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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창업의 핵심은 ‘돈’과 ‘경기’와 ‘운’이라는 삼박자가 잘 맞는 것이 라고 한다. 그러나 글리코스를 창업한 박경기(경영·09) 동문은 삼박자가 꼭 답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그는 ‘남이 훔쳐가고 싶은 제품’이라는 자신 만의 철학을 지키기 위해 입욕제 제작에 최선을 다하며 청년 창업가의 모습으로 변모 하고 있다. 2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창업을 시작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할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글리코스 대표 박경기예요. 글리코스는 고체 입욕제(목욕을 좀 더 쾌적하게 하도록 주로 욕조에 넣어서 사용하는 화장품)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업체예요. 욕조에 넣었을 때 거품이 일어나는 거품입욕제와 거품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입욕제가 녹으며 물 색깔이 변하고 향기가 나는 탄산입욕제 두 가지 종류를 판매하고 있어요.

 

대학 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나요?

학교 다닐 때는 창업에 관심이 하나도 없었어요. 제가 2009년도에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하고, 2학년 때 경영학부를 선택했어요. 그리고 군대가기 전까지 엄청나게 놀다가 제대하고 나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을 할까고민하던 끝에 전공인 회계공부를 시작했어요그러던 중 중급회계란 과목의 중간고사를 보다가 아 회계는 내 길이 아니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완전히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어요. 당시에 진로를 고민하며 여기저기 성공한 사람들의 강연을 들으러 다녔는데 그분들 중 다수가 창업했더라고요. 그래서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창업 아이디어 중 왜 입욕제를 선택하게 됐나요?

어렸을 때 피부가 너무 안 좋아서 화장품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화장품 종류나 성분을 일일이 직접 찾아봤기 때문에 화장품에 관한 기본 지식은 꽤 있었죠. 창업 주제를 고민하던 중에 유명한 해외 브랜드의 입욕제를 접하게 됐어요. 그 입욕제는 한국에서 굉장히 비싸게 팔려서 사람들의 불만이 꽤있더라고요. 그래서 고체 입욕제를 제가 만들어서 저렴하게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제 화장품 지식을 통틀어 입욕제를 만들기 시작했죠처음에는 입욕제를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을 잘 모르다 보니 모든 과정을 일일이 다 해 봐야했어요. 결국, 이 고체 입욕제를 완성하는 데 7개월 정도 걸렸고, 비용은 1,000만 원 정도 들었어요. 그래도 이런 시행착오 덕분에 많은 데이터를 얻게 됐죠. 그래서 입욕제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 있어요.

 

입욕제 이름이 폭탄 만드는 남자인데, 어떤 계기로 그런 이름을 지은 건가요?

요즘 출시되는 화장품 브랜드들은 대부분 상호가 외래어예요. 그런 이름들은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사람들이 기억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좀 재밌으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이름을 짓고 싶었어요. 입욕제를 욕조 안에 넣으면 거품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 모습을 보고 폭탄 터지는 모습이 생각 났어요. 그래서 입욕제를 만드는 저를 비유해서 폭탄 만드는 남자로 지었어요. 덕분에 고객들이 저희 제품을 한 번 주문하더라도 이름은 오래 기억하더라고요.

 

창업을 시작할 때 두려움은 없었나요?

두려움은 많았죠. 다른 친구들은 취업해서 돈을 버는데, 저는 돈을 빌려서 창업을 하려다 보니까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가장 컸어요. 그리고 막상 창업을 시작했을 때도 사업이 망할까봐 두려웠어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도 회사의 앞날을 알 수 없으니까 많이 불안해요. 부모님도 많이 반대하셨어요. 처음 사업 시작하기 전에 창업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크게 반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 도움 없이 몰래 혼자 사업을 시작했고 1년 뒤에 사업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아직도 미래에 대한 불안은 있지만, 제겐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고 있어요.

 

창업을 준비하면서 창업에 관한 공부도 했나요?

