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고 형상을 갖추지 않았다고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이 그러하다. 자연계에서는 비가시광선이나 무색의 기체 등을 예로 들 수 있겠고 우리 사회 내에서는 권리를 예로 들 수 있다. 사람은 고도로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기에 물리적 한계나 법칙에 제한받지 않는 권리라는 개념을 고안해 냈고 상호 간의 약속, 사회적 계약에 따라 이를 존중하여 지키기로 했다. ‘권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여 자신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억지주장을 펼치는 사람은 없다. 어떤 권리란 그것이 명시된 문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 내에서의 인식과 인정에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권리는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종류와 이름으로 존재한다. 사회의 발전과 성숙에 따라 함께 자라난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무유형의 가치에 대한 소유권과 저작권 등이 그것이다.
 
  우리의 권리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인권은 흔히 하늘이 준 권리’, ‘천부인권이라고 한다. 절차상의 증명이나 등록을 필요로 하지 않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권리이기에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다라는 의미에서다. 우리가 인권에 대한 증명등록절차를 거치지 않듯 저작권도 창작 즉시 발생하여 창작자에게 주어지는 권리다. ‘저작권은 창작자라면 누구나 인정받을 수 있는 권리이기에, 어떤 창작물이 저작권을 인정받는데 있어서 창작자의 기술적 숙련도나 경력 등을 기준으로 요하지 않는다. ‘창의성의 반영 여부만을 인정 기준으로 삼는다. 다시 말해 누가 창작자이든, 어떤 창작물이든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미술관에 전시된 거장의 작품과 어린 아이가 스케치북에 서툴게 그린 낙서는 적어도 저작권을 인정받는 창작물의 범위 내에서는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말이다. 간혹 코끼리나 침팬지, 돌고래 등 지능이 높은 동물을 훈련시켜 그림을 그리게 한 일이 보도되는 경우가 있는데, 동물이 그린 그림은 아무리 그럴싸해도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저작권법은 인간의 감정이나 사상을 표현한 창작물, 창작자가 사람인 경우에 한해서만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지식정보사회에서 무형의 가치는 유형의 가치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지식정보사회를 기능할 수 있게 하는 기본 전제 중 하나는 창작자의 지속적인 창작활동이다. 이를 위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정당한 대가를 주는 저작권법이 전제되어야 한다. (물론 모든 창작 행위가 반드시 창작자 자신에게 돌아 올 대가(인세나 명예)를 바라고 이뤄지진 않는다.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은둔생활을 고집하는 <호밀밭의 파수꾼> 작가 J.D.샐린저 같은 이도 있고 막대한 인세가 달린 판권을 아동병원에 기부한 <피터팬>의 작가 제임스 매슈배리 경 같은 이도 있다. 저작권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소아마비 백신 개발자임에도 특허권을 주장하지 않고 오직 인류 전체를 위해 연구에만 헌신한 조너선 소크 박사 같은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창작자 본인이 자기 신념에 의해 권리를 포기한 경우다.) 내가 누리는 문화적기술적 수혜가 공으로 주어지지 않았다는 사실과 나 또한 창작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과 보호 받을 권리를 천부적으로 가진존재임을 유념해 창작의 환경을 보호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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