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충’과 ‘노인충’ 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이 두 단어는 ‘벌레 충(蟲)’자를 붙여 아이를 키우는 엄마와 노인을 벌레에 비유해 부르는 단어입니다. 물론 이는 사용한 기저귀 를 카페 테이블에 그대로 버리는 일부 엄마들 과 임산부에게 노약자석을 양보하라고 호통 치는 일부 노인들의 행동 등에서 비롯된 것입 니다. 하지만 소수의 몰상식한 사람들 때문에 그 집단 전체를 벌레에 비유해가며 비하하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요?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용어는 사람들에게 대상 집단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을 심어줍니다. 예를 들어 ‘맘충’은 ‘애를 데리고 외출하는 엄 마’를 하나의 정체성으로 규정해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아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에 따르면, 한 주부가 유모차를 끌고 카 페에 갔더니 옆자리에 앉은 대학생들이 느닷 없이 ‘맘충’이라고 욕을 했다고 합니다.

 이 근거 없는 비하가 계속되면 결국 그 집 단을 혐오하고 차별할 위험이 있습니다. 말이 지닌 힘은 강력합니다. 특정 단어가 일상어로 규정되면, 현실에서는 그 ‘말’의 현상들이 재 생산됩니다. 이미 ‘~충’은 사회 전반에서 사용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용어의 대상이 되는 집단이 대부분 사회의 약자이고 소수자라는 사실도 감안해야 합니다.

 말과 글에는 시대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 돼 있다고 합니다. 경쟁이 심해지는 사회에서 관용이 없어져 조금만 자신을 거슬러도 상대 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게 돼 버린 것이 아닐까요. 울지 않고 소리도 지르지 않고 물도 엎지르지 않는 아이는 없습니 다. 하지만 이 아이는 점차 공공장소에서는 예 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배워갈 것입니다. 아 이를 돌보는 젊은 엄마 역시 부모의 역할을 배우고 누군가를 돌보는 오롯한 어른이 될 것 입니다. 우리도 이렇게 성장해 왔고, 성장할 것입니다. 이를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관용입니다. 관용이 사라져 버린 사회가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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