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는 11월 13일 금요일 밤 파리에서 IS의 테러범들이 저지른 잔혹한 테러행위를 응징하고, 후속 사건을 막기 위해 총력을 모으고 있 다. 각국의 언론은 IS의 본거지에 대 한 공습과 테러범들을 추격하는 기 사들을 연일 머리기사로 올리고 있 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에게는 이 소 식이 어떤 모양으로 전달되고 있을 까? ‘파리 테러’ 사건을 다루는 데서 도 북한 언론, 나아가 정권의 특성이 나타난다.

 북한은 사건 발생 이틀 후인 15일 프랑스 외무장관에게 위로전문을 보 내 테러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프 랑스가 하루빨리 평화와 안정을 회 복하기를 기원하였다. 그날 밤 9시에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을 통 해 “프랑스에서 테러공격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해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 (연합뉴스TV 인용)”고 첫 보도를 하 였다. 이어서 18일 밤 8시 ‘조선중앙 TV’는 뉴스시간 말미에 「프랑스 빠 리에서 련속적인 테로 공격 사건 발 생」 자막으로 3장의 사진과 함께 20 초에 걸쳐 다음과 같이 방송하였다. “얼마 전 프랑스 빠리에서 무장괴한 들이 도시 중심부에 있는 한 극장에 뛰어들어 100여 명의 인질들을 무참 히 살해했습니다. 이와 거의 때를 같 이하여 축구경기장 주변에서 여러 차례 폭탄폭발이 일어났으며 일부 식 당들에서는 총격전이 벌어졌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150여 명이 목숨을 잃 었다고 합니다.”

 위의 동향에서 북한이 이 사건을 매우 low-key로 취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목을 끌기 어려운 시간대 에 간략히 보도했을 뿐만 아니라 활 자매체인 노동신문 등을 통해서는 아직까지(11월 20일 현재) 알리지 않 고 있다. 또한 사건의 정확한 발생 시 기와 테러범 및 배후세력 등 핵심을 감추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①북한체제에서 언론의 역할 ② ‘파 리테러’ 주도세력의 정체 ③ 북한 내 에서 더 이상 외부소식을 차단하기 어려운 현실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첫째, 북한 언론의 주된 사명은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소식 을 신속하고 자유롭게 전달하는 것’ 이 아니라, ‘노동당의 나팔수’로서 전체 주민들을 ‘수령 결사옹위’와 ‘강성국가 건설’의 역군이 되도록 독 려하는 데 있다. 따라서 북한 언론 이 해외소식을 보도할 때에는 사건 의 비중이나 신속·정확성 여부보다 는 그것이 북한 주민들의 정치의식 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가 우선 적인 고려사항이다.

 둘째, 이번 사건의 주모자가 IS집단 이라는 점도 북한을 난처하게 한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의 강력 한 규탄여론이 두려워 그들을 두둔하 지는 못하지만 이른바 ‘제국주의 세력’에 대항하여 투쟁한다는 점에서는 연대감이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비 난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셋째, 각종 전자·통신기기의 보급 이 확대되고, 정보 유통경로가 다양 화됨에 따라 북한에서도 철저한 정 보차단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북한에서는 주민들에게 인터넷을 허 용하지 않고 있으나, 250만 대 이상 보급된 휴대전화를 통해 인접한 중 국·러시아 지역과의 교신이 가능하 고, 국경을 왕래하는 ‘보따리 무역상’ 들도 정보 확산의 중요한 매개체로 기능하고 있다.

 북한은 앞으로 국제사회의 여론 추이와 북한 주민들의 반응 등을 지 켜보면서 ‘비공개 주민 사상교양’ 등 대응 수위를 조절해 나갈 것이다. 이 처럼 북한이 ‘파리테러’ 사건을 취급 하는 방식에도 북한체제의 ‘잘못됨’ 과 우리와의 ‘다름’이 내재되어 있다. 남북통합을 지향하는 길에서 ‘다름’ 을 이해하려는 성숙한 자세와 함께 ‘잘못됨’을 큰 마찰음 없이 바꿔나가는 지혜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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