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숭실대학교 학우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연애와 취업, 그리고 학과생활 등 다양한 고민들을 가진 학우들을 위해서 박승민 교수님과 함께 숭대시보가 학우들의 고민을 모아 봤다.

  상담을 도와주신 박승민 교수님은 본교 기독교학과에서 상담 전공을 가르치고 있으며 부부가족상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상담의 전문가가 제시하는 고민 해결에 귀 기울여 보기 바란다.

 

 

제발 돈 좀 주세요!

인문대 A군

             

저는 올해 입학한 새내기입니다. 이번 학기 학과대표가 되어 열심히 일도 하고 학과 선배들과 동기들과도 잘 지내고 있어요.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데 단 하나 어려운 것이 있다면 바로 학과 행사 진행을 위해, 혹은 교재 단체 구입 등을 위해 돈을 걷어야 할 때예요. 이번에 교재를 단체 구매할 때도 많은 친구들이 깜빡하고 돈을 안 주더라고요. 마지막날 점심까지 10명이 넘는 친구들이 돈을 안 보내줘서 결국 제가 돈을 달라고 직접 이야기를 해야만 했어요. 그런데 돈이라는 문제가 워낙 민감하잖아요. 저는 친구들과 얼굴 붉히기도 싫고 친구들 마음을 상하게 하기도 싫어요. 어떡하면 지혜롭게 친구들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돈도 받을 수 있을까요?

 

 

 박승민 교수(기독교학과)

➜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생으로서 또 학과대표로서 포부를 가지고 새 학기를 시작한 것을 축하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대표로서 역할이 쉽지 않죠? 친구들과 관계도 조화롭게 해야 하고, 학과대표로서 일도 실질적으로 잘 해야 하는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저는 두 가지를 말해 주고 싶어요. 첫째, 좋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솔직한 마음을 잘 정돈된 말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과 대표로서, 교재비를 안 낸 친구들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건 당연한 학과 대표의 책무이므로, A군이 잘 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그 표현을 잘 하는 게 중요하겠지요. ‘내가 교재비를 달라고 말하는 것은 학과 대표의 역할이다. 기분 상하지 말고 언제까지 꼭 줬으면 좋겠다. 우리 서로가 좋은 마음으로 잘 해보자.’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한번 실행해 보면 어떨까요?

  둘째, A군이 친구들에게 교재비를 달라고 말하는 것이 얼굴을 붉힐 일이라고 생각되었다면 그 생각 안에 ‘내가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라는 소망이 자리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자신의 마음을 잘 성찰해 보시면 어떨까 해요. 사실 생각해 보면 누구에게나 100% 좋은 사람일 수는 없어요. 이는 인간은 완전한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인 기대를 자기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경우랍니다. 그리고 A군이 학과대표의 역할로 학생들에게 교재비를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니, 친구들도 이해할 겁니다. 오히려 A군이 계속 이야기를 안 했다면, 친구들이 본의 아니게 교재비를 내는 것을 잊어버리고 안 낼 수가 있어요.

  우리 삶 속에서 ‘역할’과 ‘인간됨됨이’를 구별하여 행동해야 할 경우가 많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면 좋겠어요.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가

법대 B양

 

안녕하세요. 예전에 과 CC(캠퍼스 커플)로 뼈아픈 고통을 겪은 학생입니다. 제 전 남자친구는 학번이 높고 과내에서 활동도 많이 했기 때문에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저희 연애를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헤어진 이후에도 ‘왜 헤어졌어?’, ‘다시 만날 생각은 없니?’ 등의 말을 많이 들었어요. 과 CC를 괜히 했나 후회할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죠.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내고 이제는 제게도 평화가 찾아왔어요. 사실 그 선배랑 같은 소모임에 속해 있었는데 헤어진 후로 소모임 활동을 거의 접었거든요. 그런데 대학생활을 돌이켜 보니 활동을 할 때가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시 활동을 시작하려고요. 그런데 아직 그 소모임에 전 남자친구가 남아 있어요. 학번이 높아서 활동은 드물게 하지만요. 그래서인지 동기나 선배들이 제가 다시 활동한다는 사실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요. 저도 전 남자친구를 마주치는 것이 달갑지는 않지만 소모임 활동을 하는 것에 의의를 두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나니 상처가 되기도 하고 내가 활동을 계속하려는 것이 지나친 욕심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과연 제가 하는 일을 계속하려는 것이 맞는 걸까요?