사실 입욕제를 만들기 위해 화장품에 관한 공부는 많이 했지만, 창업에 대해서는 딱히 공부하지 않았어요. 학교에서 배운 과목 중에 도움이 된과목을 꼽자면 경영학부의 기업가 정신이에요. 이 과목을 통해서 CEO가 기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어요. 제가 생각할 때 창업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자신이 직접 겪어 보는 것이에요. 창업은 공부해서 이룰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다 해보고 부딪쳐 가면서 비결을 쌓아 가는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창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강연을 많이 들으러 다녔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창업에 관해 롤 모델이 있나요?

저는 여러 창업자 중에서 카카오톡 박용후 전 이사를 가장 좋아해요. 한창 성공한 사람들의 강연을 들으러 다닐 때 박 전 이사의 강연을 들었어요. 그때 박 전 이사는 자신의 마음 먹기에 따라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꿔야 성공한다는 내용의 강연을 했죠. 개인적으로 그 강연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그래서 그 이후에 박 전 이사에게 창업에 관한 궁금증이나 고민을 메일로 보냈어요. 그렇게 메일을 몇 통 주고 받다가 박 전 이사가 저처럼 메일을 보내는 친구들이 몇 있으니 다 같이 모이자고 제안을 했어요. 그때 배달의 민족 창업자부터 시작해서, 애니팡 대표 등 여러 사람이 모였어요. 그렇게 그분들의 창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창업에 한 발 짝 더 가까이 갔어요. 대표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 같이 술을 먹다 박 전 이사에게 다가가 창업을 하고 싶은데, 해야 할까요?’라고 물으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네가 하고 싶으면 그냥 해 봐라고 했어요. 결국, 그때 창업을 시작하게 됐죠.

 

사업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제품 제작부터 유통 그리고 고객 상담까지 모든 부분을 직접 해야 돼서 무척 바빠요. 아침에 출근해서 미팅하고, 물품을 포장하고 배송하면 남는 시간에는 계속 신제품을 연구해요. 그러다 보니까 항상 저녁 늦게 퇴근해요. 그리고 지하철로 출퇴근할 때는 저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블로그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관리해요. 제 일상 대부분을 회사 일을 하는 데 쓰는 거죠.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은 취업했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에요. 가끔 그 친구들과 만나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사는 얘기나 고민거리를 얘기해요. 그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친구들은 노동자의 입장이고, 저는 경영자의 입장이다 보니 저랑 공감대 형성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조금 외로움을 느껴요.

 

그렇다면 이 일을 하면서 가장 기분 좋을 때가 언제인가요?

고객이 제가 만든 입욕제를 사용하고 만족할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일하는 게 힘들다가도 고객들이 제품에 대해 칭찬할 때 피로가 싹 풀려요. 그리고 이 뿌듯함이 제가 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에요. 우리 사무실에는 대박이라고 쓰여 있는 화분이 하나 있어요. 이 화분은 사업 초장기부터 입욕제를 구매해 온 고객이 회사가 더 번창하라는 의미로 선물해 주셨어요. 이런 고객들 덕분에 힘이나요.

 

운영하는 회사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가요?

우리 회사의 철학은 무엇보다 제품을 우선시하고, 남이 훔쳐가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에요. 그만큼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더 좋은 입욕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특히 이번 연도에는 지금 판매하고 있는 입욕제의 시장규모를 더욱 확대할 거예요. 그리고 이 입욕제로 큰 성공을 거두면 다른 화장품도 개발해 보고 싶어요.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하자면?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창업을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학교나 정부에서 창업에 관한 지원을 많이 해줘요. 그런데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다 보면 자기 돈이 아니니까 쉽게 포기하더라고요. 만약에 자기 돈을 투자하게 되면 원금이라도 벌기 위해서 어떻게든 노력을 하게 되는데 말이죠. 그리고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말을 너무 믿어서도 안 되고 자신의 고집을 너무 피워서도 안 돼요. 독립적인 중간 지점이 필요한 거죠. 사업 아이디어가 있을 때 어떤 사람은 잘될 거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있고, 잘 안될 거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기 일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말을 너무 믿어서는 안 돼요. 그렇다고 자신의 고집을 너무 부리다 보면 대중성을 잃을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는 조언은 받아들여야 해요. 마지막으로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이 창업을 시도하다가 포기해요. 근데 창업은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 자가 승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지치고 힘들어도 버티다 보면 자신이 하는 사업에 대해 비전이 보일 수 있으니까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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