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특정 젠더(성별)에게만 어울리는 말과 행동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차별이라는 인식 없이 아무렇지 않게 그런 언행을 받아들이곤 한다.

  이미 우리 사회의 고착화된 젠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남성위주의 사회에 가깝다고 본다. 따라서 젠더문제는 여성에 관한 사항일뿐 남자들은 젠더문제에 대해 고민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젠더문제가 비단 여성만의 문제로 축소될 수 있을까?

  결코 축소될 수 없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 페미니즘은 여성의 생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그러나 거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페미니즘은 차별받는 젠더의 권익을 되찾는 것을 넘어서 서로 간의 올바른 젠더 관계를 성립해 가는데 목적이 있다. 예를 들어 남성중심문화에서 감정노동은 전적으로 여성이 해왔고 남성은 외로움 등의 감정적인 부분을 여성에게 의존해왔다. 사실 타인을 보살피고 배려하는 감정 노동의 영역은 남녀 모두가 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불균형적인 관계에서 여성들이 차별받는 권익을 되찾기 위해 감정노동을 그만두는 것에 그친다면 대부분의 젠더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젠더문제에 관한 이야기가 자유롭게 오간다. 사회전반적인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하지만 하나의 젠더만이 그것을 주도하기엔 한계가 있다. 남성중심문화에서 자연스럽게 기득권을 얻어온 남성들이 그것을 포기하고 젠더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젠더문제는 더 이상 여성들만의 생존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생존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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