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영화 속의 기자는 불의에 맞서고 약자를 보호한다. 날카로운 비판정신과 정의로운 신념을 가진 기자는 우상이 된다. 그러나 최기성(정치외교․ 03) 동문은 거창한 정의를 내세우기보다 겸손히 자신만의 철학을 실현하며 살고 있다. 그는 팀워크를 중시하고 발로 뛰는 부지런한 기자다. 올해로 방송기자 6년차에 접어든 그는 비록 영화에 나오는 멋있는 기자는 아니지만 힘든 과정에서도 자기 일에 소신을 갖는 현실 속 기자의 모습이다. 천천히 나아가며 노력하는 기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가 바꿔갈 앞으로의 세상이 기대된다.

기자를 꿈꾸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사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 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을 만나는것을 좋아했어요. 새로운 분야에 관해서 공부하는 것도 좋아했죠. 대학생 기자와 같은 대외활동에서도 흥미를 느끼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대학교 1학년 때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니
기자가 가장 알맞은 직업인 것 같더라고요. 이후 진로를 기자로 정했어요.

방송기자의 일정은 어떤가요?


  먼저 방송기자는 기본적으로 취재 현장에 가요. 만약에 A라는 곳에서 불이 났다고 하면 바로 A로 가는 거죠. 우리는 방송으로 보도하기 때문에 일단 불이 난 현장을 카메라로 찍어요. 그다음 화재를 당한 당사자부터 화재를 목격한 사람들,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소방관의 이야기를 들어요. 근데 이런 부분에서 종종 어려움을 겪어요. 화재를 당한 당사자는 집에 불이나 당황스러운데, 화재의 이유를 물어오면 화가 나죠. 그리고 불이 난 곳을 진압해야 하는 소방관들은 기자들이 인터뷰를 요청하면 싫어해요. 하지만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보도해야 하므로 이런 어려움을 감수해야 해요.


  현장에 갔다 온 뒤에는 방송에 내보낼 장면들을 편집하고 제 해설을 녹음해요. 종종 그래픽이 들어갈 때에는 편집 기자에게 그래픽을 직접 요청해요. 그래픽이 완성된 이후에도 기사 흐름과 잘 맞는지 확인하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틀린 부분은 없는지 확인한 뒤에 방송으로 보도해요.

 

하나의 취재를 기획하고 섭외, 취재, 촬영 등을 거쳐 방송되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작업이 필요할 듯한데,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협업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과정을 기자가 주도하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역할이 없으면 사건을 보도할 수 없기 때문이 에요.

  사건이 일어난 현장으로 운전해주시는 운전사 분과 현장을 찍는 카메라감독 그리고 오디오 보조 등이 있어요. 운전사분한테는 어느 장소를 가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카메라감독과 오디오 보조한테는 어떤 식의 장면이 필요한지 설명해요. 현장에서 취재하고 회사로 돌아와서 기사를 편집할 때도 편집기자와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죠. 이렇게 일을 항상 함께하기 때문에 팀워크가 좋지 않으면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아요.

 

기자는 많은 학생이 꿈꾸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라는 꿈을 이룬 비결이 있다면 무엇이 었을지 궁금합니다.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글을 잘 써야 하는 것은 기본이에요. 이를 위해서 많이 읽고 많이 써봐야 해요. 저는 언론고시를 준비하며 발췌독을 많이 했어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어떤 A라는 주제에 대해 논술 연습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신문이나 사례를 이용해요.

  하지만 논술 시험을 보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하므로 실제 시험에서 빛을 보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국회도서관이나 국립중앙도서관으로 가서 주제 A와 관련한 책이나 논문 수십개를 열람해요. 그리고 그중 특이한 사례들을 뽑아서 공부했죠. 특히 한 주제에 대해 예상문제를 여러 개 만들어 놓고 특이한 사례들을 이용해 답을 써봤어요. 그리고 실전 논술에서 바로 작성할수 있도록 달달 외웠죠.