 

 

 박승민 교수(기독교학과)

➜ B양은 소모임 활동을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소모임 활동에 남아 있는 전 남자친구 때문에 소모임을 망설인다는 것은 참 애매한 상황인 것 같네요. 우선 전 남자친구가 아직 그 소모임에 있고, 동기나 선배들의 반응이 떨떠름함에도 불구하고 그 소모임에 다시 가고 싶은 이유가 뭔지 자신의 마음을 한 번 살펴보는 것이 어떨까요? 소모임 활동을 하며 B양이 받은 실질적인 이익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그 소모임에서 느꼈던 유대감이나 관계의 따뜻함으로 그 소모임이 그리워서 그런 것인지, 이유를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무언가 원하는 바가 있을 때 그쪽으로 향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어떤 결정을할 때에는 따라오는 불편함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해요. 이처럼 충분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본 후에, 어떤 결정에 따른 불편함을 감수할 결심이 생기면 그 방향으로 행동하면 어떨까 합니다.

 

 

사는 게 재미가 없다

경통대 C양

 

우선 제 고민을 말씀드릴게요. 학교 다니는 일이 재미가 없어요. 공부를 하는 것도, 친구를 만나는 것도 모두 의미 없게 느껴져요. 사실 학교에 처음 입학할 때만 해도 이것저것 기대가 많았어요.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즐거운 캠퍼스 라이프를 꿈꾸기도 했죠. 사실 이 당시에는 공부보다 중요한 게 더 많아서 학점이 높은 편은 아니었어요. 상황이 바뀐 것은 제가 3학년에 들어서면서부터인 것 같아요. 친구들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꿈꾸며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데 그에 비해 제가 쌓아 놓은 것이 너무 없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으면 저는 공무원을 하고 싶다고만 대답했어요.학점이 낮아도 시험을 합격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요즘 들어 불안해요. 만약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못하면 일반 기업에 가야할 텐데 이 학점으로는 어림도 없고 학점이 낮으니까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도 안 돼요. 친구들과 만나도 재미가 없고 자꾸 우울한 생각만 들어요. 저는 어떡해야 할까요?

 

 박승민 교수 (기독교학과)

 ➜ “학교에 처음 입학할 때만 해도 기대가 많았어요.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즐거운 캠퍼스 라이프를 꿈꾸기도 했죠.”라는 C양의 이야기가 와 닿네요.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을 갖고 새학기를 시작했을 텐데, 막상 겪어 보니 현실이 녹록지 않지요? C양의 고민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아마도 많은 숭실 학우들이 공감할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상담심리학에서는 대학생 시기를 발달연령분류상 후기 청소년기로 봅니다. 그 이유는 고등학교 때 완성하지 못한 자아정체성(self-identity)을 대학생 시기에 확실히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복잡한 대학입시 체제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탐색을 중·고등학교에서 충분히 하지 못해요. 그래서 대학생이 되어서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다양한 내・외적 갈등을 경험하며 살아가요. 따라서 ‘무엇을 하며 살고 싶니’, ‘졸업 후 뭐해 먹고 살래’ 등의 질문은 사실 자아정체성과 매우 깊게 관련된질문이라 할 수 있답니다. 더군다나 우리 C양은 대학생활에 대해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탐색의 시기를 오래 갖다 보니 남들보다 좀 더 늦었던 것 같아요. 단지 남보다 탐색시기를 오래 가진 것 뿐인데 학년이 높다는 이유로 더 조급해진 것같아요. 그리고 자신 스스로가 해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생각해 우울한 마음도 들고요.

  앞서 발달연령상 대학생 시기가 자아정체성을 다루는 시기라고 했죠? 따라서 우리 C양은 지금부터 차근차근 시작해도 됩니다. 단, 이제부터는 막연하게 ‘공무원’을 생각하고 공무원이 되겠다고 표현하기 보다는 무엇 때문에 공무원을 하고 싶어 하는 건지를 잘 성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신중하게 고민하고 성찰한 후에 내리는 결정은 훨씬 확고하고 주변의 영향도 덜 받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탐색하고 집중력 있게 도전을 준비하는 C양에게 응원을 보냅니다.(웃음)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