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금), 교육부는 대학도서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학도서관진흥법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9월 25일(금)에는 대진법을 시행하는데 필요한 규정을 자세히 정해 놓은 대진법 시행령을 공포했다.

  기존의 도서관법은 국립중앙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을 주로 다뤘다. 하지만 대진법을 새로 만들며 △발전계획 수립 △직원의 배치 기준 △도서관자료 확보 기준 △교육부장관의 대학도서관 평가 등 대학도서관의 운영과 계획 수립을 비교적 상세히 규정하게 됐다.

  대진법 시행령은 필요한 법?
  대진법을 제정하기 전부터 각 대학의 도서관들은 대진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학도서관들에 대한 투자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도서관이 발전할 수 있도록 법령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사서의 배치와 평가 등을 법률로 정할 필요가 있었다.

  교육부도 대학 간의 자료 및 정보의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준이 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3년도 대학도서관 통계분석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평균 소장 도서 수가 약 47만 권인데 비해 전문대학은 8만 권으로, 4년제 대학의 19%밖에 안 됐다. 학술지 구독 종류도 4년제 대학이 약 614종이라면 전문대학은 약 149종으로, 4년제 대학의 24%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4년제 대학들 사이에서도 상·하위 대학의 격차가 심각했다. 상·하위 대학 20개를 비교했을 때, 하위 대학 20개의 소장 책 수와 학술지 종류 수는 각각 상위 대학 20개의 0.3%,0.03%밖에 되지 않았다.

  막상 뚜껑 열어보니 너무 낮은 직원 수 기준…
  대진법의 필요성은 인정됐으나, 대진법 제정 이후 마련된 대진법 시행령이 각 도서관들이 의 무적으로 갖춰야 하는 직원 수를 현 실정에 비해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대학도서관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진법 시행령 제5조 1항에서는 학생 수가 천 명 이상이고 도서 수가 5만 권 이상인 학교 중 전문대학은 2명 이상, 4년제 대학은 3명 이상의 직원을 두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반면, 학생 수가 천 명 미만이거나 도서 수가 5만 권 미만인 경우에는 전문대학은 1명 이상, 4년제 대학은 2명 이상의 직원을 두는 것을 규정으로 하고 있다.

  이에 최소 직원 수만 충족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대학들이 많은 인력을 도서관에 배치하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 대학도서관연합회 이응봉 회장은 “어떤 대학들은 최소 기준을 빌미로 도서관 직원을 학내 다른 부서로 빼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본교 도서관 관계자도 “사실 지금도 직원 수가 많이 부족하다.”며 “자료의 대출과 반납 등 기본적인 업무는 가능하지만 인력이 더 줄어든다면 독서 인재 프로그램과 학과 리에종(학과별로 담당사서가 배치되어 해당 학과의 요구를 수집하고 대응하는 서비스), 그리고 교수 대상 연구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대학도서관 측은 이 기준이 일부의 대학들만 지키지 못하는 기준이라고 비판했다. 2014년도 대학도서관 통계분석자료에 따르면, 199개의 4년제 대학 중 43개의 대학이 현재 지정된 직원 수의 최소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고, 전문대학 138개 중에서는 45개의 대학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 회장은 “대학도서관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시행령의 기준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현실을 외면하고, 하향평준화를 통한 평균치 맞추기와 대학 당국의 눈치 보기만 급급하다.”고 전했다.

  도서 확보 기준도 낮다는 지적 나와
  갖춰야 하는 도서 수의 기준 역시 기대에 못미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진법 시행령 제 6조 2항에는 도서의 확보 기준을 전문대학은 학생 1명당 최소 30권 이상을 갖추고 매년 학생 1명당 1권 이상 증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4년제 대학은 학생 1명당 최소 70권 이상의 도서를 구비하고 학생 1명당 최소 2권 이상이 증가해야 한다고 정했다.

  그러나 2014년도 대학 도서증가율과 시행령이 적용됐을 때의 대학 도서증가율을 비교해보면, 시행령이 적용된 후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2014년도 대학도서관통계분석자료에 따르면, 재학생의 총합이 약 186만 명인 4년제 대학 199개의 도서 증가율은 매년 약 412만 권이었다. 그러나 만약 시행령이 적용되고 최소 기준만 충족한다고 가정한다면, 매년 약 372만 권의 도서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 김종철 사무총장은 "법령을 통해 도서 수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소 기준에 맞추어 도서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는 대학도서관 예산 지원 기준을 확정해야 한다."며 "도서관 예산의 상당 부분이 전자저널 구입에 들어가는데 요즘 가격이 치솟아 학생들을 위한 책을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어 “시행령을 보면 총장에게 예산권한을 모두 부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도서관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사립대도서관협의회는 대진법 시행령에 대학도서관의 평가도 포함돼 있는데, 정작 독립된 대학도서관 평가 전담기구가 없다는 비판도 했다. 한국사립대학도서관협의회 김현수 회장은 “평가 전담기구를 설치해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결국 거리로 나서는 대학도서관들
  지난달 22일(목),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는 ‘대학도서관 발전 저해하는 대진법 시행령을 전면 개정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고, 지난달 26일(월)에는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 △한국도서관협회 △한국사서협회 등 30여 개의 도서관 단체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다.

  이후 지난 16일(월)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는 1인 시위를 종료하고 교육부에게 대진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했다. 시행령 개정 촉구서에는 △대학의 자율에 맡기지 말고 교육부에서 직접 대학도서관의 발전계획 실행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라 △도서 수만 제한하려하지 말고, 도서관 자료구입비 재정 지원 기준을 마련하라 △대학이 직원 수를 조정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하고 실제 봉사대상자 수와 장서량 등이 포함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라 △최근 자료의 디지털화 추세를 고려해 도서 자료 확보 기준을 상향 조정하라 △평가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와 평가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법령에 명시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교육부의 대처, 실질적인 효력은 없어 보여
  논란이 계속되자 교육부는 지난 10월, ‘이미 최소 직원 수를 충족하는 대학은 현 직원 수를 감축하지 말 것, 향후 평가 시 감축 여부를 반영할 예정’, ‘교육부에 전문 인력을 배치해 현실적인 평가를 하고 평가 과정에서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 등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각 대학도서관들에 보냈다.

  하지만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는 이 공문의 실질적인 효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문의 내용이 ‘권고’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대도연은 ‘발전계획이 계획에만 그치지 않도록 해당 대학으로부터 실적을 확인하고 평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 ‘직원 수와 도서 수의 기준을 재검토하여 개정해 달라’는 등의 내용을 교육부 에 재차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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