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실에는 종종 강의 내용을 녹음하거나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학생이 있다. 지식 습득은 물론 A학점까지 받겠다는 각오와 목표를 갖고 강의를 듣는 것이다. 학구열에 불타는 자세는 모두에게 본이 될 만하나, 안타깝게도 이 또한 저작권 침해가 되기 쉬운 사례 중 하나다. 노트 필기가 불법이 아니듯, 강의 내용을 기록매체에 저장하는 것은 강의를 듣는 학생의 당연한 권리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등록금을 납부했는데, 강의 기록에 대해서는 추가로 돈을 내야 되는 것이냐고 화를 낼 법도 하다. 허나 강의 내용을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정리해체화 하는 것과 그대로 기록해 소유하는 것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님은 강의 내용에 대한 저작권자이자, 강의 내용을 전달하는 ‘공연자’이다.(‘공연’ 이라는 표현은 가수나 배우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 앞에서의 연설이나 강연 등에도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교수님은 강의를 구성하기 위해 자료를 준비하고 정리함은 물론 자기만의 노하우(ex: 강의기법)를 동원한다. ‘무형의 강의 콘텐츠’를 만들어 낸 창작자임은 물론, ‘유형의 강의 공연’의 주체이기 때문에, 해당 강의에 대한 저작권은 온전히 교수님 자신에게 귀속된다. 대다수의 교수님께서는 열의를 갖고 공부하는 학생의 강의 녹음을 막지 않으시기에, 사전에 허락을 구한다면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단, 허락을 받고 촬영·녹음한 것이라도 이를 다시 2차 배포하면 저작권법에 위배된다.)

  강의실에서 저작권을 갖는 것은 비단 강의 내용만이 아니다. 과제를 위해 작성·제출한 리포트나 발표 PPT 등도 창작자인 학생 개인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저작물이다. 팀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결과물의 경우, ‘공동저작물’에 속하며 각 팀원이 1/n 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팀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도 않았으면서 은근슬쩍 이름을 얹어 조별과제 점수만 취하는 얌체 학생을 흔히 ‘프리라이더’ 라고 하는데, 프리라이더의 ‘후배님, 내가 4학년이라 팀 과제는 좀 빼줘’라는 억지에 ‘그럼 선배님 이름도 뺄게요!’라는 대사로 유명한 스프라이트 광고는 ‘공동저작물’의 창작과정에 동참 및 협조하지 않으면 저작물의 ‘성명표시권(저작물의 권리자가 누구인지 밝힐 것을 보장받는 권리)’은 물론 ‘저작권’의 권리에서도 제외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팀 프로젝트를 함께했다 해서 팀원 모두가 같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듯, ‘공동저작물’에서 1/n의 권리 역시 경우에 따라 자기의 권리가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보통 창작과정에서의 기여도를 따지는 경우가 많은데, 단적인 예로 이를 대학생의 공동과제물에 적용해보면 과제물 작성에 있어 맡은 역할, 수집한 학술 자료의 비중, 팀원의 상호평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봤을 때 팀원 다수가 인정하는 기준에 의해 각자의 순위가 매겨지고 성적에도 반영될 수 있다. ‘공동저작물’에 속하는 콘텐츠를 접하게 되면 팀 프로젝트 했을 때의 기억을 되돌아보며 이 콘텐츠가 나오기까지 각 공동창작자의 공헌도는 얼마나 되었을지 가늠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굳이 거창한 콘텐츠를 찾으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전공을 불문하고 각 학과에는 선배들로부터 내려오는 ‘족보’가 하나쯤 있을 것이다. 이 ‘족보’가 앞서 말한 ‘공동 저작물’로 대우받을 수 있는 콘텐츠다. ‘공동저작물’로 공부하는 당신, 당신도 조만간 ‘공동저작권자’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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