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우울감’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자. 흔히들 ‘마음의 감기’라고 하면서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기도 하지만, 감기를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았을 때 다양한 합병증을 겪을 수 있는 것처럼 우울도 마냥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이 보는 우울의 원인은 다양하다. 뇌신경 기전과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또는 유전적 원인으로 보는 설명,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가 패턴화되어 우울을 야기한다는 설명, 복잡다단한 세상 속에서 사회와 주변에서 요구하는 기대에 맞추려 발버둥치며 살다가 수없이 좌절과 무기력감을 경험할 때 우울을 겪는다는 설명도 있다. 이외에 삶에 대한 만족도, 스트레스 및 생활 부적응도 우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년들이 경험하는 우울감을 모두 정신과적 ‘우울증’이라 진단할 수는 없다. ‘우울증’이라고 진단을 내리려면 정신의학적 진단기준과 조건에 의하여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청년들이 느끼는 우울감은 심각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 하더라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이다. 청년들의 우울감의 원인은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 또 헬조선이라 불리는 우리 사회의 어려운 취업 현실과 수저 계급론으로 지칭되는 구조적 문제에 있을 수 있다는 점에 필자 역시 동의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우울감의 정말 중요한 원인은 서로 간의 인격적 사랑과 관심을 나누는 관계의 부족 때문이라고 본다. 우울을 호소하는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탐색하다 보면, 성적과 취업 등의 스트레스는 우울감 또는 우울증의 표면적 이유이며, 그 이면에는 성적 하락 및 취업 실패 등으로 인한 자신감 상실, 부모님을 실망시킨 것에 대한 죄책감, 부모-자녀 관계 악화, 미래에 희망이 없다는 파국적인 생각 등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가장 핵심적으로, 자신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즉 ‘자존감(self-esteem)’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태가 자리할 수 있다. 자신이 변변치 못한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자존감에 크게 상처를 받고, 자신이 가치 없고 무의미한 존재라는 느낌 또한 이들이 좀 더 의지를 가지고 삶을 개척해 나가게 하는 데 방해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우울감을 어찌 다루어야 할까?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자신의 자존감에 대한 인식이다. 세상에서 요구하는 잣대와 기준과 관계없이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그리고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날마다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주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삶에서 어려움이 생겼을 때 혼자서 세상에 버려졌다고 여기기 보다는, 옆에서 항상 함께 하고 있는 ‘누군가’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눈을 돌려 주변을 잘 돌아보자. 분명 나의 심리적 지원군이 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가족, 친구, 학교와 교회 등의 공동체 등. 생각보다 꽤 가까운 곳에 있는 나의 지원군을 찾아보자. 세 번째는 마음이 힘들 때 혼자서 고민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대학의 학생상담센터(학생회관 5층에 있습니다)는 아주 좋은 지원군으로 여러분 곁에 있으니, 방문하여 상담 선생님과 마음도 나누고, 또 이를 계기로 자신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고 성장하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관계를 여러모로 잘 그리고 든든하게 형성해 간다면 언제 어느 때 우울감이 내게 찾아온다 하더라도 지혜롭게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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