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수), ‘VR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김용구(언론홍보·09) 군을 카페에서 만났다. 서글서글한 미소를 보이며 등장한 그의 양손에는 카메라 장비가 들려 있었다. 매번 새로운 영상을 만들 때마다 과거의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3배 정도 더 노력한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깊고 진지한 눈빛이 느껴졌다. “꿈이 있냐”는 본 기자의 질문에 김 군은 “매 순간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하나 해나가고 있으므로 항상 꿈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자신이 하는 일에 관해 이야기할 때 강직한 목소리를 내는 그의 모습에서 꿈에 대한 확신이 보였다. 김 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VR(virtual reality)은 무엇인가요?
  VR은 virtual reality 즉, 가상현실이에요. VR은 지난 1960년대부터 군사 훈련을 목적으로 시작됐어요. VR에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어요. 첫 번째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두 번째는 보는 사람이 그 영상에 몰입할 수 있는 지에요. 가상현실인 VR은 실제 모습과 매우 비슷해서 사람들이 가끔 현실과 혼동하기도 하죠.

  전자신문과 네이버가 공동주최한 ‘VR콘테스트 플레이(PLAY) VR’에서 <답장이 없는 너에게>라는 작품으로 최우수상을 받으셨어요. 그 작품을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답장이 없는 너에게>는 일주일째 답장이 없는 남자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여대생의 영상편지에요. 여주인공은 답장을 기다리며 남자친구와 함께 가고 싶었던 곳에 가서 남자친구와 함께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요. 영화를 보기도 하고, 산책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 공간을 영상으로 잘 담아서 그때의 감정과 분위기를 감성적으로 잘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이 영상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고안해 냈나요?
  이번 여름에 한국전파진흥협회에서 5주 동안 VR 영상교육을 받았어요. 저는 연출 분야를 맡게 됐고, 그 커리큘럼의 하나로 영상을 제작하게 됐어요. 그래서 VR에 적합한 콘텐츠는 무엇인지 고민하던 차에 편지를 생각해 냈어요. VR 영상은 다수가 보는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한 사람이 보는 1인칭 시점의 영상이고 편지도 한 사람에게 보내는 글이라는 공통점이 있거든요. 그래서 편지 형식으로 VR 영상을 만들게 됐어요. 

  ‘답장 없는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자친구’라는 소재는 예전에 본 통계자료에서 생각해 냈어요. 그 통계자료에 따르면 응답자 60% 이상이 어느 날 갑자기 이성 친구로부터 연락이 끊겨서 헤어짐을 겪어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더라고요. 그래서 그 아픔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한편으로는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은 사람들한테 기다리는 사람들은 이렇게 기다린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어떤 점 덕분에 수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영상 기법에서 저희 팀만의 독특한 방식이 있었는데 심사위원분들도 그 부분을 칭찬해 주셨어요. VR은 360도 파노라마 영상이기 때문에 화면이 흔들리지 않고 배우의 움직임을 담아내는 것이 굉장히 힘들어요. 그래서 이를 어떻게든 성공하고 싶어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고, 실험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했죠. 특히 마지막 줌인 장면은 VR 카메라 장비의 노출 없이 흔들림과 떨림을 잡았는데, 이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영상의 주제를 구상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좀 듣고 싶어요.
  대회에 나갈 목적으로 영상을 만들었던 건 아니었어요. 한국전파진흥협회에서 실시하는 VR영상교육의 커리큘럼 중 하나였는데, 교육이 끝난 후에 영상을 이렇게만 내버려 두기 아까워서 대회에 나가게 됐죠.
저는 4명의 팀원과 함께 이 영상을 제작했어요. 영상 제작은 크게 3단계로 나뉘어요. 시나리오를 준비하거나 영상 제작의 전반을 준비하는 프리단계와 영상을 촬영하는 메인단계, 촬영한 결과물을 토대로 후반작업에 돌입하는 포스트 단계가 있죠.

  프리단계에서는 연출을 맡은 저와 제작을 맡은 원룡이라는 친구가 영상 제작의 전반을 준비했어요. 시나리오를 짜고, 그 시나리오에 알맞게 장소를 섭외하고 현장 답사를 다녀왔죠. 영상 중간마다 본교가 나오는데 학교를 떠나는 저의 입장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의 흐름이나 분위기에 맞게 교정 곳곳을 담았죠. 그리고 예산에 맞게 스튜디오도 섭외하고, 배우도 섭외했죠. 조연출과 미술을 맡은 현영이라는 친구는 의상을 준비하고 소품을 준비했어요. 여자 주인공은 장면마다 의상이 바뀌는데 영상의 분위기와 의상의 색감을 다양하게 표현하기 위해 의상 준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이처럼 프리단계는 촬영 전에 해야 할 것들을 다 준비해요.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죠.

