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중간시험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신화라니 이 무슨 현실과 동떨어진 단어란 말인가? 하지만 이런 생각이 신화에 대한 당신의 첫 반응이라면, 저자의 눈엔 당신이 자기만의 신화를 상실한 채 부박한 현실 위를 떠도는 유령일지 모른다. 

  신화에 대한 입문서로 추천할 만한 이 책은 여러 신화적 서사를 만나기에 앞서 ‘왜 신화인가?’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신화는 신과 영웅에 대한 이야기라는 표면적인 정의나 허상에 가깝다는 통념을 넘어 우리 실존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 방식이다. 저자는 인간은 신화를 찾는 존재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신화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삶의 모순과 의미라는 거대한 개념을 이야기의 형태로 설명하고 해소해 주는 인류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합리성의 미명하에 신화를 부정하는 현대인은 자신과 사회의 현실을 직면하지 않는 것이다. 신화가 없는 사람에겐 고향이 없다. 그런 사람은 분명히 언제 어디에선가 신화적 자궁을 찾으려고 다른 문화에 매달린다. 신화를 상실한 현대인은 미국식 성공신화를 붙들고, 그 빈약한 대체품에 자기 인생을 해석하고 맡긴다. 내적 안정감을 상실한 인간의 여러 몸부림은 신화에 대한 갈망과 다름없다.

  저자는 <파우스트>, <잠자는 숲속의 공주>, <페르귄트> 등 서구 문학작품에깔린 신화적 요소를 탐색한다. 이 부분이 어려우면 넘어가자. 그리고 신화의 원래 이야기를 펼쳐 보자.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전래동화나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에 깔린 이야기의 힘, 특히 인류의 정신사에 뿌리내린 신비한 이야기의 힘이 당신의 인생을 강력하게 재구성하고 체계화하는 경험을 누려보시라. 길가메쉬부터 히브리, 켈트, 그리스 로마, 우리나라, 각국 소수 민족의 서사 속에 나를 담궈보고 자기화하는 과정 속에서 시험에 쫓기는 비루한 일상이 의미로 건져 올려질 것이니. 자매도서로 <신화의 힘 / 조셉 캠벨>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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