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셰프’ 열풍이 불어올까?
북한에도 ‘셰프’ 열풍이 불어올까?
  • 숭실평화통일연구원 김규현
  • 승인 2016.05.23 21:15
  • 호수 11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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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TV방송에는 남자 ‘셰프’들이 요리경연을 벌이는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여 그 수가 10여 개에 달한다. 이러한 ‘셰프’ 열풍에 대해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으나, 젊은이들의 창의력과 섬세한 손재주를 바탕으로 직업의 범주가 통념의 벽을 넘어 폭넓게 확장되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북한에도 우리와는 차이가 있지만 요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열풍이 경연대회의 형식으로 불고 있다. 전국적인 규모의 요리대회는 매년 2월과 4월에 각 3일의 일정으로 개최된다. 역사가 오래된 것은 매년 4월 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열리는 ‘태양절 료리축전’으로 금년이 제21차 대회이니 1996년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 절정에 이르던 시기까지 소급된다. 그리고 2011년부터 매년 2월 김정일 생일 전에 진행하는 ‘광명성절 료리기술 경연’은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았다. 이 밖에도 수산물, 민족음식 등 분야별 경연과 각 지방에서 개최하는 행사들을 합하면 요리 경연대회는 훨씬 많다. 오늘은 북한 요리경연대회의 특징과 행사개최 의도, 그리고 이를 남북관계 개선에 활용할 시사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북한의 요리경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행사를 정부(부총리)가 주도하며 그 규모가 매우 크다. 대형 음식점과 호텔 등 각급 봉사기관 및 전국 각지에서 선발된 요리사들이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천 명 이상 참가하며, 전시된 요리의 품목이 수천 가지에 달할 때도 있다. 둘째, 북한의 요리대회는 메기, 도루메기(도루묵), 자라, 송어, 연어에서 철갑상어에 이르기까지 수산물 요리의 비중이 높다. 이는 김정은이 2015년 신년사에서 “농산과 축산, 수산을 3대 축으로 해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식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정은은 수산사업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비린내를 ‘사회주의 바다향기’라고 표현하면서 생선을 손으로 만지는가 하면 어로공(어부)들을 중앙당 집무실로 불러 직접 표창하는 등 수산물 증산을 통한 주민들의 식생활 향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셋째, 음식에서도 ‘주체성’과 ‘민족성’을 강조하여 “음식문화도 우리의 힘과 기술, 우리식으로 인민들의 실생활에 실질적으로 이바지 할 수 있는 일상음식들을 효과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독려한다. 넷째, 요리의 심사기준을 보면 맛 이외에도 요리사의 복장, 가공과정의 위생안정도, 요리를 과학적으로 원리적으로 가공하는가 여부를 종합평가하여 순위를 정한다. 특히 위생을 고려하여 요리사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눈에 띈다. 여기에는 주민들에 대한 위생 캠페인과 함께 아직 절대량이 부족한 식량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비친다. 다섯째, 북한의 요리대회에는 남자 요리사가 일부 등장하나 아직도 대부분의 요리사들이 여성이다.

   이어 북한이 대규모 요리경연대회를 개최하는 의도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요리대회는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난으로부터 벗어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북한을 떠올리면 아직도 1990년대 후반 이후 아사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등 극심한 식량난을 겪은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다. 이러한 북한에서 요리경연을 펼치는 영상은 극적인 상황 반전이 아닐 수 없다. 둘째, 북한이 요리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는 해외 관광객을 보다 많이 불러들이는 촉매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관광객 유치에 있어서 먹거리는 볼거리, 유희, 숙소, 치안 등과 함께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북한이 민족요리와 함께 세계의 유명한 요리들을 함께 전시하고, 미각뿐만 아니라 ‘조형예술성’, 즉 요리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데까지 신경을 쓰는 것을 보면 이러한 취지가 엿보인다. 셋째, 요리를 통해 경쟁을 벌이는 장면을 북한 주민들에게 방영함으로써 사회 각 부문의 경쟁 열기를 고취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요리사들이 소속 기관의 명패를 앞세우고 정렬한 풍경, 그리고 전시된 요리들을 관람객들이 맛보고 스마트 폰으로 촬영하는 모습에서는 팽팽한 긴장감과 현장 평가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북한에서 매스컴에 이름을 날리는 전문 ‘셰프’의 출현은 아직 시기상조이며, 우선 TV방송에 요리 프로그램이 언제쯤 등장할지를 주목해야 하는 단계이다. 현재의 남북관계는 북핵문제로 인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한 간의 음식문화교류는 정치적인 변수에 영향을 덜 받고 추진할 수 있는 분야 중의 하나일 것이다. 우수한 두뇌와 탁월한 손재주를 가진 남북의 젊은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식의 표준화와 세계화에 나선다면 K-Pop에 이어 K-Food가 세계인들의 미각을 사로잡을 날도 단지 꿈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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