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건설현장을 연상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단어가 ‘속도전’이다. 북한 은 일찍이 1950년대부터 천리마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왔고, 최근에는 이에 더하여 ‘만리마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간부들과 주민들에게 하루에 만리를 달리는 말처럼 ‘철야진군’을 하라고 노력동원을 독려하고 있다.

 최근에도 북한에서 전개한 ‘속도전’의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2013년 10월에는 44층의 김일성종합대학 교직 원용 아파트를 10개월 만에 완성하였고, 46층의 김책공대 교직원용 아파트는 2013년 8월에 착공하여 14개월 만인 2014년 10월에 완공하였다. 또한 2015년 10월 초에는 나선시 홍수로 유실된 주택 800채를 1개월 만에 지어서 입주 시켰다. 그리고 평양의 대표적인 자랑 거리로 등장한 ‘뉴 타운’ 성격의 ‘미래 과학자 거리’는 2014년 8월에 착공하여 2015년 10월에 완성하였다. 이곳에 들어선 최고 53층의 주상복합아파트는 그 높이가 210미터에 달해 그해 세계에서 건립된 200미터 이상의 건축물 106개 중에서 71번째였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연 건축 면적이 10만㎡에 달하는 과학기술전당(중앙전자종합도서관 격)을 건립하는 데도 2014년 6월 김정 은의 지시로부터 2015년 10월 완공까 지 채 1년 반이 걸리지 않았다.

 특히 북한의 강경도발이 절정에 이르던 올해 3월 18일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착수한 ‘려명거리’ 건설도 이러한 속도전의 전철을 밟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려명거리’는 금년 말까지 평양에 최고 70층의 초고층 아파트와 상업시설 등을 건설하려는 또 하나의 ‘뉴 타운’ 건설계획이다. 김정은은 이 거리의 건설을 선포한 자리에서 “려명 거리 건설은 단순한 거리 형성이 아니라 미제와 그 추종 세력들과의 치열한 대결전으로서 제재와 압력 속에서도 세계를 향해 과감히 돌진하는 조선의 모습을 보여주는 정치적 계기이므로 올해 중에 반드시 일떠세움(완공)으로써 주체조선의 필승불패의 전통을 다시금 과시하여 원수들에게 치명적 타격을 안기는 비수를 꽂자!”(2016년 3 월 18일 조선중앙통신)고 비장하게 지시하였다. 이에 따라 북한은 4월 3일 에 신속하게 착공식을 거행하여 진척이 빠른 공사현장은 착공 5일 만에 기초굴착을 마치고 콘크리트 기반공사 를 위한 철근조립을 진행하기도 하였 다. 착공 50일이 경과한 5월 25일의 조 선중앙TV화면을 보면 빠른 곳은 건물 골조 공사가 8-9층까지 진행된 것으 로 관찰되었다. 공사현장에 동원된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24시 간에 1개 층을 올렸지만, 앞으로는 18시간 만에 1개 층을 올릴 수 있다.”고 호언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속도전을 벌일 수 있 는 배경은 첫째로 건설을 담당하는 군 부대 인력을 대규모로 동원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교대로 철야 건설을 하고 있는 점이 주된 요인이다. 둘째로는 최근 북한에서 콘크리트를 종래의 기 술보다 3-4배나 급속히 응결시키는 ‘콩 크리트 활성급결제’를 자체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이 고체상태의 분말을 2% 섞은 시멘트 콩크리트는 10-20초 만에 응결되기 시작하여 3분 이내에 응결이 끝난다”고 주장한다.(2016년 4월 7일 웹 사이트 ‘조선의 오늘’)

 북한은 빠른 건설 속도와 함께 높은 수준의 질을 보장한다면서 ‘천년 책임’, ‘만년 보증’이라는 과장된 구호를 내걸고 있지만 졸속공사로 인한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2014년 5월에는 평양에서 준공 직전의 23층 아파트가 붕괴되어 수백 명이 압사하였는가 하면, 2015년 8월에는 이틀 동안 내린 255 밀리미터의 강우량에 아파트가 말 그대로 “쪼개지는” 참담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북한의 이러한 잠재적 부실 상태는 낡은 아파트를 해체하는 과정 에서도 관찰된다. ‘려명거리’를 건설하 기 위해 철거한 아파트 폐기물에는 철 근의 함량이 거의 없고 벽돌마저 들어 있었다.

 새롭게 건설하는 건축물도 잠재적 부실이 발견되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2015년 9월 나선시에 건설한 단 독주택에는 내력벽이 전혀 없이 벽돌 로 쌓아 올려서 벽을 만들고, 지붕은 나무 조각으로 얼기설기 엮은 위에다 얇은 플라스틱을 덮는 것이 고작이었다. 단열시설 등에 대해서는 아예 개념조차 없었다. 고층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도 내진 설계 등에 대한 고려는 없는 것 같다. 고층 아파트 건설에 사용된 철근 의 두께와 양이 우리의 단독주택 건설 에 투입되는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관찰되었다.

 북한의 기존 및 신축 건축물들의 안전상태가 이처럼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대규모 지진이라도 날 경우 수만 명이 인명피해를 당하는 후진국형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한데도 ‘속도전’ 을 여전히 자랑거리로 내세우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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