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대학 내에서도 학과별 시행여부 제각각…

올해 대학에 입학한 A군은 자신이 속한 학과에서 올해부터 공학교육인증제를 졸업필수요건으로 지정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해당 학과는 학생들이 공학인증 과목들을 이수하면 실무능력이 향상돼 기업에 필요한 인재가 될 수 있고, 졸업 후 해당 기업으로 취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A군은 취업에 혜택이 있다는 학교의 설명에 공학인증제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런데 실제로 공학인증제의 가산점 혜택이 그리 크지 않아 학생들만 고생이라는 주변 선배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공학인증제의 이수 조건이 까다로워 들어야 할 과목도 많고, 듣고 싶은 교양수업도 듣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부 학과는 공학인증제를 폐지하기로 해 학생이 듣고 싶은 과목을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A군은 공학인증제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공학교육인증제도란?
  공학인증제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제시한 기준에 맞춰 각 학교가 학생을 교육하는 제도이다. 기업에서 필요한 설계 및 실습 교육을 강화하고 현장감 있는 교육을 통해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이다. 이에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는 3가지 프로그램(△공학 △컴퓨터정보기술 △공학기술)을 개설했다. 공학인증제를 도입한 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은 공학 교육 인증 프로그램을 따라야 한다.

  일부 기업은 공학인증제를 이수한 학생들에게 서류전형 및 면접에서 가산점을 주겠다고 밝혔다. 신입 사원 채용 시 가산점을 주겠다고 한 기업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약 52곳이다. 지난 2014년 SK브로드밴드에서는 공학인증제를 이수한 학생을 입사 서류 전형에서 우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KCC 그룹 역시 공학 인증을 표기해 서류 전형에서 가산점을 주겠다고 한 바있다.

  한편 공학인증제를 시행하는 학과에 올해 입학한 신입생부터는 공학인증제를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지난 2014년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공학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는 학교들에 올해 신입생부터 공학인증제 이수를 의무화한다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에 공학인증제를 의무로 시행하는 것에 대해 학과별로 반대 입장과 찬성 입장이 엇갈린다. 서울 소재 ㄱ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는 공학인증제가 이미 졸업 필수요건이다. 해당 학과는 새로 신입생들이 들어와도 계속해서 졸업필수요건으로 지정해 놓겠다는 견해다.

  반면 ㄱ대학교 신소재공학과는 공학인증제를 졸업필수요건으로 지정하는 데 반대하는 입장이다. 해당 학과는 공학인증제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해 이수할 수 있었다.하지만 공학인증제를 운영하려면 졸업필수요건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공문을 받고 공학인증제자체를 폐지하기로 했다.

  학교, “학생과 학교 모두를 위한 제도”
  지난해 2월 집계한 공학인증제 시행 대학은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등 총 54곳에 달한다.△공학: 9개 대학에서 496개 프로그램 △컴퓨터 정보기술: 44개 대학에서 52개 프로그램 △공학기술: 15개 대학에서 47개이다.

  학교는 공학인증제를 운영하면 학교와 학생 모두에게 좋다는 입장이다. 공학인증제를 이수한 학생은 취업 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 취업에 도움되고 학교의 취업률에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ㄴ대학 공학교육인증센터 관계자는 “학교가 공학인증제를 잘 운영하면 사업비를 지원받아 학생들에게 투자할 수 있다.”며 “이는 학생들에게도 이로운 일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동국대학교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한 공학교육혁신센터지원사업 1기(2012년~2015년) 사업평가에서 ‘매우 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번 평가결과에 따라 동국대는 2기 사업이 진행되는 오는 2017년까지 매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2억, 서울특별시로부터 2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공학교육혁신센터지원사업은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융합형 글로벌 공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교육부가 지난 201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전국 65개 공과대학을 선정하고 해당 대학에 오는 2022년까지 10년간 매년 2억 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점차 드러나는 현실, 외면받는 공학교육인증제도…
  하지만 공학인증제의 실질적인 혜택이 미미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학인증제는 사실상 학생들에게 계륵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공학인증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거론되는 ‘입사 시 가산점’의 혜택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공학인증제 이수 여부만으로는 실력 있는 학생들을 분별하기 어려워졌고, 기업들도 취업 시 혜택 제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계 ㄷ전자회사에 인사부서에 근무한 관계자는 “기업체가 워낙 광범위하다 보니 공학인증제를 이수해도 별도의 교육이나 연수가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공학인증제를 이수한 학생에게 큰 점수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수업의 자율성 침해의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공학인증제를 수료하기 위해서는 이수해야 할 학점이 너무 많고 교양과목조차 지정된 과목을 들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졸업을 위한 필수 이수 전공학점과 공학인증을 위한 필수 이수 학점을 채우다 보면 결국 듣고 싶은 교양을 듣지 못한다는 것이 학생들의 불만이다. 이뿐만아니라 매 학기 지도교수에게 대학생활에 대한 상담을 받고 졸업학기에는 ‘학생 포트폴리오’를제출해야 한다.

  실제로 서울 소재 ㄹ대학교의 경우 공학인증을 위해선 설계 과목 12학점을 포함해 총 54학점 이상의 지정 전공과목을 수강해야 하며 MSC(△수학 △과학 △전산학) 과목 30학점 이상, 그리고 지정된 교양과목 18학점 이상을 들어야 한다. 서울 소재 ㄹ대에서 공학인증제를 이수하고 있는 B군은 “수강해야 하는 공학계열 과목이 지나치게 많아서 부담되고 교양 과목조차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라야 하는 게 불만이다.”라며 “혜택은 그리 크지 않은데 해야 할 것만 많다.”고 밝혔다.

  본교, 공학교육인증제에 대한 의견 갈려
  지난해 본교 공학교육혁신센터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의 방침에 따라 올해 신입생부터 의무적으로 공학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오는 2018년에 있을 공학교육혁신센터 지원 사업 2차 중간평가와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각종 대학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을 통보받은 학과는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과 따르겠다는 입장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공학인증제를 계속 시행하겠다는 학과는 공학인증제 운영을 통해 학생들이 체계적으로 전공수업을 들을 수 있으며, 이를 이수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본교에서 공학 인증제를 현행 유지하겠다고 밝힌 학과는 산업·정보 시스템 공학과 및 소프트웨어학부다.

  반면 공학인증제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학과는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공학인증제를 강요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올해 공학교육을 종료하겠다고 밝힌 학과는 △유기신소재공학과 △전자정보공학부(전자공학전공) △전자정보공학부(IT융합전공)이다. 그리고 오는 2018년에 공학인증제를 종료하겠다고 밝힌 학과는 △화학공학과 △전기공학부 △기계공학과 △건축학부(건축공학전공) △정보통신전자공학부 △컴퓨터학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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