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은 용을 바라보는 입장이 다르다. 동양에서는 상서로운 동물로 묘사되어 긍정적인 이미지로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나라의 혼란 시기에 출현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상징된다. 그렇다면 용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중국 송나라 시대 나원(羅願)은 “뿔은 사슴, 머리는 낙타, 눈은 토끼, 목은 뱀, 배는 대합, 비늘은 물고기, 발톱은 매, 발바닥은 호랑이, 귀는 소”의 형태를 하고 있다고 했다. 용의 종류도 다양한데 천상에 가까울수록 그 지위가 높았다고 한다. 가장 낮은 지위의 용은 노란빛을 띠고 뿔이 없는 이룡(螭龍)이 있는데, 이 하늘로 승천하지 못하고 땅에 있는 반룡(蟠龍)이 있다. 다음 단계는 뿔이 생기는데 이를 규룡(虯龍)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물속에 사는 훼룡(虺龍)이 있는데, 이 훼룡이 500년을 산 후 비늘이 생겨 교룡(蛟龍)이 된다. 그 다음은 규룡이 1,000년을 살아서 용의 반열인 각룡(角龍)이 된다. 가장 높은 단계는 날개가 있는 용으로 각룡이 1,000년이 지나면 진정한 용인 응룡(應龍)이 된다.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가장 낮은 단계에서 최고 단계가 되기까지는 최소한 2,500년이란 긴 시간이 필요하다. 

  박물관 소장 훼룡문경은 대표적인 한나라(낙랑) 거울이다. 지름이 11.9cm로 중형에 속한다. 중앙에 꼭지 자리를 배치하고 중간 공간에 얇은 선으로 간략화한 4마리의 훼용을 배치하였다. 그리고 훼룡의 얼굴과 허리 가까이에는 2마리의 새가 보이는데 상서로운 짐승과 자연의 조화를 보여준다. 또한 용 사이에는 꼭지(乳)를 배치하여 장식성을 가미하였다. 이 거울은 제작된 지 이미 2,000년이 지났다. 거울에 등장하는 훼룡이 가장 높은 단계의 응룡이 될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다. 밤하늘에 용을 보았다면 박물관 소장 훼룡이 승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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