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사태를 통해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을 조명하다

 

지난달 28()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미래라이프 대학 신설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미래라이프 대학이란 이화여대가 설립 계획 중인 평생교육 단과대학으로,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의 고졸 재직자 혹은 30세 이상의 무직 성인을 대상으로 미디어 콘텐츠의 기획·제작 및 건강·영양·패션 등을 가르친다. 원래 학교 내에 부설 평생 교육원을 보유했던 이화여대는 정부재정지원 사업의 일부인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이하 평단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자 평생교육원을 단과대학으로 개편하려 한 것이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학생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시위를 단행했다. 학생들의 반대와 점거 농성, 학교의 경찰병력 투입, 총장과 학생들의 면담이 이어진 끝에 결국 이화여대는 사업 계획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이화여대에서만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평단사업에 선정된 또 다른 대학인 창원대 동국대 인하대 등도 교수 및 학생들의 만류로 사업 진행에 위기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평단사업의 시행, 질 높은 평생교육 제공하려는 목적
이화여대가 애초에 미래라이프 대학 신설을 계획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교육부의 평단사업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평단사업이란 기존에 부설 평생교육원으로만 존재했던 대학의 평생교육 기관을 하나의 단과대학으로 편성하는 대학들에게 지원금 총합 300억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5, 일반 대학에 속해 있는 평생교육원의 교육 및 선발 과정이 대학 진학 연령의 청년에게만 맞춰져 있다는 지적과 함께 선취업 후진학 교육시스템 구축을 위해 성인 전담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선정, 2016년부터 이를 운영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을 했던 선취업 후진학 성인이나 30세가 넘은 평생교육자에게도 대학수업의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뜻이다.
사실상 각 대학에 대부분 설치돼 있는 평생교육원의 경우 대학 부설 과정일 뿐 정규 학위 과정이 아니다. 이들 평생교육원은 학점 인정 과정(학점은행)이나 비학위 과정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평생교육 단과대학이 별도로 만들어질 경우 그 대학에서 운영하는 수업은 대학의 정규 과정으로 취급되고 이수한 학생들에게는 4년제 학사 학위를 부여한다. 이 외에도 학위과정, 학점과정, 비학위과정이 평생교육 단과대학에 포함되어 대학 본부의 관리를 직접 받게 된다. 교육부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의 교육적 질을 높이기 위해 사업 선정 요건으로 일반 학부 단과대학 수준의 교수진·전공 설립을 요구한 바 있다. 이전보다 질 높은 평생교육과 학위를 제공해 주로 청년층으로 한정돼있던 교육 대상을 넓히고 평생교육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겠다는 것이다.
 
사업 지원하려는 대학들, 반발하는 학생들
교육부는 2016118일에 사업지원 공고를 냈고 올해 55일 선정대학을 발표했다. 처음에는 6개의 대학이 선정됐다. 이후 교육부는발표 6일 후인 11일에 재공고를 통해 4개의 대학을 추가 선정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지난달 15() 이화여대와 창원대를 비롯한 4개의 대학을 추가 선정했다. 10개의 대학들은 1년간 300억 원을 한 학교당 30억 원씩 수여 받을 예정이었다.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대학들은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한 교육부에서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변화로 인해 2018년이면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대학 입학 정원보다 모자라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2023년에는 대학정원이 16만 명이나 미달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대학이 부실화되고 그 피해가 학생들에게까지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동원해왔다. 구조조정을 독려하기 위해 평가등급을 매기기도 하고, 정원감축에 앞장서는 대학에는 지원금을 주기도 했다. 학교 역시 학령인구의 감소로 학교 수입과 건물의 손해를 막기 위해 평생교육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교육부 방침에 따르면, 학위과정의 경우 기존 정원을 평생학습자 정원으로 전환하면 2년만큼의 정원감축 성과로 인정해준다. 정원을 줄이고도 등록금 수입은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각종 규제도 완화된다. 2017년부터 운영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의 등록금 수준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정책연구를 담당한 조대연 고려대 교수는 공청회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사업에 선정된 학생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평단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가장 많이 드러났던 이화여대의 경우 교수 및 학생들은 크게 교내 구성원과의 동의 없는 비민주적 사업 추진 대학의 과도한 산업화 교육질에 대한 대책 없음 등을 비판했다. 학생들은 지난달 27() 학교가 사업에 선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학생들과 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또한 학생들은 작년 학교의 재정 흑자가 1,100억에 달했는데 지원금과 등록금에 목을 매는 학교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결국 학위를 가지고 장사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교육부에 대한 비판도 커지는 추세
일부 전문가들은 이화여대 사태의 원인은 교육부가 대학 상황을 무시한 채 “2017학년도부터
10개 대학 평생교육 단과대학 운영이라는 목표를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최초 6개 대학이 선정된 후 두 달 만에 추가 공고 및 선정이 이루어져 충분한 공감을 끌어낼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또한 구성원의 동의라는 항목에도 구체적인 세부사항이 없다는 등의 문제도 지적했다.
졸속한 재선정으로 인해 평생교육 질 담보마저 버리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애초 계획에는 전임교원 확보율 및 전담교원 강의 비율을 선정대학의 평균 이상으로 확보하도록 하고 있었으나 재선정 과정에서 학장·학과장·전공주임 등은 평생교육 단과대학 전담교원으로 하고 나머지 교원은 겸임이 가능하게 하여 처음 취지와는 다르게 질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또한 평단 사업 목적과는 관련 없는 평가 지표총장임용후보자 선정방식 정원감축 권고율 이행여부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평단사업 취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시민운동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는 이화여대 학생들의 반대 및 평단사업 취소사태는 교육부의 졸속 추진에 근본 책임이 있다교육부에서는 어떤 입장 표명이나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고 평가지표 개선 및 엄정한 선정을 통해 바람직한 평단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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