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되면 독일에 있는 학교들은 체육관을 개방한다. 그곳에서 축구를 하다 보면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유소년 선수들이 축구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연습게임을 보고 있으면 자유롭고 자신 있는, 그야말로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독일 유소년들과 청년들은 우리나라 학생들과 달리 축구를 진정으로 즐긴다. 누군가가 실수를 하거나 실패를 해도 이들은 전혀 나무라지 않는다. 오히려 박수를 치고 격려를 해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유소년 축구 문화는 대체적으로 경직돼 있다. 특히 이기고자 하는 승부욕을 너무 앞세운 나머지 이기지 못하면 팀에게 책임을 엄하게 묻는다. 그리고 팀이 이기지 못하는 데 원인이 되거나 큰 실수를 하는 당사자에게 비난을 하며 질책하는 것이 우리나라 축구 교육의 실상이다.

  또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점점 더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질서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선후배 간의 관계에 무척 신경써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팀의 분위기는 더욱 경직될 수밖에 없다. 박지성이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하기 전에 주장으로서 존경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뛰는 선수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누구보다 겸손하고 후배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고 권위적인 모습을 버리고 자신을 낮췄기 때문이다. 과거 대표팀 주장들은 권위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다. 이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 박지성을 정말 많은 후배 선수들이 좋아했었다.

  사실 무엇이 정답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권위적이 아닌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실수를 해도 격려하며 선수의 마음을 감싸주고 자신감과 용기를 심어주는 분위기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이곳 독일은 그 어느 누가 실수를 해도 비난하지 않는다. 잘했다는 칭찬과 웃음으로 넘기는 여유로움이 넘쳐난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한국 축구계는 이 문화를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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