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승부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대 인간’의 대결이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은 새로운 법적 쟁점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대국 이후 알파고의 ‘기보(棋譜)’는 누구에게 저작권이 있느냐가 논란이 되었다. 기보란 바둑에서 두는 수의 순서와 형태의 기록이다. 바둑 교재나 게임 등에 활용할 수 있어 재산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한국기원에 의하면 ‘바둑기사가 땀 흘려 이룩한 기풍이나 철학이 들어가 있으며, 창의성이 발현된 저작물’이다. 바둑의 세계에서 ‘기보’는 상대의 역량과 기풍을 가늠해 볼 수도 있고, 향후 자기가 두게 될 바둑에 참고할 수 있는 간접 경험 데이터이기도 하다. 허나 국내외 현행법상에선 ‘인간이 만든 창작물’만을 저작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알파고의 기보는 저작권을 인정받기 어렵다. 인공지능의 창작물도 개발자의 창작성이 발현된 것이기에 개발자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의 논리에 따르면 알파고 기보의 저작권은 구글에게 있다. 한국기원은 ‘알파고-이세돌 기보 저작권은 한국기사협회와 구글의 공동소유’라는 입장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은 끝났지만 대국으로 인해 생긴 법적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구글이 인공지능 ‘알파고’의 개발을 위해 시간과 자본을 투자했다고 해서, 인공지능이 생산한 파생 결과물의 저작권까지 갖게 되면 문제는 상당히 복잡해진다. 인공지능을 개발∙소유할 수 있는 거대자본이 방대한 규모의 저작물을 독점하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인공지능은 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쓰기도 하며 작곡을 해내고 있다. 보다 발전된 형태와 수준에 오른다면, 다양한 분야와 영역에서 각종 창작물을 쏟아낼 것인데 그 규모와 속도를 두고 우리 인간이 경쟁하기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저작권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결정되어야 할 문제다. 알파고로 대변되는 인공지능 연구수준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품게 만든다. 어떤 이들은 종종 로봇과 인공지능의 개념을 착각하곤 하는데, 로봇은 입력된 명령에 따라 움직일 뿐, 창의적인 사고나 발상을 하지 못하며 인간의 통제를 받는 존재다. 슈퍼컴퓨터의 사양을 지니고 있다 한들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작활동이 불가능하다. 허나 인공지능은 스스로 학습이 가능할 뿐 아니라 창의적인 발상과 창조적인 행위가 가능하도록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우리는 사실 알파고의 등장 훨씬 이전부터 영화나 소설의 형태로 ‘창작하는 능력이 있는 인공지능’의 이야기들을 접해온 바 있다. 그 중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것은 99년 개봉한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이다. 영화는 우연히 인간성을 갖게 된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닮아가고, 인간이 되고자 하는 여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영화의 주인공인 ‘앤드류’는 본래 가사를 보조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스스로 학습한 지식을 바탕으로 조각품과 시계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인공장기의 설계까지 해 인간 사회에 큰 공헌을 하게 된다. 프로그램 ‘알파고’ 대신 인간형 로봇인 ‘앤드류’의 경우를 상상해보면 인공지능과 관련된 저작권 이슈가 더 와 닿을 것 같다. 아직은 그저 상상의 영역이지만, 우리가 만약 ‘인공지능’을 ‘인간’으로 대하게 될 날이 온다면 인권은 물론 저작권의 인정여부도 함께 논의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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