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아이들이 돌멩이 하나로 운동장 바닥에 선을 죽죽 긋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고, 거실 책장에는 두꺼운 전화번호부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해가 저물기 전 돌멩이가 담당했던 놀이 시간은 각종 학원이 차지하고 있으며, 두꺼운 전화번호부 역시 손가락만 까딱하면 알 수 있는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우리가 타고 있는 이 열차는 끊임없이 전진하고 있다. 그 안에서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창밖 세상에 적응하기 바쁠 뿐이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교정에 아름답게 합창하던 은행나무 무리는 여름방학을 지내고 돌아오니 어느새 사라졌고, 옆 동네 출판도시에 있던 갈대밭은 괴물처럼 거대한 아웃렛에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우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슬퍼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은행나무 없는 교정이 익숙해졌고, 갈대밭을 밀고 들어온 아웃렛을 드나들며 쇼핑을 했다. 인간에게 굴복하는 자연의 모습을 보며 아파했던 우리의 마음은 어디로 갔을까?

  일회용품 줄이기, 육식보다는 채식 위주의 식사, 친환경 제품 구매하기 등등 우리가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단지 실천하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기가 힘들 뿐이다. 그래서 ‘생각 없이 편하게‘ 대부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나 역시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워가며 환경을 위해 불편한 삶을 사는 것이 싫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이런다고 해서 바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더 나은 환경을 기대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실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아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지만, 그 이유만으로 환경을 등지고 더 나은 상황을 포기해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사소한 노력과 행동은 쌓여서 조금씩 열차의 방향과 속도를 바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눈과 마음으로 희망을 볼 수 없을지라도 일단 우리의 행동을 믿어보는 것이 어떨까? 훨씬 더 의미 있는 선택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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