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대외활동, 학생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A양은 한 출판사가 주관하는 대회활동에 지원했다. 지원할 당시 출판사가 공고한 커리큘럼에는 출판되는 책 홍보와 버스, 지하철 등에 게재되는 지면 광고들을 기획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활동에 참가해 보니 주체적으로 광고를 기획하기보다는 단순히 책을 파는 일뿐이었다. 실제로 출판사의 직원들은 A양에게 출판된 책 몇 권을 건네주며 주변 사람들에게 팔아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결국 자신의 능력을 쌓기 위해 지원한 대외활동이 단순 노동의 비중이 큰 아르바이트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A양은 “진로에 관련한 업무를 경험해 보기 위해 대외활동에 지원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며 “대외활동의 의미가 퇴색된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실업률은 12.5%로 역대 최고 수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다수의 학생들은 취업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때문에 학생들은 취업에 있어 조금이라도 높은 고지를 점하기 위해 각종 대외활동에 뛰어들고 있다.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에서 대학생 3,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40%가 1회 이상 대외활동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일부 대외활동들은 학생들의 절박함을 악용해 허드렛일과 단순 업무를 시키며 실질적으로 노동을 착취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공고문과 달리 부실하게 운영되는 대외활동…
  B양은 지난 2012년 말 한 언론매체에서 기자단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다. 주최 측은 예산 2억으로 우수기자들에게 전액·반액 장학금을 지원해 준다고 약속했고 이에 100여 명의 학생들이 지원했다. 기자를 꿈꾸는 B양은 열성적으로 활동에 임했으나 사측의 교육과 관리가 부실했고 장학생을 선정하는 어떠한 절차도 없었다. 더구나 활동이 끝나고 업체의 인터넷 사이트는 폐쇄됐으며 B양을 포함한 학생들의 기사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년 후 B양은 반액 장학생으로 선정됐다는 회사의 연락을 받았으나 그마저도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10~15만 원 정도를 몇 차례 받고 끝이 났다. B양은 “열정을 갖고 참여했는데 고생만 하고 보람도 결과도 없다는 것이 너무 허무했다”고 말했다. 이 대외활동에 참가한 다른 학생 역시 “처음 하는 대외활동이었는데 회사의 부실한 운영으로 학생들의 열정도 식고 활동이 흐지부지돼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전했다.

  이렇게 학생들의 기대와 다른 대외활동 운영은 자신의 역량을 키우려던 대학생들에게 실망만 안겨준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대학생 540명을 상대로 대외활동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66%가 ‘대외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이 중 53.8%가 ‘참여 후 실망했던 대외활동이 있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또한 실망한 이유로는 △‘체계적이지 못한 프로그램(49.6%)’ △‘명시된 것과 다른 실제 활동(16.0%)’ △‘지나치게 단순한 활동내용(13.6%)’ △‘하는 일에 비해 턱없이 부실한 보상(활동비, 기타 혜택)(13.6%)’와 같은 답변들이 나왔다.

  이외에도 힘들게 활동을 마친 대학생들에게 활동을 증명하는 수료증을 주지 않거나 미리 약속했던 혜택들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 한 유명광고회사의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수료한 C양은 6개월간의 기자단 활동을 완료했지만, 주최 측에서 기준에 못 미친다며 수료증을 주지 않았다. C양은 “휴학 후 대부분의 시간을 이 기자활동에 투자했는데 이렇게 수료증도 받지 못하니 화가 날 따름이다.”라고 밝혔다.

  대학생들의 취업 전쟁, 눈물 머금은 스펙 쌓기
대외활동이 참가자들에게 제대로 된 혜택이나 보상을 주지 못해도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스펙을 위해 대외활동에 참가한다. 다빈치인재개발원 박원용 원장은 “최근 학생들의 능력이 높아져 학점이나 토익 점수가 모두들 높은 편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기업체에서 지원자가 사측 직무에 얼마나 적합하냐로 당락을 가르는데, 이때 해당 직무와 관련한 대외활동을 이수한 경우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유리한 건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몇몇 기업체에서 운영하는 대외활동의 경우 그 기업에서 운영한 대외활동에 참여한 경력이 있으면 채용 시험 시 가산점을 부과하거나 서류 전형을 면제해 주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대외활동은 취업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 됐다.

  대학내일에서 실시한 ‘대외활동, 어떻게 생각해?’라는 설문조사에서 대외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이유를 ‘스펙을 쌓기 위해’라고 답한 학생이 가장 많았다. 실제로 본교에 재학 중인 서민정(정치외교‧14) 양은 자기소개서에 쓸 스펙을 추가하기 위해 다음 학기 휴학을 하고 서포터즈로 활동할 계획이다. 서 양은 “대외활동을 하는 이유에 진로에 대한 경험을 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소서에 쓰기 위한 스펙이 필요한 것이다.”고 말했다.

  대외활동에 대한 법적 기준이 필요해
  이러한 상황에 대해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은 “기업들이 대외활동을 운영하면서 스펙을 필요로 하는 청년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사실상 허드렛일이나 다를 바 없는 일들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 착취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외활동에 대해서 법적인 기준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미국 노동부의 6가지 기준을 예로 들었다. 미국 노동부는 무급인턴 활동이나 대외활동으로 기업이 이익을 봐서는 안 되고 정규사원의 업무를 대신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학생들이 기업의 상시적인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대외활동의 취지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기준이 필요하다”며 “또한 약속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인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들의 인식을 자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익인권법재단의 윤지영 변호사는 기업들이 대학생들을 착취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윤리적 의식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윤 변호사는 “대외활동의 법적 기준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외활동을 주최하는 기업들이 윤리적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들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 학생들을 이용해 홍보효과만 누리려 하기보다는 학생들에게 효율적인 프로그램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의식이 기본적으로 깔려야 한다.”고 전했다.

  문제 해결 위해 나서는 정부
  지난해 7월 교육부는 현장실습에 참가하는 대학생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현장실습 운영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는 현장실습이 이뤄지는 기업이나 연구기관 등에서 학생들에게 실습의 목적과 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지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급여는 최저임금 이상으로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실습 운영지침이 나오게 된 배경은 지난 2013년 발표한 현장실습 매뉴얼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 새롭게 지침안을 발의한 것이다.”라며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대외활동의 열정 페이 문제가 줄어들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지난 2013년에 ‘현장실습 매뉴얼’이라는 지침을 공개했다. 이 매뉴얼은 현장실습 운영의기준과 절차를 세웠으나 실제로 대외활동에서 학생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이 미비해 지적을 받아왔다.

  이외에도 정부는 대학생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정부는 기업이 대외활동 법적 가이드 라인을 따르는지 감시하기 위해 근로감독을 시행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현장실습 운영지침’에서 규정한 노동 시간을 어긴 K기업을 적발하고, 해당 대외활동 운영을 중단시켰다. 또한 K기업에게 피해입은 수료자들에 대한 사과문을 공고하게 하고, 그들의 노동 시간에 알맞은 금액을 지불하라는 조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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