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움츠렸던 어깨가 아직도 풀리지 않는다. 꽃이 피는 봄이 왔지만 추운 기운이 가시질 않는다. 그러나 겨울에도 해가 드는 양지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있으면 추위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 이렇듯 해의 존재는 우리에게 절대적이다. 고대에 있어서 이러한 해를 반사시키는 거울은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즉 얼굴을 비추는 단순한 소지품 이상의 특별함이 있었던 것이다. 제작하기도 어려웠지만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그 지위를 인정받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최초의 거울은 무엇으로 제작하였을까?

  역사상 최초의 거울은 청동으로 제작하였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청동 거울이 제작되고 유통되었다. 중국에서 청동거울이 가장 발달한 시기는 한나라 시대이다. 이 때문인지 낙랑의 무덤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청동거울이 발견된다. 거울의 문양면에는 다양한 사물이 장식되는데 후대로 가면서 문자가 추가되기 시작한다. 문자는 거울을 제작한 시기나 길상구가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낙랑 관련 유물 가운데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 역시 청동거울로 일광경의 수량이 가장 많다. 일광경은 기원전 1세기 후반에 유행하는 거울로 길상적 의미를 지니는 명문의 글자 사이에 기하학적 형태의 글자를 반복적으로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일광경은 지름이 8.0cm이며 중앙에 원형의 꼭지 자리를 배치하고 중앙구에 명문을 배치한 형태이다. 명문은 견일지광천하대명(見日之光天下大明)으로 ‘하늘의 빛을 통하여 천하를 밝게 만든다’라는 뜻이다. 특히 명문과 꼭지 사이에는 가는 사선이 반복적으로 그어져 있는데 이는 해를 상징하는 것이다. 낙랑 멋쟁이들은 이 거울을 통해 고운 자태를 뽐냈을 것이다. 당시의 미인 얼굴이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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