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있을 때 어려운 길을 가라

  내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분은 대학교 때의 은사님이다. 내가 그 분을 처음 뵌 것은 1988년, “88 올림픽”을 할 무렵이니 벌써 28년이나 되었다. 그 당시 30대 중반의 젊은 교수님이 이제는 정년을 앞두고 계신 노교수님이 되셨다. 대학교 4학년생이었던 나는 그 당시의 그 분보다 훨씬 나이 많은 교수가 되어 있다.

  그 분은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있을 때 어려운 길을 가라고 말씀하셨다. 단기적으로는 힘든 결정이지만, 그것이 결국 나를 자라게 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항상 하셨다.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으므로 항상 희망을 잃지 말라고,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할 때는 나보다는 남에게 좋은 순서대로 정하라고도 말씀하셨다. 내가 교수가 되고자 할 때, 학교를 선택할 때, 새로운 일을 하고자 할 때 항상 그 분에게 상의드렸다. 내가 게을러질 때면 그 분을 생각하며 제자들에게 나도 그런 분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나는 지금도 추석과 설날에 그 분을 찾아뵙는다. 그때마다 그 분으로부터 28년간 같은 말을 듣는데, 들을 때마다 새롭다. 아니 점점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아마도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가끔은 그 분에게서 들은 말을 제자들에게 얘기하기도 한다. 물론 내 스승의 말씀이라는 인용 부호를 넣기는 하지만 저작권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이 좀 찜찜하기는 하다. 그러나 언젠가 당신이 하신 말을 내가 제자들에게 해도 좋다는 포괄적인 허락을 받았으니, 법적인 문제는 되지 않겠지?

  그 분은 나의 영원한 스승, 대학교 은사님이신 곽수근 교수님이다. 나는 지금 제자들을 가르친다고는 하지만 그 분 앞에 가면 아직도 배울 게 많은 학생이 된다. 곽 교수님을 뵌 것은 나에게는 커다란 행운이었다. 그런데 나도 누군가에게 행운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떤 제자가 나를 만난 것을 인생의 행운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결실의 계절인 가을, 나의 제자 중 누군가가 ‘내 인생의 멘토는 전규안 교수님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스승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 본다. 곽 교수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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