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대학 교재 너무 비싸”… 복사업체, “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해 유혹 떨치기 힘들다”

 

최근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기보다 인쇄소에 제본을 맡기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교재를 새로 사는 것보다 제본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학습 교재나 일반 서적 등의 저작물을 일부 또는 전체 복사하여 제작하는 하는것은 불법이다. 책을 제본하여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르면 저작재산권과 그 밖에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규정한다. 즉, 저작재산권을 보호하는 목적에서 저작복제 및 2차적 가공을 금지하고 있다. 제30조에서도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복사 및 제본 관련 업체에서 저작물을 복제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명시한다.

  이처럼 불법으로 복제한 저작물은 저작권법 제133조에 따라 수거·폐기할 수 있다. 저작권을가진 대상이 불법 복제를 한 업체를 고소할 경우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출판 및 인쇄 진흥법’에의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은 그저 옛말일 뿐이다.

 

   불법 제본 방식 계속해서  

  불법 제본은 주로 학생이 직접 복사업소 에 비치된 복사기기를 사용해 책 일부를 복제하 거나 저작물 전권을 복사업소에 복사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가 불법 복제물 단속활동을 강화할수록 불법 복제 물 제작‧유통은 단속 회피를 위해 수법이 발전되 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는 교재로 사용되 는 저작물을 복사업소 내 컴퓨터 등 대용량 저 장장치에 파일 형태로 저장(북 스캔)해 필요할 때마다 출력하는 방법이다. 복사업소는 저장해 둔 파일을 개강과 동시에 다량으로 유통‧판매할 수 있다. 또 출판 저작물을 일부 또는 전체를 스 캔하여 PDF 파일로 만든 뒤, 태블릿PC 등 휴대 용 전자기기에 저장하여 이용하는 사례도 증가 하고 있다. 본교에 재학 중인 A 학생은 “교재를 PDF 파일로 저장해 두면 나중에도 쓸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팔 수 있어서 좋다.”며 “책을 제 본하는 것보다 편리해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라고 답했다.

   단속을 피하려고 복사업소 외 별도의 장소에 서 불법 복제물 제작‧ 유통하는 사례도 있다. 캠 퍼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제본과 관련된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업체들은 학생이 정품 저 작물을 복사업소에 제공하지 않고 전화 및 인터 넷 주문을 통해 손쉽게 불법복제를 의뢰받는다. 학생들의 불법제본 요청에 복사업체 업주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은 계속해서 제본 을 요구하지만, 단속이 계속되는 탓에 무턱대고 제본을 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복사업체를 운 영하는 B 씨는 “우리 가게도 단속을 당해 주문받 은 도서 30권 정도를 압수당했다.”며 “하지만 학 생들은 계속해서 제본을 원하고 대학 근처 복사 업체들도 수입의 상당 부분을 제본에 의존하고 있어서 유혹을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불법 제본의 유혹에 빠지는 학생들


     학생들이 제본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비싼 책값이다. 한 대형서점에 따르면 인문·사회계열 전공 서적 값은 보통 3~4만 원이고 자연·공학계열 서적은 보통 4~5만 원대다. 비싼서적은 6~7만 원까지 올라간다. 본교 생활협동 조합 관계자는 “인문‧사회계열 교재들은 대부분 고전서적이므로 비교적 수요가 높아 대량 제작하지만, 경상대나 공대, 그리고 IT대의 교재는 내용이 바뀔 때가 많아 적은 양의 책을 자주 제작해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후자의 교재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교 화학공학과에 재학 중인 김세진 양은 “제본은 페이지 수로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인문대 교재와 공대 교재에 상관없이 제본 가격이같다.”며 “특히 비싼 공대 책들은 모두 제값을 주고 사기 어려우므로 주로 제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절판된 책이 많다는 것 또한 학생들이 제본을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다. 매년 본교 중앙도서관에서는 교수들이 수업 때 사용할 목적으로 입고 신청한 도서를 주문한다. 그러나 그 중에는 절판되었거나 사정이 생겨 구할 수 없는 도서도 많다. 실제로 지난 학기에 교수들이 신청한 도서 중 외국도서 240여 권 중 160권(약 66%)만이, 국내 도서는 490권 중 380권(약 77%)만이 승인됐다. 중앙도서관 최은진 계장은 “절판된 도서라도 재판됐을 경우를 대비해 매년 도서신청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절판이 돼서 책을 구할 수 없을 때가 많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제본 단속… 그러나 한계점도 있어


  불법 제본이 주로 새 학기에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해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에 학기 초 집중 단속을 지시하고 있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에서는 지난 2007년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단속 업무를 위임받아 매년 3월과 9월에 전국 약480여 개 대학교 주변의 2,500여 개 인쇄업소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는 총 237건이 적발됐으며 이는 2014년도 대비 21.5% 증가한 실적이다. 이외에도 저작권보호센터는 개강 전부터 전국 480여 개 대학에 단속 업무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있다. 또 저작권 보호 홍보 포스터를 약 4,000부 제작해 배포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불법 제본 단속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위탁받은 저작권보호센터의 단속 범위는 지방까지 뻗어있는데 정작 사무실은 서울에만 두고 있어 체계적인 단속이 어렵다는 것이다. 저작권보호센터 오프라인팀 신재호 팀장은 “가뜩이나 복사업소도 조직화되고 업주들의 저항도 심해져 단속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불법 제본 근절 홍보나 계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저작권보호센터가 각 대학에 협조 공문을 보낸 것에 비해 대학 자체의 단속 효과도 미미하고 저작권보호센터자 체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불법 제본을 막으려는 학생·교수들의 자체적인 움직임 일어

   전남대학교 창업동아리 레스투는 “학생들 스스로 정품 도서를 구매해 도서 값을 낮추자.”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불법 제본 근절에 관한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 6개와 팸플릿 300여 장을 교내에 부착했다. 또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만들어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레스투 동아리 학생들은 “불법 제본 도서를 이용하다 보면 결국정품 도서 구매율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도서값도 올라 새 책을 사는 학생들까지 손해를 입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차라리 정품 책을 구매해 그 고리를 끊자는 취지로 이런 캠페인을펼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무분별한 불법 제본을 막는 첫 발걸음으로 학생들의 교재 공동구매를 제시했다. 전공서적을 공동구매하면 교재를 10% 정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전공서적을 깨끗이 사용해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운동도 전개했다.


   각 학과 자체적으로 중고서적을 사고파는 알뜰시장을 여는 대학도 있다. 전북대학교 총학생회에서는 교내에 ‘교재 백화점’을 열어 학생들에게 중고서적을 저렴하게 공급할 기회를 제공했다. 행사는 총학생회가 개강 첫 주 3일 동안 학생들로부터 교재 판매 신청을 받고, 둘째 주에 구매를 희망하는 학생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교재를파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값비싼 대학 교재비 부담을 덜기 위해 무료 교재를 만들자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2013년도 부산대학교 조영복 교수는 ‘공유와 협력의 교과서 만들기 운동본부’를 만들고 ‘빅북운동’을 전개했다. ‘빅북운동’은 교수들이 새로 저술하는 책의 저작권을 포기하고 전자북 형태로 만들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학생이 관련 교재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빅북 운동’에는 전국 대학의 교수 46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에 부산대 조영복 교수는 “교재를교수들의 재능 기부로 만들기 때문에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과 학부모들의 학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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