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하 <더 폴>)은 한 편의 작품을 향한 타셈 싱 감독의 고백과 같다. 이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불가리아 원작영화 <요호호>의 판권을 구입하는 데만 15년, 총 28개국의 로케이션에 17년을 사용하였다. 캐스팅까지 7년이 걸렸으며 실제 촬영기간은 장장 4년 반이 소요 되었다. 인생을 걸었다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 <더 폴>은 타셈 싱 감독의 모든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 CG가 아닌 스코틀랜드·인도·볼리비아·중국·체코 등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도 영화 속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영화는『아라비안 나이트』와 구조적으로 닮아있다. 스토리텔러와 청자가 등장하며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러나 병든 왕의 삶을 구원하기 위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세헤라자데와 달리 영화 속 주인공인 로이(리페이스)는 삶을 끝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추락으로 하반신 마비가 된스턴트 배우 로이는 할리우드의 한 병원에서 팔을 다친 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를 만난다.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악당 ‘오디어스’를 향한 다섯 영웅의 복수극이다. 복수활극이자 운명적인 로맨스로, 영웅들의 모험담으로 살을 더해가며 이야기는 현실과 판타지를 몽환적으로 넘나든다. 그러나 로이의 동화는 딸을 위해 아버지가 들려주는 자상한 목소리와 다르다. 로이는 소녀의 호기심을 담보로 자신의 죽음을 앞당길 모르핀을 얻을 뿐이다. 극도로 아름다운 로이의 판타지는 그렇기에 불안정한 그의 심리상태를 대변한다. 로이의 현실이 절망에 맞닿을수록 그의 이야기 역시 죽음을 향해 치닫는다. 그러나 로이가 열어 둔 죽음과 무의식의 공간으로 알렉산드리아가 개입하기 시작하며 그의 동화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알렉산드리아가 속박된 인물들에게 불어넣는 새로운 성격과 서사는 로이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그들이 만드는 동화가 타셈 싱의 환상적인 영상과 병치되며 영화 <더 폴>은 관객들을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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