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또는 이성관계라는 주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아마도 인간이 ‘관계를 추구하는 존재’이기도 하고, 연애를 통해 ‘친밀함’의 느낌, ‘사랑’의 감정을 가장 집중적으로 경험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저명한 발달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도 그의 심리사회발달 이론에서 청년기의 주요 발달과업을 ‘친밀감 형성’이라고 주장한다. 그만큼 지금 대학생들이 속해있는 청년기에 이성을 사귀고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갈등을 다루는 경험은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필자는 지난 학기에 “성과 사랑의 심리학”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진행했다. 많은 학생들이 뜨겁게 호응했고 수업 가운데 학생들의 이성관계에 관한 실질적인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을 몇 가지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만 있으면 연애를 잘할 줄 알았는데 헤어졌어요. 이유가 뭘까요?”

 “소개팅을 진짜 많이 하는데 이성친구가 생기지 않아요. 항상 피상적인 대화만 하고 친밀한 관계가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마음에 드는 친구를 오랫동안 바라만 보고 있는데 거절당할까봐 다가가기가 두려워요”

 “이성친구와 헤어져서 너무 괴로워요. 바로 다른 사람을 만나면 이 괴로움이 해소될까요?”

  위의 질문들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핵심이 무엇일까?”로 요약이 된다. 분명 끌리고, 설레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 마음으로만 사귀면 다 해결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좌충우돌을 경험하는 이유를 필자는 ‘애착 (attachment)’이라는 개념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이성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애착 이외에 다른 요인들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애착’을 키워드로 하여 조명해 보기로 한다.

  심리학자 보울비(Bowlby)는 애착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간에 서로 연결이 유지되는 상태를 의미하며, 그 연결감 안에서 안정감과 위로를 받는다고 이야기했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 엄마와의 따뜻한 유대감을 통해서 연결감을 획득하고, 엄마 또는 주요 양육자와의 접촉과 유대를 충분히 경험함으로써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잘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한 사람의 애착의 형성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관계 경험을 통해 형성된 애착 유형은 연인 간의 기대와 감정을 다루는 방식에 영향을 주며,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특히 ‘관계’ 문제에 있어서 양자 모두를 동등하게, 그리고 세밀하게 이해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진정한 이해로 다가서는 길이다. 현재 사귀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관계를 면밀하게 탐색하는 데에도 각자의 애착 유형을 이해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그럼 애착의 유형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다음 호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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