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문제에서 보인 시위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은 ‘느린 민주주의’ 의 사례로 언론의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학교의 일방적인 의사결정과 산업 수요에만 치중한 정부 정책에 대해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과 학부모까지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선 아름다운 모습이라 는 평가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소위 ‘느린 민주주 의’가 진정 아름다운 것이었는지 말하고 싶다.

  그들의 농성은 학교의 설립 계획 철회라는 매 우 중요한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교내 시위가 시작되면서 참가자들은 특정 정치적 신념을 가 진 이들을 배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연단 에 오르면 공공연히 조롱하고 야유했다. 또 그러 한 행위를 통해 자신들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시위 참가자들에 의해 배제된 이들은 운동권이라 불리며, 사회에서는 외부세력으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이었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순수한 이화인’을 주 장했다. 순수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 람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외부세력이란 있 는가?’ ‘과연 저것이 민주주의인가?’라는 커다란 의문이 들었다. 정치가 삶과 불가분의 관계인 오늘날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순수한’ 사람은 있을 수 없다. 한 사람이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을 가진 지금, 어떤 쟁점의 외부에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없다. 또한 민주주의는 단순히 다수결의 원칙이 아니다. 타인이 나와 다를지라도, 설령 소수일지 라도 인정하고, 존중하며 포용할 수 있는 것이 성 숙한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순 수한 사람인지, 진정으로 아름다운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였는지에 대해서 의문이다.

  ‘미래라이프 반대 시위는 어떠한 정치색을 띤 외부세력과도 무관합니다’ 이번 시위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주장한 문구다. 본의와 다르게, 대의 를 위해 한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내가 보기에 그 들은 외부세력과 다르지도 ‘순수’하지도 않을뿐 더러, 아름다운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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