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제의 규모와 개인의 소득수준이 증대하면 할수록 소비의 기준은 자연히 양에서 질로 옮겨지게 된다.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사람은 그 이상의 만족을 추구하게 되는데, 이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 바로 문화콘텐츠다. 문화콘텐츠는 설령 그것이 단순해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동원되어 자기 역량을 집중해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그 사회의 경제적·문화적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가 되어주기도 한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우리는 수백 년 전에 난파한 무역선의 잔해에서 건진 고려청자를 통해 고려사회가 청자를 구워낼 정도로 기술력과 생산력이 우수했음은 물론, 차(茶)를 즐기는 문화가 있었으며 해상을 통한 대외무역이 이루어질 정도의 경제·외교 수준이었음을 짐작해내지 않는가. 굳이 과거의 역사에서 예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영화와 게임, 드라마와 대중음악도 문화콘텐츠의 예시가 되어준다. 문화콘텐츠는 빵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피울 수 없는 장미 같은 것이기에, 문화콘텐츠가 다양한 사회일수록 풍요롭고 부유한 사회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겠다.

  주목해 볼만한 점은 문화콘텐츠가 사회의 부(富)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하지만, 문화콘텐츠의 생산과 소유, 저작권의 관리로 인해 전에 없던 새로운 부(富)가 창출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저작권의 경제적 권리인 저작재산권이 ‘복제·배포·대여·공연·공중송신·전시·2차적 저작권’으로 세분화되어 다양한 영역에서의 이용을 통제하고 대가를 얻게끔 해주기 때문이다.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서 저작권자 개인이 자신의 저작물과 저작권을 모두 관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저작권자는 자기 권리를 대신해서 관리해줄 수 있는 사업자·법인과 계약을 맺거나, 자기 저작물을 함께 키워나갈 사람들을 모아 회사를 차리기도 한다. 저작물의 창작과 관리를 통해 성장한 회사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브랜드는 미국의 월트 디즈니사(社)다. 디즈니는 지난 2월 영국의 브랜드 평가 전문기관인 BP(브랜드파이낸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 1위 자리를 차지한 바 있다. (1위의 왕좌를 내어준 브랜드는 ‘레고’다. 세계 최고 브랜드 1,2위 회사들이 취급하는 상품이 문화콘텐츠라는 점이 흥미롭다.)

  월트 디즈니로 대변되는 미국의 문화산업은 미국을 견인하는 주요산업 중 하나이며, 그 수익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문화산업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내는 영역은 영화산업이다. 영화는 흥행여부를 보장할 수 없어 위험성이 크지만, 흥행 성공 시에는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로 인해 상품이 줄어들거나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뿐더러, 손익분기를 넘는 순간 추가로 지출되는 비용 없이 모두 수익으로 전환되는 ‘규모의 경제’를 가진다는 점도 크나큰 강점이다. (영상 콘텐츠에 거의 공통으로 적용되는 특성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문화산업도 상당한 규모로 성장해 왔는데, 한류의 흐름을 타고 해외로 진출한 각종 영상물과 문화상품은 외화를 벌어들임은 물론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린다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저작권과 저작물에 대한 관리와 지원은 경제적 이득을 가져옴은 물론 문화적 성장도 이뤄내는 것이다. 지금 즐기고 있는 저작물이 있다면 역사가가 유물에서 시대를 읽어내듯, 그 이면에 있는 문화·경제의 이야기도 함께 읽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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