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 백화점에 고급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300유로(약 38만 원) 를 지불하면 세계 3대 진미라는 송로버섯, 캐비 어, 푸아그라 요리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최상류층의 식탁이 화려해지는 이런 사회 적 흐름을 고려해보면 얼마 전 청와대 오찬 메뉴 로 송로버섯과 캐비어, 샥스핀이 등장한 사건은 일회적인 해프닝만으로 볼 수 없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최상류층이 손님들에게 예우를 갖 춰 식사를 대접할 때 동서양 귀족의 식탁을 흉내 내는 일이 일반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런데 이런 최상류층의 소비행태를 과소비로 규정하면서 비난하는 것은 그리 적절해보이지 않는다. 언뜻 보면 한 끼 식사비로 38만 원을 쓰 는 것이나 1kg에 몇 백만 원 하는 송로버섯을 먹 는 것은 과도한 소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히 판단해보면 과소비는 실제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은 나름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 신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며 소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자들이 한 끼 식사비로 38만 원을 쓰는 것은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과소비이지만 당사자 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러고 보면 정작 문제는 돈 많은 사람들의 과 소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과소비를 가능 하게 하는 소득양극화에 있다. 시간이 갈수록 상 류계층과 나머지 계층들 사이의 소득격차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이 진짜 문제인 것이다.

  소득이 양극화된 오늘의 우리 사회를 보면 구 약성서에 나오는 소돔이란 도시가 생각난다. 소 돔은 물이 넉넉하여 농업과 목축업이 발달하고, 그래서 먹을 것이 풍족한 도시였다. 게다가 방수 능력과 접착능력이 뛰어나 건축자재로 사용되었 던 천연 아스팔트가 많이 나오는 부유한 도시였다.

   하지만 소돔 사람들은 도시 전체의 부유함을 골고루 누리지 못했다. 소돔은 빈부격차가 심한 도시였던 것이다. 소돔 부자들은 자신의 많은 재 물을 주체하지 못해 사치와 방종을 일삼았다. 반 면 빈자들은 목숨을 연명하기조차 어려웠다. 이 렇게 불평등한 소돔은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 ‘소 돔’화되는 우리 사회도 이러다가 주저앉는 것은 아닐까. 분배정의에 대한 정치지도자들의 각성 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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