  또, 저는 우리 학교에 있었던 언론고시반 가온누리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특히 공부할 수있는 전용 자리가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죠. 그리고 가온누리에서 언론고시 스터디를 만들기도 했는데 덕분에 친구들을 보며 내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깨닫고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 나갈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계속 일하면서 기자로서 가장 뿌듯했 던 순간이 언제인가요?

  기자 생활을 그렇게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문제점에 관해 기사를 쓰고 그 문제점이 개선될 때 뿌듯함을 느껴요. 그리고 이 일은 기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작년에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공무원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의 여직원에게 승진을 시켜주겠다며 성추행한 일이 있었어요. 이 일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도 모르고 있었어요. 그러다 저에게 관련 제보가 들어왔어요. 그래서 취재를 통해 이 사건을 단독으로 보도했죠.

  보도 이후에 해당 공무원은 해임됐어요. 그뿐만 아니라 미래창조과학부 고위공무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예방교육도 시행하기 시작했어요. 이처럼 억울한 사람들의 사연도 해결해주고, 문제들이 개선되는 것을 보며 뿌듯함을 느껴요.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셨어요.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좀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첫 번째 방송기자상은 2014년도 7월에 <총기난사 당시 소대장 없었다.>는 보도로 수상했어요. 이는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을 때 해당 소초를 총괄하는 소대장이 없어 사상자 수가 늘어났다는 폭로성 기사였죠.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가 총기 난사 발생이후 2시간이나 지나고 나서야 발령돼요. 이는 소대 안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위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늦게 발령이 난 거죠. 근데저의 군대 생활을 토대로 생각해 보니까 진돗개가 늦게 발령된 이유도 ‘해당 초소의 소대장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구나.’ 라는 추측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그 추측을 바탕으로 취재하기 시작했죠. 군 관계자부터 시작해서 해당 사단의 전역자 그리고 정보당국까지 취재한 끝에 그 자리에 소대장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어요.

  두 번째로는 2014년 10월에 <수도권 매립지 “공익 제보했더니 신상 털려”>를 보도해서 선배들과 공동 수상했어요. 이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직원들이 매립지를 상임하는 국회의원 측에 공사의 문제점을 제보하자 국회의원들이 공사 간부들에게 제보와 제보자의 신상을 알려 제보자들이 불이익을 당했다는 내용이에요. 같이 일하는 선배가 제보를 받았고 선배의 주도로 같이 취재해서 기사를 썼죠.

이 외에도 경기민주언론상을 수상했다고 들었어요.

  경기민주언론상은 하나의 특정 기사를 가지고 수상한 것은 아니에요. 경기지방경찰청에 1년 동안 출입하면서 썼던 기사들로 받은 상이에요. 대표적으로 현 황은성 안성시장이 임기 초 식당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폭로성 기사와 한 국회의원이 식당 앞에 주차해서 해당 식당 주인이 뭐라고 하자 주인을 폭행한 보도가 있죠.

기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이 정도면 붙겠지’와 같은 근거 없는 낙관주의는 필패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언론고시의 경우 4, 5년씩 길게 준비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에요. 4, 5년씩 준비하는 경우에는 본인이 멍청한게 아니라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은 것일지도 몰라요.

  우리 학교의 경우 언론인 배출이 적은 편인데, 이는 언론고시를 준비하거나 언론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의 비법이 덜 축적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언론고시를 준비할 때 가장 답답했던 점이 언론고시에 관해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필기는 어떻게 보는지, 언론고시 면접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 등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더라고요. 저 혼자 시행착오를 많이 겼었죠. 그래서 저는 후배들한테 언론고시 준비에서 최대한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요. choiks7@ytn.co.kr 이건 제 이메일 주소인데, 도움이 필요
하다면 부담 갖지 말고 연락했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기자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호주에 존 필거라는 탐사전문 기자가 있어요. 1936년생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현장에서 취재하고 보도해요. 사실 한국의 경우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현장에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존 필거를 보며 나이가 들어서도 현장을 직접 발로 뛰는 기자가 되겠다고 다짐하곤 해요.
  그리고 앞으로 소신 있게 기자 일을 하려고 해요. 그리고 오랫동안 현장에서 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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