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선거제도와 의미, 무엇이 다른가?
북한의 선거제도와 의미, 무엇이 다른가?
  • 김규현 교수(숭실평화통일연구원)
  • 승인 2016.04.11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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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국민들은 자신을 자유롭다고 여기지만 엄청난 착각이다. 오직 선거 때에만 자유로울 뿐이다. 국회의원들은 당선되자마자 국민을 하찮은 노예처럼 대한다.” 18세기의 사상가 루소(J. J. Rousseau, 1712-1778)가『사회계약론』에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한 말이다. 그의 표현대로 유권자는 선거 때에만 주인대접을 받는 게 현실일지라도 투표권은 가장 중요한 참정권이다. 우리에게는 이 권리가 해방과 함께 저절로 주어졌지만, 민초들이 절대왕정에 항거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쟁취한 긴 여정은 ‘보통선거’의 확립과정과궤를 같이하였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를 대등하게 매기는 1인1표제를 향한 싸움은 민주정치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도 가까이는 1688년의 명예혁명, 더 멀리는 1215년의 마그나 카르타까지 소급된다.

  북한에도 민주사회의 대의기관과는 위상이나 역할이 매우 다르지만 형식상 입법기관이 있고, 정기적으로 투표도 실시된다. 북한에서는 17세 이상의 공민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주어진다. 입법기관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의 임기는 5년이고, 선거구는 대략 인구 3만 명당 1개꼴로 현재는 687개이다. 대의원 후보는 기본적으로 당·정·군의 고위간부들이 망라되고, 공로를 세웠거나 헌신적인 행동으로 평판이 좋은 자들 중에서 임의로 선발한다. 대의원은 법안상정 등의 입법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1-2회 개최되는 정기회의에 참석하여 의안에 무조건 찬성 투표하는 거수기 역할을 한다. 지방에 거주하는 대의원들은 이 기회에 모처럼 ‘혁명의 수도’인 평양을 관광하는 데에 큰 의의를 둔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선거가 어떤 절차로 진행되고, 투표당일의 모습은 어떠하며, 선거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먼저 선거 과정을 보면 ‘선거 공고, 전국의 모든 선거구에서 김정은을 후보자로 추대, 선거 및 중앙선거위원회의 결과 발표’의 순서로 진행된다. 2014년 3월 9일에 실시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선거 2개월 전인 1월 8일에 “헌법 제90조에 따라 제13기 대의원 선거를 주체103(2014)년 3월 9일에 실시한다.”고 공고하였다. ②2월 3일에 ‘제111호 백두산선거구’ 선거자(유권자) 대회에서 김정은을 후보자로 추대하는 행사를 성대히 개최하였다. 이어 2월 7일까지 전국의 687개 선거구에서 모두 김정은을 후보자로 추대하였다. 김정은이 관례대로 최초 추대를 받은 한 곳에 후보자로 등록하면, 나머지 686개 선거구에서도 각각 단일 후보자가 확정된다. ③3월 9일에 선거가 실시되었고, 3월 12일에 선거결과와 대의원 명단이 발표되었다. “명부에 등록된 전체 선거자 중에서 다른 나라에 가 있거나, 먼 바다에서 일하는 자들을 제외한 99.97%가 선거에 참가하여 선거자의 100%가 찬성 투표하였다.” 대의원 구성은 노동당 외에, 사회민주당 50여 명, 천도교청우당 20여명, 무소속 10여 명 등으로 할애하지만 정치적인 의미는 없다. 

  이어 선거당일의 모습과 선거가 갖는 의미를 개관해 보자. 김정은은 자신의 선거구가 아니라 특별히 격려하고자 하는 대의원 후보자의 선거구에서 투표한다. 김정은으로부터 찬성투표를 받은 대의원은 그 자체로서 힘을 얻게 되며 모든 면에서 모범적으로 충성해야 한다. 주요 간부들의 투표장면도 홍보소재로 이용된다. 일반 주민들은 새벽부터 인민반 단위로 동원되어 정해진 순서대로 줄을 지어 선거장에 입장하고, 거동이 어려운 사람들은 ‘이동 투표함’에 투표한다. 선거장은 명절처럼 축제분위기로 장식되며, 입구의 ‘알림’ 액자에 대의원 후보의 사진과 약력이 게시되어 있다. 선거관리원으로부터 후보자의 이름이 적힌 ‘선거표’를 받아 투표장으로 들어간다. 별도의 기표소가 있는 것이 아니라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가 부착된 방에 투표함이 있고, 그 함 위에 필기구가 놓여 있다. 단일 후보에 찬반여부를 묻는 투표이므로 반대할 경우 후보자의 이름에 가로줄을 그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의 모든 선거에서 반대표는 없었다. 투표자는 먼저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에 정중히 절을 한 다음에 두 손으로 ‘선거표’를 함에 넣는다. 북한식 표현으로 “찬성의 한 표를 바친다.” 투표장 밖에는 예능인들이 음악공연을 벌이고, 주민들은 대부분 한복을 차려입고 춤을 추면서 기쁨을 표현한다. 결국 북한에서의 선거는 ‘선거자’ 명부 작성과정에서 주민들의 거주실태를 일제히 재점검하고, ‘100% 찬성투표’를 통해 전사회의 ‘일심단결’된 모습을 과시하는 일종의 전열정비 또는 단합대회의 성격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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