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내리더니 하루아침에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지고 사람들은 여름의 기억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두꺼운 옷을 꺼내며 겨울을 준비한다. 이렇듯 계절은 어김없이 바뀐다. 할렐루야!

  “학생, 졸지마!” 흔히 100분 강의에서 내가 두세 번 하는 말이다. 숭실대에서 벌써 10년째 전공기초에 해당하는 물리 및 실험과목을 가르쳐오며 매 수업시간 어김없이 하는, 하여야 하는 말이다. 모르니 재미없고 재미없으니 졸리고…. 대한민국의 입시시스템의 문제로도 지적되고 있는 이공계 신입생들의 고교물리교육의 부재! 그러나 이 교육의 문제점을 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물리 지식보다 더 없어 보이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바로 ‘자존감’이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것은 많은 학생들이 노력을 해보기 전에 학기 초에 자신의 학점이 C, D여도 만족하리라 결심하는 듯하다. 대학에 오기 전까지 늘 누군가와 비교되고, 입시용 성적으로 대접받다 보면 자연스럽게 칭찬보다 핀잔을 많이 듣는 것이 우리네 청소년의 성장 과정이다. 그러다 보니 점점 자존감은 낮아지고 반대급부로 지나친 자만심이 생기거나 자포자기 현상이 일어난다. 노력도 해보기 전에 스스로 ‘물포자(물리를 포기한 자)’라고 부른다. 전국 대학 신입생 중 70% 가 자기적성을 모르고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를 뉴스에서 들었다. 고교 시절 수능 준비 외에 해본 것이 없는데 어찌 잘 알겠는가? 아는 것이 신기하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낮아진 자존감은 하루아침에 높아지지 않는다. 심하면 내적 치유를 통해 치료받아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혹여 칭찬 한마디가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사랑하는 제자들을 위해 외치고 싶다. “개교 119년을 자랑하는 IN SEOUL 숭실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여러분! 여러분은 여러분이 얼마나 능력이 있고 또한 많은 잠재력이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아십니까? 여러분을 가르치는 나는 아는데 왜 여러분은 모르십니까?”

  “학생, 졸지마! 제발~” 우리 이제 졸음에서 깨어 숭실동산에 머무는 동안 본인의 능력과 소중함과 존재가치를 재발견해서 높은 자존감으로 이미 하나님에 의해 계획된 본인의 역할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길 기도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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