  메인단계에서는 프리단계에서 준비한 것들을 토대로 촬영에 돌입해요. 이후에는 촬영물을 토대로 포스트단계에서 후반 작업을 진행하죠. 영상의 색을 보정하거나 내레이션이나 음악을 삽입해요. 이렇게 준비하는 데 총 2달이 걸렸어요. 촬영은 거의 일주일 정도 걸렸는데, 이 일주일 동안은 2-3시간밖에 잠을 못 잤던 것 같아요. 그만큼 정말 정신없이 보냈죠.

  영상을 만들며 힘든 점은 없었나요?
  솔직히 힘든 점은 정말 너무 많았어요.(웃음) 그래도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아보면 장소 섭외예요. 저는 장소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제가 원하는 분위기나 느낌을 담을 수 있는 장소를 찾으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그리고 장소 선정도 선정이지만 섭외가 잘 안 됐어요. 게다가 막상 겨우 섭외해서 가보면 마음에 안 들어서 처음부터 다시 찾고 그랬었죠. 이 과정이 가장 힘들었어요.

  그리고 이번 여름이 엄청 더웠잖아요. 거의 매일이 폭염 특보였는데 그런 날씨 속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까 엄청 힘들었어요. 땡볕 아래 서 있는 배우도 힘들어 했고, 준비하는 스태프들도 너무 고생했죠. 한번은 촬영날 날씨가 너무 더워서 촬영을 한 주 뒤로 미뤘는데 막상 그 다음 주가 되니 올해 들어서 가장 더운 날이더라고요. 이미 일정을 미룬 터라 촬영을 안 할 수도 없어서 강행했는데, 그때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요. 정말 고생을 많이 했죠. 이 짧은 영상에 스태프부터 배우들의 엄청난 노력과 공이 들어가 있죠. 그래서 이번 수상은 그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서 더 기분이 좋았어요.

  그렇다면 이렇게 영상을 제작하시면서 한 번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나요?
  굉장히 많죠.(웃음) 제가 영상을 본격적으로 만든 지 3년 정도 됐어요. 작년에 있었던 일인데, 이 일은 작년에 같이 일했던 팀들한테 아직도 미안해요. 제가 7~8개월 정도 단편영화를 기획했었어요. 근데 이게 어떤 이유로 엎어졌어요. 제가 그때 너무 충격을 받아서인지 마음을 다시 못 잡겠더라고요. 그래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먹고 누워서 천장만 보고 있었어요. 근데 저도 모르게 머릿속으로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쓰면서 어떻게 쓰면 재미있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난 평생 이렇게 살겠구나’하고 깨닫고 다시 정신 차리고 일어났죠.

  처음부터 영상에 관심이 많았나요? 학교 다닐 때는 어땠나요?
  언론홍보학과에는 광고를 좋아해서 입학하게 됐어요. 그래서 1학년 때는 광고를 정말 많이 만들었어요. 근데 엄청 훌륭한 광고를 만들어도 결국 그 광고 말미에는 회사 로고가 들어가는 게 너무 싫었어요. 아무리 그 광고가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줘도 마지막에는 ‘우리 제품 사라’, ‘우리 기업이 최고다’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광고를 접고 시나리오를 쓰다가 영상 촬영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때부터 카메라 사용법, 카메라 촬영 기법을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영화는 하루에 3~4편을 볼 정도로 정말 많이 봤어요. 가끔 영화를 보다 보면 그 영화의 한 장면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 장면을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조명부터 주변 상황, 카메라 기법까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서 촬영 연습을 해요. 그렇게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장면이 제 장면이 돼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을 듣고 싶어요.
  지금은 VR 여행 영상을 찍고 있어요. 제가 한창 슬럼프에 빠져서 힘들었을 때 여행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지금 대학생들을 보면 공부하느라 매일 학교에 있잖아요.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그때마다 단 5분이라도 제가 만든 영상을 통해 프랑스에 가서 센 강을 걷는다든지, 피렌체에 있는 성당을 가본다든지 하면 얼마나 더 아름답게 살 수 있겠어요.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으로 여행 영상을 찍고 있어요. 그래서 내일은 대관령에 가고, 다음에는 제주도도 가고, 부산도 가려고 해요. 이외에도 하고 싶은 것들이 매우 많아요. 음악을 주제로 한 VR 웹드라마나 사극 시나리오를 토대로 한 VR 게임도 제작하고 싶어요.
보통 사람들은 꿈이 뭐냐고 물으면 미래에 되고 싶은 것들을 말하잖아요? 근데 저는 그렇게 말할 꿈이 없는 것 같아요. 지금이 꿈 자체거든요. 이 순간이, 1초 뒤가 제 꿈이에요. 저는 그 순간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하나 해나가고 있으므로 항상 꿈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요. 꿈을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체가 꿈인 상태. 그래서 저는 매일 꿈을 실현하죠. 그래서 <답장이 없는 너에게> 영상을 찍었던 팀 이름도 ‘실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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