선적으로 양보한 학생의 장학금수혜증명서에 성적 장학생으로 선발된 사실을 기록하고, 장학양보증서도 별도로 발급해 양보사실을 서류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화여자대학교는 올해부터 한 학기 성적이 3.75점 이상인 학생 누구에게나 50만 원씩 지급했던 ‘우수 2’ 장학금을 폐지하고 복지장학금과 학생의 미래설계를 지원하는 이화미래설계 장학금 등을 신설했다.

  메리트 베이스에서 니드 베이스로… 장학금 본래 취지로 돌아가는 것

  예전부터 장학금제도는 ‘필요한 사람에게 준다.’는 니드 베이스(Need Based)와 ‘성과의 보상으로 준다.’는 메리트 베이스(Merit Based)가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최근 대학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장학제도의 변화는 팽팽하게 맞섰던 두 의견이 ‘니드 베이스’로 기울고 있다. 서울대학교 김중한 학생처장은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라며 “그렇게 될 경우에 장학금의 유용도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또한 전북대학교 교육학과 반상진 교수는 요즘 대학가에서 불고 있는 장학제도의 변화는 장학금의 본래 취지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장학금을 주었다.”며 “그러나 본래 장학금은 능력이 있지만 경제적 배경 때문에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만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적장학금이 폐지되거나 줄어든다면 학생들의 학업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대학교 노영돈 학생처장은 “학생의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고 학업 의욕을 북돋아 주기 위해서 성적장학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학생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역차별한다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한양대학교 장학복지팀 관계자는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을 늘리는 것은 좋지만 대학은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학업성과에 대한 성적장학금도 유지해야 한다.”며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국가와 외부에서 장학금을 많이 지원해주지만, 성적장학금은 대학에서만 지원한다. 이를 줄이거나 없애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지원받을 곳이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학교가 성작장학금 폐지 방침을 발표하자 “장학금의 수혜자인 학생들과 논의하지 않고 제도를 개편했다.”며 “이는 학내 민주주의를 무시한 것이다.”라고 장학제도의 개편과정에 대해 비판했다.

  학생들의 의견은 엇갈려…

  장학금 축소에 대해 장학금의 수혜자인 학생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고려대 A(수학·15)군은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장학금은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건국대 B(상경·15)군은 “많은 저소득층의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장학금을 받으려는 이유가 학비를 감면받기 위해서다”라며 “학교에서 지원을 늘린다면 공부하는 학생들의 부담이 한결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연세대 C(화학·12)군은 “성적장학금을 줄이고 저소득층 장학금을 늘린다는 취지는 좋다.”며 “하지만 성적장학금의 축소가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본교 D(정통전·12)군은 “열심히 공부해 성적장학금을 받으면 ‘돈을 벌었다.’는 생각보단 ‘열심히 공부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 뿌듯한 마음은 다음번에도 학업에 열심히 임할 수 있는 동기가 된다.”며 성적장학금 축소 및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본교는 성적장학금 개편계획 아직 없어

  많은 대학에서 성적장학금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본교는 이러한 추세를 따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본교는 164억 원의 교내 장학금 중 성적장학금은 41억 8천만 원으로 교내장학금에서 성적장학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5%였다. 올해도 그와 비슷하게 교내장학금 156억 원 중, 성적장학금은 41억 8천만 원으로 성적장학금이 약 26%를 차지했다.

  장학팀 관계자는 “성적장학금은 그 해 재학생 수와 등록금에 따라 변화한다.”며 “매년 비율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 성적장학금은 축소 없이 올해와 동일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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