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간고사 기간도 지나고, 학기 중후반을 넘어 달리고 있다. 지금 여러분들의 일상은 어떠한가? 뭔가 엄청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자칫 중요한 일정을 놓치거나 약속을 잊어버리거나, 수업 시간에 늦거나, 시험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하여 아쉬운 성적을 받게 되는 등의 일들이 생긴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완벽한 존재가 아니므로, 당연히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안 나오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실수’와 ‘놓침’ 이후의 자신의 반응이 어느 특정한 형태로 자신의 삶 속에서 반복된다면,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한번 기울여 보자. 우리에게 신체적 면역반응이 있듯이, 우리의 마음에도 무언가 상처받고 괴로운 상태가 되거나 불안을 통제하기 곤란할 때에 우리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어떤 행동 또는 반응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을 방어 기제(defense mechanism)라고 한다. 방어 기제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Freud)가 처음 언급하고 그의 딸 안나 프로이트가 체계화 시킨 개념으로,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 중 하나이다. 안나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속에는 원초적인 욕구와 욕망(원초아, id)도 있고, 이를 도덕적, 윤리적 기준에 따라 제어하려는 부분(초자아, superego)도 있으며, 이 둘을 현실적 수준에서 조율하는 부분(자아, ego)도 있기 때문에, 이 세 가지가 마음 안에서 불균형이 되거나 부딪치게 되면 불안이 발생하고, 이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자아를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 반응, 즉 방어 기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방어 기제는 여러 가지 불안, 공포, 분노, 죄책감, 슬픔 등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A 학생이 시험을 정말 잘 봐서 성적을 올리고 싶었으나, 공부를 열심히 하지 못하여 결국 좋지 않은 성적을 받았다. 이 때 A 학생이 “하필이면 이번 시험문제가 내가 공부하지 않은 곳에서 나왔다”며 낮은 성적의 이유를 자신의 노력 부족이 아닌 다른 곳에 돌린다면, A 학생은 합리화(rationalization)라는 방어 기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자신의 노력 또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자신의 마음에 무력감, 당혹감 등의 불편이 초래되므로, 그보다는 외부의 다른 무언가에 원인을 돌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합리화 기제를 사용하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방어 기제는 내 마음의 불균형 상태 또는 내 마음이 상처받았음을 알리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방어 기제를 매사에 너무 많이 사용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대인관계에서 그러하다. 자신의 잘못이 있을 때에 쿨하게 인정하고 때로는 자신의 속마음과 약점도 나타내 보이며, 무언가 불편감이 있으면 그에 대해 솔직하게 상대방에게 표현할 수 있어야 신뢰 있고 친밀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데, 여러 가지 방어 기제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방패막이 너무 많은 나머지 타인들과 신뢰 있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평소에 주로 사용하는 방어 기제를 분석해 봄으로써 자신의 마음의 진실이 무엇인지 깨닫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분의 경우는 어떠한가? 다음 호에서 대표적인 방어 기제 몇 가지를 통해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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