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학생 유치 위해서는 꼭 필요해”, 지방 도시 “지역 경제 타격 입을 것”

 지방 대학들이 수도권 지역으로 모여들고 있다. 경북 영주의 동양대는 지난 2014년 경기 동두천 시로 이전했으며 내년 개교를 목표로 준비 중이 다. 또한 충남 홍성에 있는 청운대학교는 인천시로, 충남 금산에 위치한 중부대학교는 경기도 고양시로 캠퍼스 이전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수도권으로 이전을 추진 중인 지방대는 총 13곳이다. 수도권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운 지방대들은 학 생 정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방대학을 떠나보내는 지방 중소도시들은 대학의 이전이 해당 도시의 심각한 경기 침체를 불러온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방 대학들, 학생 모집에 유리한 수도권으로 입성

 지난 2006년 전국 곳곳에 위치했던 주한 미군 기지를 평택 등 5곳으로 통합하며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 지역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이 시작됐다. 이 특별법은 미군 주둔으로 낙후되었던 지역의 개발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그 지역의 공장 신·증설과 대학의 이전을 허용하고 그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등 각종 혜택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대의 수도권 진입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충북 제천시에 있는 세명대학교는 미군기지 반환 공여지의 한 곳인 경기 하남시에 한방병원과 연구시설 등을 갖춘 9만 9,000여㎡ 규모의 캠퍼스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세명대는 지난해 9월 23일(수) 교육부에 ‘대학위치 변경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학교 측은 교육부 승인이 나면 즉시 수도권 캠퍼스 조성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세명대 관계자는 “수도권에 경쟁력 있는 캠퍼스가 조성되면 학생 유치에 용이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경기 동두천시로의 이전을 추진 중인 대전의 침례신학대, 평택시로 이전 추진 중인 전북 익산의 원광대, 경기 양주시로 이전한 전북 임실의 예원예술대 등 특별법에 근거해 미군이 반환한 공여지에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인 학교는 총 9개다.

 지방대가 수도권으로 캠퍼스를 이전하는 이유는 수도권에 있는 대학이 학생 유치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현재 전체 대학생 중 약 40%인 80만 명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학생 정원 미달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대가 수도권으로 진입하면 학생 정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006년에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학생 충원율, 취업률 중심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구조조정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대학들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로 인해 지방대학 들이 수도권 진출을 가속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지방 도시들 “무게 중심 옮겨져 지방 도시 소외 현상 심화될 우려 있어…”

 특별법 개정으로 지방대학들이 수도권으로 이전할 계획을 발표하자 해당 도시의 지방자치 단체들은 지역 공동체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학교가 이전하면 △자취‧하숙 촌 △캠퍼스 식당가 △지역일자리 등 캠퍼스와 밀접하게 관련된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충청도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 소속돼 있는 충청대학교 남기헌 교수는 “지방대의 수도권 이전으로 인해 지방 자치의 근간인 지역주의 문화와 지역경제 등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을 것이다.”라며 “결국 지방 중소 도시들은 젊은 인재가 고갈되어 지역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지역 인재 지원 기능도 마비되는 등 창의적 지역경제 활성화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지방대의 수도권 이전으로 여러 이해 관계 충돌해

 캠퍼스의 수도권 이전을 둘러싼 지방대와 지방 도시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 하남 시로 이전을 추진 중인 세명대는 이를 저지하려 는 제천시와 큰 마찰을 겪고 있다. 세명대는 제천 시에 있는 유일한 4년제 대학으로 세명대가 수도권으로 이전할 경우 제천시 인구의 10%가량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제천시 이 근규 시장은 세명대 하남캠퍼스 추진을 막기 위해 충북도청을 방문해 공동 대응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이 시장은 “그동안 시의 부족한 재정에도 세명대에 지원을 해줬는데, 세명대는 제천시의 반대를 뒤로하고 이전을 추진해 참담하다.”며 “세명대가 하남 캠퍼스를 조성하면 결국 학교의 무게 중심이 수도권으로 옮겨가 제천은 큰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고 밝혔다.

 이런 반대 움직임에 대해 세명대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세명대 관계자는 “캠퍼스를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은 학교의 경쟁력을 올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며 “제천시와 갈등을 빚고 있지만 이미 교육부에 이전을 신청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고 밝혔다.

 대학 캠퍼스의 수도권 집중화를 저지하기 위해 비수도권 의원들은 관련 법 제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3년 7월 새정치민주연합(現 더 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주한미군 공여구 역 주변 지역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특별법에 포함돼 있는 수도권 대학입지 특례 규정이 ‘수도권정비계획’ 의 4년제 지방대학 수도권 이전 금지 및 국토 균형발전 취지와 어긋나기 때문에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는 지방대가 아닌 수도권 내에 있는 학교만 이전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비수도권 대학의 수도권 진입을 봉쇄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박 의원은 “지방대의 수도권 이전은 해당 지방 도시의 경기 침체와 심각한 인구 이탈을 불러온다.”며 “대학을 떠나보내는 지방 중소도시에서 대학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 내 경제·교육·문화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전 저지’는 지방 도시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라고 밝혔다.

 특별법 폐지와 지방 대학 육성에 힘 써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교육부가 캠퍼스 이전을 승인할 때 대학 차원의 준비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국가 지역 균형발전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 다고 지적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 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 수도권 과밀화를 유도하는 특별법의 ‘학교의 이전 등에 관한 특례’ 규정은 폐지해야 한다.”며 “나아가 지방대 중심의 대학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 대학 육성계획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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